홍명보 2년, 104초 만에 마무리되다 [과달라하라 현장]
홍명보 전 월드컵 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홍명보 전 월드컵 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과달라하라(멕시코)] 김희준 기자= 홍명보 감독이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아무런 설명 없이 104초 만에 퇴장했다.

29일(한국시간) 홍 감독은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를 선언했다.

홍 감독은 이번이 두 번째 월드컵이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은 철저한 실패였다. 1무 2패로 21세기 월드컵 유일한 무승이었다는 점도 그렇고, 선수단 선발과 월드컵 외적인 논란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홍 감독이 남아프리카공화국전 이후 인터뷰에서 “브라질 월드컵이 50배는 힘들었다”라고 말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렇기에 지난 2024년 7월 홍 감독이 선임될 때 환영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이미 한 차례 월드컵에 실패한 감독이었던 데다 외국인 감독 대안이 없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홍 감독이 울산현대(현 울산HD) 감독으로서 리그 2연패를 한 점은 인정할 만했으나 전술적으로 K리그를 선도하거나 명확한 방향성을 보인 지도자는 아니었기에 걱정은 당연했다.

홍 감독은 부임 이후 올해 3월 A매치까지 12승 5무 4패를 기록했다. 준수한 성적처럼 보이지만, 대부분은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거둔 승리였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는 6승 4무로 무패였는데 경기력에는 꾸준히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래서 3차 예선 마지막 경기였던 쿠웨이트전 후반을 기점으로 홍 감독은 3-4-2-1 전형으로 변화를 꾀했는데, 그 완성도는 시간이 지나도 높아지지 않았다.

홍 감독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고지대 적응에 총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가 체코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2-1 역전승으로 나타났다. 다만 그 승리에 취한 듯 이후 경기들에서 변화 없는 전술과 애매한 용병술로 일관했고, 멕시코전과 남아공전에서 연달아 패배하며 무너졌다. 승점 3점으로 조 3위에 올라 마지막까지 피 말리는 경우의 수 싸움을 했지만, 한국보다 투혼을 보여준 다른 조 3위 팀들에 밀려 각 조 3위 12팀 중 10위에 올라 32강 진출이 좌절됐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기준으로는 본선조차 오르지 못하는 성적이었다.

홍명보 전 월드컵 대표팀 감독. 김희준 기자
홍명보 전 월드컵 대표팀 감독. 김희준 기자

홍 감독은 이날 질문을 받지 않고 일방적인 입장문 발표로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대한민국 축구를 사랑해주시고 대표팀을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오늘 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직에서 물러난다”라며 “나는 오늘 대표팀 감독 자리를 내려놓지만, 대한민국 축구를 향한 마음까지 내려놓지는 않았다. 대표팀이 다시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팀으로 성장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라고 말한 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불과 104초 만에 모든 책임이 사라졌다는 듯 홍 감독은 멕시코를 떠났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