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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빈틈을 엿보던 사무라이가 상대의 한 차례 실수를 놓치지 않았다. 잔 동작 없이 깔끔한 발도술로 제압했다. 결과는 패배였지만, 일본 축구의 완성도를 엿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30일(한국시간) 오전 2시 미국 텍사스주의 휴스턴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을 치른 일본이 브라질에 1-2로 패배했다. 이로써 브라질이 16강 진출했다.
일본은 그동안 강호들을 상대했던 방식 그대로 실리적인 운영을 펼쳤다. 강한 압박으로 대변되면 스리백 전술은 브라질 상대로 5-2-3 형태로 내려앉으며 자신들 진영을 단단히 지켰다. 단순히 후방 숫자만 채운 게 아니다. 최전방부터 최후방까지 한 시야에 들어올 정도로 그 간격이 매우 촘촘했다. 좁은 공간에서 플레이가 강점인 브라질 공격진마저 일본식 밀집 수비를 깨부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다고 수비만 한 것도 아니다. 일본의 파이브백은 버티기보다는 빈틈 찾기에 더 가까웠다. 어느새 공격에만 정신이 팔린 브라질이 순간 수비 집중력을 놓칠 시기를 엿봤다. 그렇게 경기 초반부터 브라질 슈팅을 받아내던 일본은 전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직후 상대의 느슨한 패스 미스 한 차례를 놓치지 않았다.
사노 가이슈가 사무라이 검이 됐다. 전반 29분 소유권 다툼을 이긴 뒤 하프라인 부근 우측면으로 전진한 풀백 다닐루가 중앙으로 연결을 시도했다. 이때 자세를 낮추고 튀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던 사노가 다닐루의 애매한 패스를 순간적으로 달려 나오며 끊었다. 그대로 속도를 살린 사노는 매섭게 브라질 중원을 찢으며 전진했다.
곡선과 직선을 오가는 역동적인 전진을 펼친 사노는 브라질 대들보 카세미루의 견제마저 뿌리치면서 페널티 박스 앞까지 향했다. 사노는 빠른 타이밍의 오른발 중거리포를 쐈고 잔디를 훑으며 날아간 슈팅은 알리송 베케르 골키퍼를 뚫고 골문 왼쪽 구석을 찔렀다.
그러나 일본은 브라질과 체급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전반전 오픈 플레이로 일본 수비를 뚫기 어렵다고 판단한 브라질은 자존심을 내려놓은 롱볼 전략을 취했다.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우직하게 넣으면서 일본 수비의 체격적 약점을 건드렸고 결국 후반 11분 카세미루가 헤더로 균형을 맞췄다. 이후 연장전을 대비하던 일본은 추가시간 가브리에우 마르티넬리에게 통한의 역전 골을 헌납하며 눈물을 지었다.
그럼에도 일본의 북중미 여정은 박수받기 충분했다. 조별리그부터 32강 브라질전까지 보여준 일본 축구의 완성도는 대단했다. 수비형 선수도 공격형으로 둔갑시킬 정도로 공격 전술의 짜임새가 돋보였다. 이날 득점한 사노도 본래 ‘수비형’ 미드필더 이미지가 강했다. 이재성의 마인츠 동료인 사노는 소속팀에서도 스리백의 중원을 소화했다. 역할은 단순했다. 지치지 않는 활동량으로 3선 공간을 쓸어 담은 뒤 공격형 미드필더에게 패스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다소 1차원적인 역할 때문에 사노는 마인츠 2시즌 간 넣은 득점은 2골이 전부였다.
그런데 사노는 일본 시스템 안에서 매서운 공격 본능을 깨웠다. 사노의 개인 역량도 있지만, 주변 동료들의 약속된 움직임도 크게 한몫했다. 사노의 결승골 장면에서도 공을 잡고 전진하는 선수 주변으로 공격진들이 달려 나가며 수비를 교란하고 공간을 만들었다. 이처럼 일본 축구가 강한 이유 중 하나는 언제 어디서 누가 득점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 그들의 축구가 역동적으로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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