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반복된 악몽] ④ ‘설명 없는 사퇴’ 한국 축구는 홍명보의 유일한 변명거리
홍명보 전 월드컵 대표팀 감독. 김희준 기자
홍명보 전 월드컵 대표팀 감독. 김희준 기자

[풋볼리스트=과달라하라(멕시코)] 김희준 기자= “감독은 결과 앞에서 어떤 설명도 앞설 수 없는 자리다. 그래서 나는 설명보다 책임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홍명보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직을 내려놓으며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결과 앞에서는 어떤 설명도 무의미하다는 의미로 해당 발언을 했다.

홍 감독의 말은 일리가 있다. 일례로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 성적을 받아든 홍 감독에게 어떤 설명이 방패가 될 수 있었겠는가. 부임 기간이 1년도 채 되지 않았다든지, 대한축구협회가 최종예선까지 후임 물색을 방기하다가 부랴부랴 홍 감독을 선임했다든지 등의 이유로 그를 옹호하는 시선도 일부 있었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했다. 홍 감독은 축구협회의 유임 결정에도 불명예스럽게 사령탑에서 내려와야 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홍 감독은 다시 기회를 잡았다. 홍 감독이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든 그렇지 않았든, 그에게 2026 북중미 월드컵이 명예 회복의 기회가 될 건 분명했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또 다른 불명예였다. 체코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2-1 역전승을 거두며 좋은 출발을 했지만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각각 0-1로 패하며 조 3위로 주저앉았다. 이번 대회는 각 조 3위 12팀 중 상위 8팀도 32강에 오를 수 있었으나 승점 3, 골득실 –1, 득점 2라는 초라한 기록으로 32강행을 바라는 건 욕심이었다. 혹시 모를 희망을 안고 선수단은 멕시코 과달라하라의 베이스캠프에서 훈련을 이어갔지만, 결국엔 한국으로 돌아오는 짐을 싸야만 했다.

홍 감독은 사퇴를 선택했다.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질의응답 없이 104초 동안 입장문을 읽어내렸다. 그는 “오늘 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감독직에서 물러난다”라며 “지난 2년 늘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이 선택이 대한민국 축구를 위한 선택인가. 대표팀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선수를 선택할 때도, 훈련을 준비하고 경기를 치를 때도 그 질문만큼은 놓지 않았다”라며 자신의 모든 판단 기준이 한국 축구였음을 강조했다.

이강인(왼쪽), 손흥민(이상 월드컵 대표팀). 김희준 기자
이강인(왼쪽), 손흥민(이상 월드컵 대표팀). 김희준 기자
홍명보 전 월드컵 대표팀 감독(오른쪽). 대한축구협회 제공
홍명보 전 월드컵 대표팀 감독(오른쪽).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 축구를 위한다는 애매모호한 말로 모든 설명을 무마하고, 사퇴로 모든 걸 책임지겠다는 말은 얼마나 한국 축구에 무책임한 일인가.

홍 감독은 2024년 7월 울산HD 감독직을 내팽개치고 국가대표 감독직을 수락할 때부터 한국 축구를 방패삼았다. 당시 그는 “나는 나를 버렸다. 이제 나는 없다. 대한민국 축구밖에 없다. 울산 팬들에게 가지 않는다고 말한 마음을 바꾼 이유”라고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로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실상은 자신이 실패했던 역사를 되짚어 성공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었다. 홍 감독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이게 내 축구 인생에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한 번 실패했던 그 과정과 이후 일들을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반대로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이 생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나를 버렸다’라고 말했으나 결국 나를 위해서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홍 감독은 올 때처럼 떠날 때도 설명을 회피했다.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홍 감독의 월드컵 결산은 남아공전 이후 열린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로 갈음한다. 정작 이 인터뷰에서도 홍 감독은 “우리도 당황스럽다”라는 발언으로 대표되는, 명확한 설명 없이 의혹만 증폭시키는 답변들로 일관했다. 현재 축구계에 떠돌아다니는 선수단 내분을 비롯한 갖가지 루머는 모두 이 기자회견에서 출발했다. 떠나고도 잡음을 남기는 게 책임인가.

홍 감독은 적어도 조별리그 실패 사유에 대해 명확히 답했어야 한다. 남아공전 이후 인터뷰에서 “왜 그런지 경기 후 계속 얘기했는데 명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전술적으로 큰 차이가 있지는 않았다”라며 답을 찾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끝내 자신이 찾은 답을 말하지 않고 떠났다. 답을 찾았을까. 의혹만 남았다.

진정한 책임은 떠날 때도 결과의 원인을 명확히 추적해 밝히는 것이다. 결과가 모든 설명에 앞서는 것도 맞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최선의 설명을 해서 발전을 도모하는 게 감독의 책무다. 이렇게 떠나면 홍 감독만 무능한 사람으로 남을 뿐 그가 그토록 부르짖던 한국 축구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홍 감독은 입장문을 발표한 뒤 미련 없이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이후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이다. 그 사이 한국 축구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홍 감독이 떠난 자리에는 이런저런 뒷말만 무성하다. 홍 감독의 방패로 쓰이다 너절해진 한국 축구가 남았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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