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말고 손가락까지 가렸다면? ‘장갑의 전설’ 마레즈, 32강 탈락으로 대표팀 은퇴
리야드 마레즈(알제리). 게티이미지코리아
리야드 마레즈(알제리).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더운 날씨를 뚫고 장갑을 꼈으면 결과가 달랐을까. 손목 밴드로 만족한 리야드 마레즈가 대표팀 은퇴전을 소화했다.

3일(한국시간) 오후 12시 캐나다 밴쿠버의 BC 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을 치른 스위스가 알제리를 2-0으로 꺾었다. 16강 진출한 스위스는 오는 8일 콜롬비아와 가나 경기 승자와 맞붙는다.

스위스전 패배가 알제리 유니폼을 입은 마레즈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경기 전날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한 마레즈는 “이제 바통을 넘기고 은퇴할 때가 된 것 같다. 이번 월드컵이 나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이다. 그건 확실하다”라며 본 대회 종료 후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 그리고 스위스와 32강전에서 알제리가 완패하면서 이날 경기가 마레즈의 은퇴전이 됐다.

냉정한 시선으로 은퇴전에서 마레즈의 활약상은 부진에 가까웠다. 이날 오른쪽 윙어로 배치된 마레즈는 사실상 포지션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역할을 부여받았다. 오른쪽에서 폭을 벌리는가 하면 어느새 최전방 이브라힘 마자와 위치를 바꿔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등 복합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전반 6분 동료의 오른쪽 측면 컷백을 박스로 들어와 센스 있게 흘려주면서 후셈 아우아르의 슈팅 기회를 만들어 주는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였다.

0-2로 뒤지던 후반 초반에는 날카로운 침투 후 슈팅도 기록했다. 후반 5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라피크 벨갈리의 오른발 컷백이 한 타이밍 늦게 박스로 뛰어든 마레즈에게 배달됐다. 마레즈는 속도를 살린 뒤 힘껏 왼발 슛했지만, 나쁘지 않은 방향이었음에도 상대 수비에 걸려 무산됐다. 이후 다시 모습을 감춘 마레즈는 후반 25분 교체되면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반 페리시치(왼쪽, 토트넘홋스퍼 시절)와 리야드 마레즈(맨체스터시티 시절).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반 페리시치(왼쪽, 토트넘홋스퍼 시절)와 리야드 마레즈(맨체스터시티 시절). 게티이미지코리아

한때 마레즈는 ‘장갑’만 끼면 절정의 컨디션을 보여주곤 했다. 커리어 전성기인 맨체스터시티 소속으로 뛰던 마레즈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가 한창 진행될 시기인 겨울만 되면 경기력 최고조를 찍었다. 이때 마레즈는 늘 양 손에 장갑을 낀 채 경기를 소화하는 모습 때문에 ‘장갑 낀 마레즈’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북중미 월드컵은 여름에 치러졌고 마레즈는 장갑이 아닌 손목 밴드를 차고 경기를 뛰었다. ‘만약 장갑을 꼈다면?’이라는 우스운 상상이 들 정도로 아쉬운 경기력 속에 은퇴전을 치렀다.

마레즈는 13년의 대표팀 생활을 마감했다. 지난 2014년 처음으로 알제리 유니폼을 입은 마레즈는 본 대회까지 A매치 119경기 40골을 기록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2015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2018 러시아 월드컵 등 숱한 메이저 국제 대회 출전한 바 있다. 특히 2019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는 맹활약을 펼치며 알제리의 대회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현재 마레즈는 사우디아라비아 알아흘리 소속으로 황혼기를 보내고 있다. 첫 해인 2023-2024시즌 리그 도움왕을 기록하는 등 유럽을 떠나서도 여전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올 시즌에도 모든 대회 44경기 8골 14도움을 올렸다. 1991년생 35세이기에 어쩌면 알아흘리가 마레즈의 현역 마지막 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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