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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정효 감독에게 좋은 선수들을 맡겼을 때 기대하는 고품질 축구가 마침내 수원삼성에서 제대로 구현되기 시작했다.
지난 4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핸 K리그2 2026 16라운드에서 수원은 성남FC에 1-0 승리를 거뒀다. 무승부에 그친 선두 부산아이파크와 승점차를 성큼 좁혔다. 수원의 최종 스코어는 단 한 점 차이였지만 전반 33분 센터백 모경빈이 퇴장을 당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해야 했던 경기다.
11명을 모두 활용할 수 있었던 33분 동안 수원 축구는 두 가지를 해냈다. 짜임새가 탁월한 경기력을 보여줬고, 이를 바탕으로 골을 넣었다. 그동안 수원 경기에서는 ‘그럭저럭 이정효의 팀다운 지향점이 보이는데 골을 못 넣는 구간’과 ‘아예 이정효 축구가 구현되지 않는 구간’이 너무 잦았다. 이 감독의 또다른 능력 수비 안정화, 교체술, 위닝 멘털리티 부여 등을 통해 승점은 잘 따냈지만 경기력이 개운하다고 보긴 힘든 날이 많았다.
월드컵 휴식기를 통해 수원 축구의 완성도는 몰라보게 높아졌다. 이 감독이 중시하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잘 구현되고 있다. 공격할 때 상대 수비진 사이 공간으로 적극적으로 들어가는 선수가 생겼다. 매 공격마다 수비진 사이로 파고드는 선수가 존재해야 그에게 공을 주든, 그를 이용해 다른 방향을 공략하든 할 수 있는데 시즌 초에는 선수들의 기본 움직임이 부족했다. ‘포켓’으로 빠르게 진입해주는 선수가 늘 있기 때문에, 그 다음 시작하는 공격의 질이 높아진다.
수원은 전반적인 선수단의 질이 K리그2 최고 수준이지만, 혼자 힘으로 상대 수비를 흩어놓는 개인기량의 소유자가 없다. 압도적인 드리블이나 몸싸움 능력을 지녀 별 전술 없이도 공격의 물꼬를 터 주는 스타일의 선수 대신, 팀 전술이 잘 돌아갈 때 그 안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선수 위주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지공이 답답한 경우가 맣ㄴ았다. 마치 해외팀으로 치면 부카요 사카가 부상으로 빠져 있는 아스널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술 완성도가 개선되자 전반기의 느린 빌드업과 부족한 파괴력 문제는 해결됐다.
공격대형의 개선은 곧 수비력 강화와 경기 장악으로 이어진다. 공격이 무산된 순간 상대 진영의 중요한 거점을 수원 선수가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전방압박(게겐프레싱)의 속도와 위력이 다르다. 이날 수원은 공을 잃자마자 성남진영에서 순식간에 달려들어 다시 빼앗는 상황이 많이 나왔다. 게겐프레싱은 단순히 선수들이 열심히 뛴다고 해서 구현되는 게 아니다. 공격이 무산된 순간 수원 선수들의 위치가 압박에 적합해야만 즉시 덤벼들 수 있다.
퇴장 후에도 마냥 물러나 지키는 게 아니라 높은 전술 완성도를 바탕으로 수비하고 역습했다. 역시 전술 완성도를 엿볼 수 있었다.
이런 변화는 월드컵 휴식기 동안 꾸준히 진행한 훈련에서 비롯됐다. 수원은 전지훈련도 가지 않았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멀리까지 이동하는 시간조차 아꼈다. 좋은 여건의 클럽 하우스에 머무르면서 집중훈련을 진행했다. 훈련하고, 주말에 연습경기를 하나 진행하고, 다음주에 다시 훈련하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전술적으로 뜯어고친 게 있다기보다 이 감독의 영원한 숙제인 ‘내려선 팀에 대한 공략법’이 한층 정교해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미 훈련 과정부터 전술 완성도가 개선되는 걸 선수들이 느꼈다. 자신감을 갖고 성남전에 출격했다.
좋은 공간으로 들어가는 임무를 특정 선수에게 맡겨 놓으면 상대를 교란할 수 없다. 공격에 가담하는 모든 선수가 과감한 움직임을 할 줄 알아야 한다. 훈련을 통해 구현하고 있는 경기 방향이다.
훈련 기간을 길게 줘도 전술을 단련하지 못하는 감독이 K리그에는 더 많다. 정효볼은 최소한 훈련한 만큼 완성도가 올라가는 축구다. 후반기 첫 경기에서 보여준 이정효 전술의 가치였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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