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왕 경쟁’ 메시, 음바페도 좌절… 월드컵 PK 성공률 65% ‘60년간 최저’ 이유는? [월드컵.1st]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게티이미지코리아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지난 8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와 이집트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16강전. 0-1로 뒤지던 전반 21분, 리오넬 메시가 페널티 스팟 앞에 섰다. 메시는 침착하게 오른쪽으로 공을 찼고, 모스타파 쇼베이르 골키퍼는 정확한 다이빙으로 이 공을 쳐냈다. 메시는 오스트리아와 조별리그 2차전에 이어 또다시 페널티킥(PK)을 실축하면서 월드컵 최초로 한 대회 두 번의 PK 실축을 한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메시는 1골 1도움으로 기어이 3-2 역전승을 일궈낸 뒤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경기 후 인터뷰에서 PK 실축으로 인한 고통을 토로했다.

메시와 월드컵 득점왕 경쟁을 하는 음바페도 며칠 뒤 같은 실수를 했다. 음바페는 10일 모로코와 8강전에서 전반 28분 직접 얻어낸 PK를 처리했는데, 오른쪽 하단으로 깔아찬 공이 야신 부누 골키퍼 손에 그대로 잡혔다. 이전까지 프랑스에서 15번 중 14번 PK를 성공시켰던 음바페에게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다만 프랑스는 모로코를 상대로 일방적인 우세를 점했고, 음바페는 후반 15분 환상적인 감아차기 선제골을 넣은 뒤 후반 21분 우스만 뎀벨레의 추가골을 도우며 프랑스에 3개 대회 연속 4강 진출을 선사했다.

메시와 음바페라는 대표적인 사례 외에도 이번 월드컵은 유독 PK 실패 사례가 많다. 축구 통계 업체 ‘옵타’에 따르면 이번 대회 승부차기를 포함한 60번의 PK 시도 중 오직 39개만 골망을 흔들었다. 성공률은 65%로 기록이 시작된 1966 잉글랜드 월드컵 이래 가장 낮다. 승부차기를 제외해도 PK 30%가 실패로 돌아가 60년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킬리안 음바페(프랑스). 게티이미지코리아
킬리안 음바페(프랑스). 게티이미지코리아

PK 실패율 증가는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다. 월드컵에서 PK 성공률은 한동안 70%를 웃돌다가 2006 독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70%를 살짝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77.6%로 성공률이 치솟았다가 2018 러시아 월드컵 70.6%, 2022 카타르 월드컵 67.2%, 2026 북중미 월드컵 65%로 꾸준히 하향했다. 2018년에 처음 PK 실패가 20회를 넘긴 뒤 3개 대회 연속 PK 실패 횟수가 20번을 넘어간 것도 특기할 만하다.

PK 실패 확률이 증가한 이유는 여러 측면에서 설명 가능하다. 우선 월드컵이라는 무대가 주는 중압감이 큰 원인이다. 스포츠 심리학 박사이자 영국심리학회 공인심리학자인 폴 매카시 박사는 2026년 대회 전까지 월드컵 승부차기 성공률이 69.38%였고, 일반적인 페널티킥 성공률인 80% 전후보다 크게 낮은 수치임을 지적했다. 득점에 관한 가장 정교한 통계로 인정받는 기대득점(xG)에서 PK를 통상 0.79xG로 상정함을 고려해도 월드컵, 특히 승부차기에서 성공률이 낮음을 알 수 있다.

매카시 박사는 승부차기에서 첫 번째 PK 키커가 72% 성공률을 보이는 데 반해 ‘서든 데스’가 시작되는 여섯 번째 키커가 50% 성공률에 그치는 것 등을 예시로 들어 PK에서 심리적 압박이 미치는 영향을 소개한다.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자국민들의 관심을 떠안는 월드컵에서 상대적으로 PK 성공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의 발달로 골키퍼가 이전보다 높은 확률 싸움을 걸게 됐다는 설명도 있다. ‘옵타’는 PK에서 키커가 슛을 할 때 골키퍼의 최소 한 발은 골라인 위에 위치해야 한다거나 수비 팀 선수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오면 안 된다는 규정의 엄격한 적용 등 골키퍼에게 이전보다 불리한 환경이 조성됐음을 먼저 짚는다.

그럼에도 PK 성공률이 떨어진 건 골키퍼 코치들이 명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골키퍼에게 키커마다 뛰어야 하는 위치를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골키퍼는 데이터를 통해 보다 높은 확률로 선방할 수 있는 곳으로 다이빙을 할 수 있다. 이것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장면은 모로코와 네덜란드의 32강전 승부차기에서 나온 부누의 선방이다. 부누는 크리센시오 서머빌이 골키퍼 기준 오른쪽으로 공을 찰 거라 예상하고 슈팅 직전 미리 그곳으로 발을 옮겼고, 서머빌의 슈팅을 선 채로 팔로 쳐내는 묘기를 선보였다.

야신 부누(모로코). 게티이미지코리아
야신 부누(모로코). 게티이미지코리아

혹자는 PK 상황에서 키커들이 지나치게 심리전을 의식하는 게 PK 성공률 감소로 이어졌다고 본다. PK가 게임 이론에 입각한 심리 싸움이라는 건 오랜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경제학자 이그나시오 팔라시오스 우에르타는 선수들의 PK가 이론과 거의 일치한다는 걸 증명했고, 2007-2008시즌 첼시는 이를 활용한 분석으로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승부차기 세 번째 키커로 나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슈팅을 막아냈다. 다만 첼시는 존 테리의 실축까지 예측하지는 못했고, 결국 6PK5로 맨유에 우승을 내줬다.

최근에는 PK 상황에서 심리전을 기반으로 주춤하며 슈팅을 처리하는 키커가 늘었는데, 이에 대한 대처법이 이미 골키퍼들에게 공유됐다는 게 영국 ‘BBC’의 설명이다. 도중에 멈추거나 주춤하는 PK 26번 중 11번이 실패했다는 구체적인 통계도 제시했다. 월드컵 전체 PK 실패 횟수가 60번 중 21번임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실패율이라 볼 수 있다. 다만 호날두를 비롯해 네이마르, 라울 히메네스, 카이 하베르츠 등은 해당 PK로 득점에 성공했고, 음바페도 이전에 비슷한 방식으로 PK 골을 뽑아낸 바 있다.

음바페의 PK 실패를 두고 일각에서는 비디오 판독으로 3분 넘는 시간이 소모되며 PK 키커인 음바페에게 부담이 가중됐다는 가설도 제기한다. 프랑스 축구 기자 줄리앙 로렌스, 전 맨유 축구선수이자 ‘ITV’ 패널 로이 킨, 아스널에서 뛰었던 이안 라이트 등도 이에 동의했다. 그만큼 PK를 처리하는 데 있어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는 걸 축구 관계자들이 널리 인정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PK 성공률이 유독 낮은 것에 대해 한 문장으로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그래도 월드컵에서는 PK 키커에게 가중되는 부담이 평소보다 더욱 커지며, 데이터 분석의 발달로 골키퍼가 PK 키커와 심리전에서 사용할 무기가 늘어났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 두 가지 요인에 더해 한동안 PK 키커들이 애용하던 기술도 파훼되면서 메시와 음바페를 비롯한 수많은 선수가 PK에서 좌절을 맛본 걸로 정리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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