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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파주] 김희준 기자= 2010년대 해외축구를 관심있게 본 팬이라면 보르하 바스톤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스페인 라리가 팬들에게는 2015-2016시즌 에이바르에서 18골을 넣은 스트라이커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팬들에게는 2016-2017시즌 스완지시티에서 기성용과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로 기억될 것이다.
어느 편이든 보르하 바스톤이 K리그2 파주프런티어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을 것이다. 그는 올해 3월 파주에 합류했다. 스페인 2부 리그 그라나다를 마지막으로 반년간 팀이 없었다는 걸 고려해도 파격적인 이적이었다. 보르하 바스톤은 자신의 진가를 입증하듯 파주 데뷔전이었던 안산그리너스와 경기에서 페널티킥 득점을 한 걸 시작으로 4경기 연속골을 넣었다. 한동안 침묵하기도 했지만, 지난 11일 화성FC와 경기에서 골맛을 보며 K리그2 6골로 순항 중이다.
월드컵 휴식기에 돌입하기 전인 지난 5월, ‘풋볼리스트’는 보르하 바스톤을 만나 지금까지 선수 생활과 파주에 온 이유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보르하 바스톤은 유쾌하면서도 진중하게 인터뷰에 답하며 자신의 생각을 풀어놨다.
▲ 보르하 바스톤 선정 최고의 수비수는 판다이크
보르하 바스톤은 라리가와 PL에서 수준급 센터백들을 여럿 상대했다. 최전방 공격수로서 그들과 맞부딪치며 몸소 그들의 기량을 확인했을 터였다.
그가 뽑은 최고의 센터백은 버질 판다이크였다. 아틀레티코마드리드 동료인 디에고 고딘과 레알마드리드 수비수 페페 사이에서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페페를 고른 보르하 바스톤은 이어 페페와 판다이크 중 누가 더 뛰어나냐고 묻자 고민 없이 판다이크를 골랐다. 그는 “판다이크는 다른 차원의 선수다. 스완지에서 데뷔전이 사우샘프턴과 경기였다. 그때 센터백이 판다이크였다. 엄청 힘들었다”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보르하 바스톤이 라리가와 PL에서 강팀으로 분류되지 않는 팀에서 뛰어온 만큼 이들을 상대하는 게 더욱 어렵게 다가왔다고도 소회를 밝혔다. “고딘, 페페, 제라르 피케, 판다이크 같은 선수들과 경기를 해왔다. 다들 상대하기 어려운 수비수여서 고르기가 어려웠다. 그들이 속한 팀 자체가 잘하는 팀이어서 그 팀 자체를 상대하는 게 어려웠다.”
▲ 직접 본 사람이 말합니다. 메시 vs 호날두
보르하 바스톤은 상기한 것처럼 2015-2016시즌 라리가에서 18골을 넣었다. 그런데 득점 순위는 10위에 불과했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라리가에서 패권 다툼을 하던 시기로, 전반적으로 득점이 많이 나왔다. 심지어 보르하 바스톤이 18골을 넣은 시즌에는 26골을 넣은 메시도, 35골을 넣은 호날두도 아닌 40골을 넣은 루이스 수아레스가 라리가 득점왕을 차지했다. 카림 벤제마, 네이마르, 앙투안 그리즈만 등 다른 걸출한 공격수도 많았다.
그럼에도 메시와 호날두의 경기력은 격이 달랐을 터. 전 세계적으로 마무리된 논쟁이지만, ‘메호대전’을 눈앞에서 직접 목격한 이에게 메시와 호날두 중 어떤 선수가 더 뛰어나냐고 물었다. 보르하 바스톤은 망설임 없이 메시를 선택했다.
“둘 다 좋은 선수지만, 메시가 공을 잡으면 마법이 일어난다. 그는 언제나 상상하지 못했던 플레이를 펼치는 마법 같은 선수다. 공을 잡으면 공간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고, 팀이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만든다. 호날두는 득점에 특화됐다. 왼발, 오른발, 헤더를 가리지 않고 득점한다. 그런데 메시는 팀을 전체적으로 이끄는 선수다. 그래서 메시를 골랐다.”
▲ 10년 전 기성용과 인연, 한국에서까지 이어지다
보르하 바스톤은 2015-2016시즌 활약을 기반으로 그 다음 시즌 PL 스완지시티로 이적했다. 이적료 1,750만 유로(약 300억 원)로 당시 스완지 구단 이적료 신기록이었다. 보르하 바스톤은 스완지에서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하지는 못했다. 모든 대회 20경기에서 단 1골만 넣으며 한 시즌 만에 다시 다른 팀을 찾아야 했다.
그래도 당시 스완지에서 기성용을 만났던 인연이 2026년 뜻밖에 도움이 됐다. 보르하 바스톤은 스완지 시절에도 기성용을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올해 자신이 한국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여러 도움을 준 것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처음에 기성용을 봤을 때 놀랐다. 키가 큰데 발밑이 좋았기 때문이다. 프로 데뷔 후 스페인에서는 한국 선수와 같이 있던 적도, 한국 선수를 상대했던 적도 없다. 기성용은 축구 실력도 좋고, 너무 착한 사람이어서 놀랐다.”
“기성용과는 한국에 도착해서 몇 번 연락을 주고 받았다. 내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기성용은 먼저 연락해서 내게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다. 스페인어를 하는 한국인도 한 명 소개해줬고, 그밖에 도와줄 수 있는 선에서 모든 걸 도와주려 했다. 한국에서 직접 만난 적은 아직 없는데 지금도 하나하나 걱정해주는 점이 무척 고맙다.”
▲ 보르하가 한국에 온 이유: 파주의 프로젝트와 제라드 누스 감독
보르하 바스톤은 2024년에 6개월 동안 멕시코 리가MX의 파추카에서 잠시 선수 생활을 했다. 스페인과 잉글랜드 외 국가에서는 처음 경기를 뛰었다. 다만 보르하 바스톤이 멕시코로 이적한 건 자신의 의지보다는 레알오비에도와 계약 이행 과정에서 구단에 재정적 문제가 발생해 오비에도 구단주가 보유한 다른 팀 파추카로 적을 옮긴 것에 가까웠다.
반면 한국으로 온 건 순수한 본인 의지였다. 보르하 바스톤은 스페인 라리가.2에 있던 그라나다와 계약을 마치고 지금과는 다른 경험을 하고 싶었다. 스페인이나 잉글랜드가 아닌 다른 나라를 경험하고 싶었고, 한국이 눈에 들어왔다. K리그1 몇몇 팀에서도 제안이 왔는데, 보르하 바스톤은 K리그2 신생 참가팀인 파주로 향하는 파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사실 K리그1 구단 몇 군데에서 제안이 왔는데, 나나 가족들에게 편치만은 않은 요소가 있었다. 문화도 우리와 많이 달랐다. 그러던 중 파주에서 이적 제안이 왔다.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스페인 사람으로 꾸린 곳이었다. 제라드 누스 감독과 영상 통화를 했고, 구단에서도 모든 여건을 쉽게 만들어줬다. 언어는 분명한 장벽이었지만, 파주의 요건이 좋았다. 동료 선수들과는 영어로 최대한 소통하고, 한국어도 간단한 표현 위주로 배우고 있다. 팬들과 구단 관계자들이 많은 애정을 줘 지금 여기 있는 게 매우 좋다.”
“축구적으로는 행복하다. 파주는 신생팀이고, 발전하고 있는 팀이다. 그 프로젝트의 첫 일원이 돼 영광이다.”
그 말대로 보르하 바스톤이 파주에서 맡은 역할은 분명하다. 경험 많은 베테랑으로서 특히 스페인에서 배웠던 축구를 파주에 전수하는 게 하나의 목표다. 파주 동료들도 보르하 바스톤의 실력을 알기에 훈련 중 궁금한 부분들을 그에게 많이 질문한다. 또한 보르하 바스톤은 제라드 누스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을 인지했으며, 그것이 한국 축구와는 결이 달라 완벽히 녹아들기까지 시간이 걸리리라는 것도 안다.
“제라드 누스 감독의 특장점은 축구의 대한 열정과 헌신이다. 그것이 우리가 더 좋은 결과를 갖고 오게끔 만든다. 스페인에서 명확히 잡혀있는 개념이 여기서는 잡히지 않은 면들이 있다. 제라드 누스 감독은 그 점을 주입시키고 촉진시키려 한다. 완벽히 녹아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에 훈련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과 스페인 선수들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파우사(Pausa)’다. 경기 중에 선수들이 공을 잡고 쉬어가면서 고개를 들고 다른 누군가가 침투할 시간을 벌어주는 식의 파우사가 필요하다. 한국 선수들은 너무 급하게 하려는 성향이 많다. 열심히 하고 규율을 잘 따르는 장점이 있는 반면 너무 빠르게 플레이하려는 점도 있다.”
▲ 그리고, 가족을 위해
보르하 바스톤이 한국에 온 또 다른 이유는 가족이다. 보르하 바스톤은 가족을 위해 전심전념하는 사람이다. 인터뷰 중에도 가족 얘기만 나오면 환하게 웃었다. 한국에 온 이유도 얼마 남지 않은 축구 선수 생활 동안 가족들과 행복하게, 함께 살면서 축구를 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4월에 가족이 2주 정도 한국에 왔다. 가족들이 한국을 엄청 마음에 들어했고, 있는 동안 행복해했다. 6월에는 한국에 완전히 정착을 하러 온다. 여기 와서 다른 나라의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즐기면서 함께 살아가는 건 좋은 경험이 될 거다. 한국은 매우 좋은 나라고, 할 것도 매우 많다.”
보르하 바스톤은 선수 생활 내내 팀을 옮겼던 ‘저니맨’이다. 아틀레티코를 시작으로 파주까지 총 15팀을 거쳤다. 대부분 1, 2년 정도 짧은 기간이었기에 함께 거처를 옮겨야 했던 아내와 가족들의 고충도 분명 있었다. 보르하 바스톤은 그 점을 분명 알았고, 그렇기에 남은 기간은 가족과 함께 안정적인 삶을 꿈꾼다.
“아내와는 2010년에 처음 알았다. 아내와 나는 같은 동네 사람이고, 만난 지 16년이 됐다. 지금은 7세, 4세 자녀가 있다.”
“많은 팀을 옮겨다니면서 생긴 상황들이 쉽지는 않았다. 이사하는 건 물론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걸 버텨준 아내에게 매우 감사하다. 또한 나는 경쟁적인 사람이어서 경기 결과가 좋지 않으면 기분이 나빠지는데, 그럴 때마다 아내와 가족들이 많이 도와줬다. 아내도 어린 나이여서 쉽지 않았을 텐데 나를 물심양면 도와줬다. (인터뷰 당시) 선수 생활에서 4년 동안 혼자 살았던 이후로 가장 오랫동안 가족과 떨어져있다. 빨리 가족들이 오기를 바란다.”
보르하 바스톤은 현재 파주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축구에 있어서도, 생활에 있어서도 보르하 바스톤은 안정감을 찾았다. 그렇기에 그는 미래를 속단하기보다 지금을 만끽하면서 선수 생활 은퇴까지 꾸준히 축구를 즐기고자 한다.
“내 목표는 무조건 축구를 즐기는 거다. 훈련할 때마다, 경기할 때마다 즐기려 한다. 인생에서 축구의 중요성은 매우 높다.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축구를 즐기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축구화를 벗고 집에 갈 거다. 그때까지 파주에서 계속 아름다운 일들을 함께했으면 좋겠고, 파주가 언젠가 K리그1에 가는 날도 왔으면 좋겠다.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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