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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황인범의 포르투 이적은 계약조건과 전망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결정이었다. 남은 과제는 부상 없이 활약하는 것뿐이다.
21일(한국시간) 포르투갈 명문 포르투는 황인범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3년이고 1년 연장 옵션이 포함돼 있다. 황인범이 곧 30세 생일을 맞는다는 걸 감안한다면, 구단은 남은 전성기를 모두 포르투에서 보내길 기대하며 조건을 제시한 셈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적료는 500만 유로(약 84억 원)다. 번호는 16번이다.
황인범은 프란체스코 파리올리 감독이 한시라도 빨리 합류하라는 요청을 해 오면서 지난 주말 급히 출국했다. 포르투갈에 도착하자마자 메디컬 테스트와 최종 조건 조율, 서류작업을 진행했다. 속전속결로 영입을 발표한 포르투는 영입 확정 이튿날인 현지시간 21일부터 2026-2027시즌을 준비하는 프리시즌 훈련에 바로 황인범을 합류시킬 수 있게 됐다.
▲ 포르투 감독이 5년째 원했다
이번 이적의 첫 번째 키워드는 파리올리 감독이다. 파리올리 감독은 로베르토 데체르비 토트넘홋스퍼 감독의 사단에서 골키퍼 코치를 맡았던, 이탈리아에서 유독 지적인 유파의 일원이다. 프로 선수 경력 없이 피렌체 대학에서 철학과 스포츠과학을 공부한 뒤 데체르비 아래서 골키퍼 코치 경력을 쌓았다. 2020-2021시즌 데체르비의 품을 떠나 튀르키예 리그로 건너갔다가 그 시즌 말 카라귐뤼크가 감독대행을 급히 찾으면서 파리올리 감독을 사령탑으로 세웠다. 전술적으로 인정받아 튀르키예의 알라냐스포르에서 감독직을 이어갔다. 이후 프랑스의 니스 돌풍을 이끌었고, 2024-2025시즌은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를 지휘했다. 지난 시즌부터 포르투를 이끌며 리그 우승과 시즌 최우수 감독상을 달성했다. 다섯 번째 팀을 이끌며 경험을 쌓았음에도 아직 37세에 불과하다.
파리올리 감독은 튀르키예에서 감독 경력 초반을 보낼 때부터 황인범 영입을 추진했다. 당시는 황인범이 러시아 루빈카잔에서 뛰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새 팀을 찾아 나섰던 시절이다. 카잔은 튀르키예 전지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파리올리 감독은 튀르키예에서 보기 드문 짧은 패스 기반의 축구를 했기 때문에 테크니션 미드필더 황인범은 매우 매력적인 옵션이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파리올리 감독은 가는 팀마다 황인범 영입을 타진했다. 프랑스 리그에서도, 네덜란드 리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았다. 황인범의 카잔 다음 행선지는 당시 에이전트가 밀어붙인 그리스 올림피아코스였다. 아테네에서 1시즌 뛴 뒤 법정 분쟁 직전까지 간 뒤에야 에이전트를 바꾸고 간신히 팀을 옮기는 등 문제가 컸다. 결국 파리올리 감독의 구애는 5년 만에 실현됐다. ‘감독의 픽’이라는 점은 강호 포르투에서의 주전경쟁을 조금 더 희망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 페예노르트 지도부 교체를 이용, 이적료 깎고 연봉 높였다
황인범의 이적에서 특이한 건 이적료다. 2년 전 세르비아 츠르베나즈베즈다를 떠나 페예노르트로 왔을 때 이적료가 700만 유로(약 118억 원)였다. 그런데 이번에 포르투행 이적료는 500만 유로로 줄었다.
이적료가 떨어졌다는 건 페예노르트가 황인범의 매각을 적극 추진했다는 뜻인데, 그 배경에는 신임 단장의 새판짜기 프로젝트가 있다. 페예노르트는 지난 5월 로버트 엔호른 단장과 데비 리고 디렉터를 모두 새로 선임했다. 시즌 종료 후 로빈 판페르시 감독을 경질한 것도 사실 단장 입맛에 맞는 축구를 하겠다는 의미가 컸다.
엔호른 단장은 야구 선수로서 메이저리거 출신이라는 특이한 경력이 있다. 200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네덜란드 감독이기도 했다. AZ알크마르 단장으로서 축구계에 뛰어들어 야구에서 빌려 온 머니볼 개념을 접목시키려는 시도를 했고, 필드하키 선수 출신과 배구 선수 출신 등으로 특이한 팀 수뇌부를 구성했다.
AZ에서 10년 일한 뒤 처음 네덜란드 강팀을 맡는 상황이라 엔호른 단장은 굉장히 의욕적이다. 황인범 외에도 팀을 큰 폭으로 갈아엎는 중이다.
페예노르트 측의 매각 의사가 분명했기 때문에, 원래 1,000만 유로(약 169억 원)가 넘어 아무데도 못 갈 거라던 황인범의 이적료는 포르투가 상한선으로 제시한 700만 유로보다도 더욱 낮게 협상할 수 있었다.
이적료가 줄어든 만큼 황인범에게 돌아간 개인 조건은 향상됐다. 황인범은 애초에 페예노르트를 떠날 때 예상됐던 연봉보다 더 높은 조건에 사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4개국에서 원했지만, 황인범은 유럽에서 UCL 참가를 택했다
애초에 황인범 영입을 추진한다고 알려진 팀은 멕시코의 몬테레이였다. 페예노르트 단장 시절 황인범을 영입했던 데니스 터클로서가 현재 몬테레이 단장으로 이직했기 때문이다. 멕시코 상위권 구단들은 이적료와 연봉을 많이 쓰는 편이다. 심지어 프랑스 대표급 선수를 영입하기도 한다. 황인범에 대한 러브콜은 진심이었다.
중동에서도 황인범을 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복수 구단, 아랍에미리트(UAE) 구단이 황인범 영입 가능성을 타진했다.
빅 리그에서도 관심은 있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의 선덜랜드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황인범은 도전을 멈추고 안정을 택할 생각은 없었다. 유럽에서 페예노르트보다 급 높은 구단으로 가는 게 최우선이었다. 이 조건에 맞으면서 러브콜을 진심으로 보내 온 팀이 포르투였다. 최근 부상으로 많이 고생한 황인범은 30세를 앞두고 꾸준히 뛸 수 있는 환경,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 꾸준히 참가할 수 있는 팀이라는 점, 가족에게 좋은 육아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포르투행을 정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FC포르투 X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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