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드레이크, 젠지 e스포츠, 트럼프가 등장하는 ‘이탈리아 만년 하부리그팀 1억유로 유치 비결’ [트랜스퍼.1st]
2021년 승격 당시 큰 화제를 모았던 베네치아FC의 고급스러운 유니폼 및 마케팅. 베네치아 홈페이지 캡처
2021년 승격 당시 큰 화제를 모았던 베네치아FC의 고급스러운 유니폼 및 마케팅. 베네치아 홈페이지 캡처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탈리아 승격팀 베네치아가 올여름에만 3명 연속으로 이적료 지출 신기록을 깬다. 씀씀이가 달라진 배경을 살펴보면 래퍼 드레이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등장한다.

베네치아는 지난 시즌 세리에B(2)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리에A로 올라왔다. 18년 동안 하부리그에 머무르다가 2021년 모처럼 세리에A로 올라왔는데, 당시 금방 강등당했다가 2024-2025시즌 또 세리에A를 밟았고, 이번엔 강등 한해 만에 올라왔다. 만년 하부리그 팀에서 1부와 2부를 오가는 팀이 됐으니 분명한 발전이다.

이적시장 씀씀이가 전과 달라졌다. 이달 초 잉글랜드 사우샘프턴, 이탈리아 엘라스베로나를 거친 수비수 아르민 벨라코차프를 700만 유로(118억 원)에 영입하며 이적료 신기록을 세웠다. 일주일 뒤에는 체코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한 공격수 알비온 라흐마니 영입에 750만 유로(127억 원)를 썼다. 연속 이적료 신기록이었다. 베네치아가 한 선수에게 지출한 기존 최고액은 2021년 영입한 잔루카 부시오인데 그 기록이 600만 유로(101억 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 기록은 곧 다시 깨진다. 세비야 소속 공격수 아담스 영입에 1,700만 유로(287억 원)를 단번에 털어 넣을 전망이다. 확정 이적료가 이 정도고, 옵션까지 다 발동되면 2,300만 유로로 오를 수 있는 규모의 거래다. 옵션만 해도 기존 최고 이적료 기록 총액과 같다. 빅 클럽들이 보기에는 시시해보이는 액수지만 만년 이탈리아 하부리그 팀이었던 베네치아 입장에서는 엄청난 투자다.

선수의 프로필 역시 베네치아가 데려올거라 상상하기 힘든 수준으로 화려하다. 나이지리아 대표 공격수 아담스는 노르웨이 리그를 거쳐 2023년 프랑스 몽펠리에에 입단했고, 그 시즌 리그앙 10골을 달성했다. 최근 1년 반 동안 스페인 세비야에서 뛰었는데, 2025-2026시즌은 라리가 10골을 기록했다. 프랑스와 스페인 1부에서 각각 10골씩 넣었던 공격수를 베네치아가 영입하는 건 기존에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다.

돈이 어디서 났을까. 베네치아 홈페이지는 이달 초 새로운 투자 자금을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사업가 팀 레위키 및 프란체스카 보디가 베네치아에 자금을 투자했고, 보디는 아예 베네치아 회장직을 맡았다. 이들 덕분에 미국 투자펀드로부터 1억 유로(1,69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게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세리에A 승격팀 입장에서 꿈만 같은 액수다.

레위키는 미국 여러 스포츠 투자사에서 일하면서 경력을 이어 온 사업가다. 미국 구단 LA갤럭시가 데이비드 베컴을 영입하던 19년 전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이었다. 이후 다양한 종목에서 구단 경영과 경기장 건설 관련 사업을 벌이다가, 입찰 담합 혐의로 그가 세운 회사 오크뷰그룹의 임원직에서 사임했다. 이후 트럼프 미 대통령으로터 사면을 받고 스포츠 비즈니스 복귀의 첫발로 베네치아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2021년 승격 당시 큰 화제를 모았던 베네치아FC의 고급스러운 유니폼 및 마케팅. 베네치아 홈페이지 캡처
2021년 승격 당시 큰 화제를 모았던 베네치아FC의 고급스러운 유니폼 및 마케팅. 베네치아 홈페이지 캡처

베네치아는 두 인물을 구단과 연결시켜준 징검다리가 주주 중 한 명인 드레이크라고 홈페이지에 명시했다. 드레이크는 캐나다 출신으로 세계적인 명성과 인기를 얻은 래퍼다. 지난해 켄드릭 라마와 벌인 역대 최대 규모 디스전에서 큰 망신을 당했지만 이후에도 음악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레위키는 캐나다 각 종목 경영을 활발하게 벌인 회사 메이플 리프를 이끈 바 있는데, 이때 토론토랩터스(농구) 등을 통해 드레이크와 계약을 맺었다. 토론토는 원래 이탈리아 이민자가 많은 지역인데, 레위키가 경영하던 시절 축구팀 토론토FC는 세리에A 출신 마이클 브래들리와 이탈리아 대표 세바스티안 조빈코 등을 영입하며 이미 이탈리아 축구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1억 유로 규모의 공동 투자자로 구단이 명시한 인물 중에는 이스포츠 기업 젠지의 공동 창립자이자 현 부회장인 한국계 미국인 필립 현도 포함돼 있다. 다양한 배경의 미국 기업인 13명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베네치아는 이렇게 유치한 돈을 선수 이적료와 연봉으로 태워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는다. 18,500석 규모 신축 경기장을 내년 말까지 완공하기로 했다. 아울러 실내 경기장 겸 공연장으로 쓸 수 있는 아레나도 건설해 베네치아 연고 농구팀 등과 상생하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프로젝트를 꿈꾸고 있다. 경기장 신축은 베네치아뿐 아니라 이탈리아 많은 구단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벌이는 프로젝트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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