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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수원] 김진혁 기자= “폭탄 돌리기, 실수하기 싫은, 본인들 이미지, 팬분들께 욕먹을까 봐” 이정효 수원삼성 감독이 열거한 지양점이다.
지난 1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2 2026 22라운드를 치른 수원삼성과 수원FC가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수원은 승점 41점으로 1위 유지, 수원FC는 승점 37점으로 2위 도약했다. 이날 공식 관중수는 21,153명이었다.
이날 경기 종료 후 이 감독의 표정은 상기돼 있었다. 경기 소감에 대해 몇 초간 침묵 후 답을 한 이 감독은 “참 힘들다. 많이 힘들다. 매 경기 아쉽게 경기한다. 그것도 실력인 것 같다, 골대를 맞아 아쉽다고 할 수 있지만, 그냥 실력인 것 같다. 좋은 상황을 만들고 스스로 무너진다”라며 쓴소리를 시작했다. ‘프로는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해야 한다’라는 마음가짐이 우선시 돼야 한다며 질책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기본적인 실수가 너무 많았다. 어떻게 보면 비겁한 플레이를 한 것 같다”라며 질타의 이유를 밝혔다. 이 감독이 말하는 ‘기본’은 패스, 슈팅, 드리블 등 단순한 기본기에 그치지 않는다. 통제와 제어로 대변되는 ‘이정효 축구’의 관점으로 볼 때 기본은 ‘약속된 플레이’에 더 가깝다. 이날 이 감독은 상황마다 더 도전적인 선택지 택할 것을 선수들에게 주문했음에도 실수를 두려워해 이를 기피했다는 데 분노했다.
이 감독의 축구는 경기 중 발생하는 모든 상황에 대해 득점과 더 가까운 선택지를 택하는 데서 출발한다. 복잡한 후방 빌드업, 측면 삼각 대형, 포켓 공간 활용 등 모두 같은 요지다. 이날 전반전까지만 수원의 경기력은 이 감독 의도대로 흘러갔다. 쉽게 말해 이 감독과 선수들의 약속이 전반 내내 잘 지켜졌다.
이날 수원은 수비 시 4-2-4 형태를 구사했다. 브루노 실바, 헤이스, 김결, 페신 공격진을 1열 종대 배치해 수원FC 후방 빌드업을 방해하고자 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상대 공격 중심인 프리조에게 패스가 공급되지 않았고 자연스레 패스 방향은 측면으로 한정됐다. 상대를 원하는 공간으로 밀어넣은 뒤 강한 압박을 걸어 공을 뺏어냈다. 이따금 중앙으로 시도되는 패스도 워낙 공간을 촘촘히 막고 있다 보니 차단하기 용이했다.
공격 장면도 인상 깊었다. 부임 초부터 이 감독은 미드필더들의 라인 브레이크 패스를 강조했다. 상대 1차 압박을 풀어내는 전진 패스가 통과되면 그만큼 득점 확률이 높은 공간을 점유할 수 있게 된다. 전반 5분 페신, 헤이스, 페신을 거치며 선제골이 된 공격 전개 패스도 파이널써드 공간을 깨부수는 전진 패스가 유효타가 됐다.
이렇듯 전반의 수원은 실수를 두려워하기보단 도전을 즐기는 플레이로 좋은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나 후반전은 달랐다. 상대 추격으로 1-1 균형이 맞춰지다 보니 수원 공격이 점차 도전보다는 안정으로 점철됐다. 특히 전반전 재미를 본 미드필드에서의 과감한 전진 패스가 줄어들면서 압도하던 경기 흐름도 점차 상대와 균형이 맞춰졌다. 결국 뜨거운 홈 분위기에도 후반전 수원의 공격은 원활히 전개되지 않았다. 오히려 압도적인 원정 분위기 속에서 역전을 놓친 수원FC가 더 아쉽게 느껴질 법한 경기 내용이었다.
이 감독은 전후반 경기력 차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들이 약속한 플레이를 하지 않았다는 것에는 분노를 쏟았다. 경기 종료 후 이 감독은 “용기 있고 시도하고 그 경험치로 성장을 해야 한다. 성장하기 위한 플레이가 아닌 ‘폭탄 돌리기’, ‘실수하기 싫은’, ‘본인들 이미지’, ‘팬분들께 욕먹을까봐’ 등을 한다”라며 다소 직설적인 단어 선택까지 보였다.
이 감독은 언제나 실패를 두려워하는 플레이를 경계했다. 이 감독의 축구는 통제된 시스템, 스위칭 움직임, 효율적인 공간 장악 등 복잡한 표현을 떠나 한 마디로 '도전하는 축구’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비겁한 플레이는 실패가 두려워 전진 패스, 드리블, 마무리 슈팅 등을 피하는 태도다. 평소 수원 훈련장에서도 이 감독은 선수들과 ‘미드필더는 전진 패스’, ‘윙어는 일대일 돌파’, ‘공격수는 마무리’ 등 경기 중 도전적인 플레이를 권장할 것을 일종의 약속처럼 맺어 왔다. 혹여나 실패했을 때 팬들의 야유를 겁내지 말라며 본인 플레이에만 집중할 것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주장 홍정호도 '비겁한 플레이'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빛 때문에 헤더를 못했을 때, 잔디 때문에 공이 튈 때 등 핑곗거리가 있다. 선수들이 자신의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하고 변명거리만 찾으려고 한다. 그래서 감독님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싶다"라며 자신의 실수가 발생했을 때 선수로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비록 승리하지 못했지만 수원은 여전히 K리그2 선두에 있다. 중요한 건 다른 팀의 결과가 아니라 자신들이 약속한 축구를 얼마나 꾸준히 보여주느냐다. 이 감독이 원하는 것도 결국 선두에 걸맞은 축구다. 수원의 가장 큰 목표는 당연히 ‘승격’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1위의 축구’를 보여주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목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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