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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파주] 김희준 기자= 제라드 누스 감독은 홈에서 경기 전 인터뷰를 할 때마다 구단 홍보에 여념이 없다. 지난 16일 성남FC와 홈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제라드 누스 감독은 인터뷰 전 가변석 뒤편에 설치된 풀장을 가리키며 “왜 저기에서 인터뷰를 하지 않는 건가”라며 웃었다. 파주는 여름철 가변석 뒤편을 풀장으로 활용해 가족 단위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유인을 만들고, 팬들에게 무더위 시원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제라드 누스 감독은 구단 스폰서가 만든 안경을 쓰고 오는가 하면 가변석이 설치된 뒤에는 이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의 파주 사랑은 그간 조명될 기회가 많지 않았다. 파주가 올 시즌 K리그2에 처음 참가한 구단으로 아직 팬이 많이 모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파주가 좀처럼 홈에서 승리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파주는 당장의 결과보다 빛날 가치가 있는 팀이었다. 월드컵 휴식기 이후에는 스리백과 포백을 상황에 맞게 혼용하며 탄탄한 조직력을 선보였다. 비록 득점이 나오지 않아 생각만큼 많은 승수를 쌓지는 못했지만, 7월부터 치른 리그 7경기에서 2실점 이상을 허용한 경기가 한 번도 없었다는 건 그만큼 파주가 단단한 팀이 됐다는 증거였다.
이번 성남전은 파주에 저력이 생겼음을 증명하는 경기였다. 파주는 이날 3-5-2 전형으로 출발했다. 이제호와 보르하 바스톤이 공격진을 구성했고 이준석, 최범경, 바에즈가 미드필더진을 이뤘다, 이민기, 노승익이 윙백에 위치했고 보닐라, 홍정운, 전현병이 수비벽을 쌓았으며 류원우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파주는 전반 초반 발이 빠른 사이드백을 활용한 성남 공격에 맥을 추리지 못했다. 전반 14분에는 유주안의 크로스를 홍정운이 막으려다 핸드볼 반칙을 범해 페널티킥을 내주고, 전반 18분 이정빈에게 페널티킥 실점을 허용했다. 올 시즌 파주가 리그 역전승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좋지 않은 출발이었다.
파주는 이때부터 유연한 전술 변화로 서서히 경기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스리백 중앙에 있던 홍정운이 점차 최범경과 중원에서 짝을 이루는 경우가 잦아졌다. 자연스럽게 메찰라처럼 움직이던 이준석과 바에즈가 윙어처럼 서면서 4-4-2 전형으로 변화가 일어났다. 전반에는 포백과 스리백이 혼용되는 것에 가까웠다면, 후반에는 바에즈와 전현병 대신 유재준과 김민호를 투입하며 완전히 4-4-2로 포메이션을 바꿨다. 이전보다 측면이 두터워지고 중원에 안정감이 배가되며 성남 공격의 위력도 줄어들었다.
파주의 전형 변화에 성남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틈을 타 파주는 속사포처럼 득점을 뽑아냈다. 후반 4분 유재준이 왼쪽에서 올린 코너킥이 날카롭게 문전으로 향했고, 이제호가 타점 높은 헤더로 공을 꽂아넣었다. 후반 12분에는 이민기가 정확한 타이밍에 올린 크로스를 이제호가 오른발 바깥으로 곧장 마무리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들어 성남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더해지면서 파주가 2-1로 홈에서 133일 만에 리그 승리를 가져갔다.
경기 후 제라드 누스 감독은 승리에 매우 기뻐했다. 그는 “파주 구단주, 코칭스태프, 선수단, 사무국에 모두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며 “K리그2는 쉬워보일 수 있어도 직접 맞닥뜨리면 너무도 어려운 리그다. 상당히 대등한 경기였다. 성남을 상대로 원정에서도, 홈경기에서도 이겼다. 역사적인 팀을 두 번 이기는 건 기쁜 일이다. 역전승도 기쁘다”라고 총평했다.
한편으로는 중요한 가치를 지키며 이뤄낸 승리였기에 더욱 값졌다는 말도 남겼다. 제라드 누스 감독은 “지금껏 홈에서 많이 못 이겼다. 경기를 이기는 건 항상 어렵다. 코리아컵 승리도 정말 힘들었다.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 승리를 이룰 수 있었다”라며 “당연히 승리도 좋지만, 승리에만 집착하지 않으려 한다. 축구가 돌아가려면 많은 면이 필요하다. 구단 모든 부서가 잘 돌아가게 만들어야 한다. 어떤 경기를 하든 경쟁력을 갖추는 게 목표다. 승리뿐 아니라 다른 목표가 많다”라고 강조했다.
파주는 K리그2 참가 첫해에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프닝 퍼포먼스가 있다. 오프닝 퍼포먼스는 구단 상징인 독수리를 날리는 포르투갈의 벤피카, 전기톱으로 통나무를 자르는 미국의 포틀랜드 팀버스 등 유럽과 미국 축구계에 있는 개념이다. K리그에서는 파주가 최초로 이를 도입해 홈경기마다 주제에 맞는 오프닝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번 경기에는 광복절을 맞아 천창암 광복회 파주시지회장, 남동민 애국지사의 후손 남성철 씨, 파주 서포터드 핑크블루의 한국인 씨를 모시고 오프닝 퍼포먼스를 펼쳤다. 남동민 애국지사는 파주에서 독립만세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독립운동가의 후손과 파주의 평범한 시민이 함께 철문을 여는 모습은 파주가 나아가고자 하는 화합의 방향을 연상케 했다.
의미 있는 행사가 지속되고 추진력을 얻으려면 결국 경기장 안에서 승리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 승리를 위해서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 파주와 같은 신생팀이라면 더욱 과정을 탄탄히 밟아야 한다.
파주가 탄탄하게 기반을 다진 결실이 경기장 안에서 서서히 맺어지고 있다. 파주는 시즌 초반부터 경기력으로 주목받았지만, 시즌이 거듭될수록 K리그2 팀들의 너른 인정을 받았다. 최근 파주를 상대한 한 구단 관계자는 “제라드 누스 감독의 파주는 마치 지난해 차두리 감독의 화성FC를 연상케 한다”라며 파주의 잠재력을 높이 샀다.
제라드 누스 감독은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언젠가 파주스타디움이 꽉 차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우리는 신생팀이고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 충분히 이뤄낼 수 있는 꿈”이라고 말했다. 경기력과 결과, 파주의 여러 구단 행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제라드 누스 감독의 꿈은 정말로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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