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문에 도연이가 또?” 브루노 실바의 털 관리 루틴이 유발한 ‘삭발’ 소동 [케터뷰]
브루노 실바(수원삼성).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브루노 실바(수원삼성).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천안] 김진혁 기자= 평소처럼 머리를 짧게 깎은 브루노 실바인데 오히려 이를 본 수원삼성 유망주가 의지를 불태웠다.

지난 22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2 2026 23라운드를 치른 수원삼성이 천안시티FC를 1-0으로 꺾었다. 이날 결과로 수원은 승점 44점으로 1위를 유지했다. 천안은 4승 9무 9패로 14위에 머물렀다. 공식 관중수는 13,068명이었다.

경기 전 수원 선수 몇 명의 헤어스타일이 눈길을 끌었다. 2005년생 유망주 김도연과 주축 외국인 브루노 실바가 머리를 바짝 짧게 깎고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최근 어린 선수들을 향한 이정효 감독의 공개적인 쓴소리와 소셜미디어(SNS) 경계령 등을 미뤄볼 때 선수들의 의기투합 행동이라고 보일 법했다. 실제로 이 감독도 만족했다. “좋은 것 같다. 서로 하고자 하는 의지가 커서 본인들이 하는 거니 좋다”라며 경기 전 만족감을 표했다.

김도연과 브루노 실바의 삭발 투혼에는 재미난 비화가 있었다. 이 감독에게 공개적인 쓴소리를 들은 김도연은 지난 수원FC전이 끝나고 이틀 휴가 동안 머리를 바짝 자른 채 복귀했다. 정신 차리겠다는 의지를 스스로 다진 건데 공교롭게 브루노 실바도 똑같이 머리를 바짝 밀고 나타났다. 김도연보다 더 많은 출전 시간을 받고 있고 게다가 외국인인 브루노 실바도 나름의 의지를 다진 걸로 해석한 김도연은 브루노 실바보다 본인의 머리가 더 길다고 느껴 이미 삭발한 머리를 다시 한번 바짝 치며 와신상담했다. 이 감독도 선수들끼리 의지를 다지며 경쟁하는 모습에 흡족해했다.

그런데 브루노 실바의 의도는 김도연의 생각과 다소 달랐다. 결연한 의지로 삭발한 김도연과 달리 브루노 실바는 그저 5년째 하고 있는 ‘루틴’ 중 하나였다. 공교롭게도 김도연과 삭발 시기가 겹치면서 김도연이 이미 짧은 머리를 한 번 더 깎는 경쟁심리까지 이어졌다.

브루노 실바(수원삼성). 김진혁 기자
브루노 실바(수원삼성). 김진혁 기자

경기 종료 후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난 브루노 실바는 “사실 이번만 한 게 아니다. 내 루틴이다. 서울이랜드 때, 작년에도 1년에 한 번씩 꼭 자른다. 이번에 타이밍이 약간 겹쳤다. 흐름이 안 좋을 때도 계속 미루고 있었다. 나도 삭발이 한국에서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다. 동기부여라고 들었다. 공교롭게 겹친 거지 ‘무조건 잘해야겠다’ 같은 마음으로 자른 건 아니다. 그래도 열심히 하려는 의지처럼 보이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삭발을 루틴으로 삼은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머리가 화제가 되긴 했지만, 난 그저 약간의 변화를 주려는 것뿐이다. 수염도 가끔 민다. 오늘은 안 밀었다. 변화를 주고 싶을 때 제모를 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머리를 민 게 제일 임팩트가 크지 않았을까 싶다”라며 털 관리가 루틴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특히 스포츠에서 삭발의 의미는 남다르다. 브루노 실바는 “너무 감사하다. 내 머리를 팬분들께서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난 수원이라는 팀을 너무 사랑한다. 오늘 원정 경기도 팬분들이 꽉 채워주셨다. 수원 팬들을 정말 사랑하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사실 머리가 짧아졌다고 더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하다. 펌을 하든, 장발을 하든 항상 같은 마인드로 준비하고 경기를 뛰기 때문에 그런 마음도 조금 알아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밝혔다.

김도연(수원 삼성). 서형권 기자
김도연(수원 삼성). 서형권 기자

본인 때문에 김도연이 다시 머리를 밀었다는 에피소드에 대해선 “지금 내 머리는 (박)현빈이 작품이다. 박현빈이 내 머리를 직접 밀어줬다. (김)도연이가 머리를 또 밀었다는 걸 듣도 나도 웃었다. 도연이한테 보라고 일부러 내 머리를 자른 건 아니었는데 또 그렇게 받아들였다니 웃겼다”라며 유쾌한 반응을 보였다.

수원은 승점 3점을 획득했지만,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 감독은 훈련 성과가 실전에 100% 반영되지 않는다면서 어린 선수들의 분발을 요구했다. 최근 들어 이 감독은 SNS 경계령 등을 비롯해 어린 선수들을 향한 쓴소리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정효 수원삼성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정효 수원삼성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관련해 브루노 실바는 “어린 선수들한테 말하고 싶다. 감독님께서 항상 훈련 때 100%를 요구하신다. 말은 쉽지만, 어떤 선수는 나도 모르게 100%를 안 쏟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훈련 때 안 하고 경기 때 한다고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 나도 말하기 조심스럽다. 사실 나도 외국인이지만, 어린 나이다. 항상 훈련 때 어린 선수들에게 이야기하곤 한다. 조금 과할 때도 있다. 훈련 때 엄청 소리를 지른다. 내가 압박을 갈 때 옆 동료도 같이 가야 한다고 소리를 치곤 하는데 어린 선수들은 그걸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나중에는 오해가 생기지 않게 사과하고 이야기도 나눈다”라고 공감했다.

그러면서 “나도 느끼는데 감독님이 안 보이시진 않을 거다. 나한테도 감독님께서 맨날 요구하고 소리 지르신다. 공격, 수비 전부 이야기한다. 나도 보는 데 그런 걸 이해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아쉽다. 그때마다 선수에게 이야기를 하지만, 감독님께서는 그 자체가 더 불만족스러울 거다”라며 이 감독 쓴소리의 의미를 짚었다.

조언도 건넸다. “같은 팀 동료인데도 불만족스럽고 조금 이해가 안 되는 걸 감독님께서 이야기하신 듯하다. 내 생각에는 기본적인 게 중요하다. 정말 말 그대로 열심히 하고 더 뛰고 동료와 함께 하는 등 전부 기본적이다. 만약 나보다 다른 어린 한국 선수들이 준비를 더 잘한다면 내가 감독이어도 그 선수를 선발로 쓸 것이다. 실수 하나 하면 감독님 눈치를 보곤 하는데 안 그랬으면 좋겠다. 좋게 받아들이면서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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