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원클럽맨→천안시티FC 주장’ 고태원의 축구 인생 첫 ‘광양 원정기’
고태원(천안시티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고태원(천안시티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천안] 김진혁 기자= 한평생 축구 인생을 함께한 곳을 10년 만에 떠났다. 이 자체만으로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 것이다. 그런데 하늘색 유니폼을 입고 고향에 방문한 고태원의 팔에는 노랑 완장까지 차 있었다.

고태원은 전남드래곤즈 원클럽맨 출신이다. 인천광역시에서 태어나 10대 시절을 보낸 뒤 호남대학교 진학하며 20대부터 호남 지역과 첫 인연을 맺었다. 호남대 졸업 후 고태원은 전남 입단하면서 본격적인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통산 166경기 7골 1도움. 1년, 2년, 5년 그리고 10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달려온 고태원은 군 복무 시기를 제외하면 오직 전남에서만 20대 세월을 모두 보냈다. 신체 기량이 정점을 찍었을 30대 초에는 전남 주장을 역임하면서 구단 정체성까지 확실히 입었다. 그는 막연하게 이곳에서 은퇴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겨울 고태원의 축구 인생이 변곡점을 맞이했다. 고태원이 전남을 떠났다. ‘풋볼리스트’와 인터뷰에서 고태원은 “작년에 전남과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이었다. 워낙 오랜 시간을 전남에서 있었기 때문에 막연하게 여기서 은퇴하고 지도자를 하고. 그런 생각도 하긴 했었다. 한편으로는 ‘아 언젠가는 내가 다른 팀으로 갈수도 있겠다’라는 생각도 했어다. 근데 그 시기가 작년 연말이 될지 몰랐었다”라며 이야기를 풀었다.

“점점 시즌을 치르다 보니까 지난해 막판 K리그2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었다. 계약 문제보다는 경기에 더 집중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계약에 대해서 좀 미뤘었다. 구단이랑 저랑 많이 미뤘었다. 시즌이 다 끝나고 연장 계약에 대해서 논의했다. 결국에는 구단이 원하는 목표와 내가 선수로서 원하는 목표와 평가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서로 노력은 했다. 구단도 노력했고 저도 노력을 했다. 서로 욕심을 내서 안 좋게 끝났다기보다는 서로 자연스럽게 이견이 있었다. 계약이 만료되는 걸로 마무리했다.”

고태원(전남드래곤즈 시절).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고태원(전남드래곤즈 시절).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적시장으로 나온 고태원은 박진섭 천안 감독의 러브콜을 받자마자 고민도 없이 천안행을 결심했다. 박 감독의 신임까지 일찌감치 얻으며 고태원은 동계 훈련 간 주장직을 사실상 ‘통보’ 받았다. 어린 선수가 주인 천안에서 고태원은 정신적 지주이자 수비진 리더로서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어려움도 있었다. 개막 3경기 만에 햄스트링 부상을 입었다. 재활 중 또다시 부상을 입으며 복귀가 늦어졌고 결국 지난 8월 가까스로 돌아왔다.

복귀가 자칫 늦었다면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없을 뻔했다. 올 시즌 K리그2는 17팀 체제로 팀별 32경기를 소화한다. 때문에 팀당 맞대결은 단 두 차례, 홈과 원정 한 번씩이다. 천안은 전반기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전남과 맞붙었다. 이후 후반기 광양축구전용경기장으로 전남 원정을 떠났다. 다행히 그전에 돌아온 고태원은 친정 원정길을 동행할 수 있었다.

고태원(천안시티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고태원(천안시티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난 8월 28일 천안은 전남과 24라운드 맞대결을 펼쳤다. 적으로서 전남을 상대하는 건 고태원 축구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감정도 복잡미묘했다. “너무 오랜만에 광양을 갔다. 정말 시골이다. 도시 자체가 굉장히 정적이다. 천안에 처음 왔을 때 사람도 많고 유동 인구도 많아서 하루가 바쁘게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원정길을 떠나면서 뭔가 익숙한 그림, 익숙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원정 호텔도 항상 지인들 얼굴 보러 잠깐 이렇게 인사하러 가는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제가 하루 머물고 경기장으로 떠나는 그 기분이 조금 복잡했다”라고 밝혔다.

손님 입장으로 맞은 친정 안방도 어색한 건 마찬가지였다. “원정 라커룸을 들어가는데 홈팀이 아니라 원정 라커룸이 어떻게 생긴지도 몰랐었다. 전남에 10년 있으면서 홈과 원정 라커룸 환경이 다르다는 걸 처음 알았다. 화장실이 어딘지도 몰랐다. 샤워실도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편하게 경기를 잘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아쉽게도 결과는 0-1 패배였다. 고태원은 “상대 팀도 우리 팀도 부상 없이 잘 마쳤다. 결과는 아쉽게 됐지만 그래도 내용이 준비한 대로 됐다. 그래서 더 아쉽다. 결과가 이겼으면 더 좋았을 텐데 도움이 더 되고 싶어서 좀 더 열심히 뛰었던 것도 있었다”라며 원정 소감을 말했다.

전남 팬들과 대면한 순간도 특별했다. “전남 팬분들에게는 항상 감사하다. 경기 마치고 저희가 라커룸을 정리하고 늦은 시간에 나왔음에도 저를 기다려 주시는 팬분들이 좀 많았다. 굉장히 고마웠고 한편으로는 그래도 축구 선수로서 제가 전남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 느꼈다.그래도 선수 생활을 잘했다는 기분이 들었다”라고 회상했다. 고태원의 전남 원정기는 말미에 남긴 한마디로 정리됐다.

“네. 홀가분합니다.”

(천안시티FC 고태원의 더 많은 인터뷰는 곧 공개됩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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