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하던 것이라 편안했다’ 모레노 감독에 대한 공통된 증언 ‘월드컵과 경기력 달랐던 이유’
로베르트 모레노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로베르트 모레노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이번 에콰도르전에서 대승을 거둘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새로운 옷을 입기 위해 적응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모레노호가 기분 좋은 출항을 했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초청 친선경기를 치러 에콰도르를 3-0으로 완파했다.

이날 한국은 발을 맞출 시간이 거의 없었음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구조적으로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후방 빌드업 시 3-2-5, 수비 시 4-4-2 내지 5-3-2를 만들고 공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고자 했다. 물론 전반에는 구조를 지나치게 중시하다가 유기적인 플레이가 나오지 않거나 강한 압박 시 대형이 흐트러지는 등의 문제도 있었지만, 후반 들어 그 부분들에서 확실히 개선되며 더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

한국은 지난 1년 3-4-3 전형을 사용했고, 이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주요 전술로 활용했다. 그러나 대표팀 선수 대부분에게 맞지 않는 옷이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졸전 끝에 조별리그 탈락 수모를 겪었다. 이번에는 월드컵 때와 달리 포백 기반의 4-4-2로 나섰고, 선수들이 이전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월드컵 당시 스리백의 윙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던 설영우와 이태석은 이날 각각 선발과 교체로 경기를 뛰며 자신들이 한국 최고 수준의 사이드백임을 입증했다.

포백이 더 나은 옷이었다는 건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김민재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나 “오늘 생각보다 공간이 많이 있어서 우리 쪽에서 한범이랑 저랑 많은 공간을 활용해서 플레이할 수 있어서 재밌었다. 우리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포백을 쓰는 선수들이라 더 편안하게 했다”라며 대표팀에서 더 나은 경기를 했음을 인정했다.

전형뿐 아니라 포지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경기에서 평소 뛰지 않던 포지션에서 뛴 선수는 거의 없었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이재성 정도가 모레노 감독의 실험을 받았다 할 수 있다. 이재성도 4-4-2의 중앙 미드필더가 익숙지 않을 뿐 소속팀 마인츠에서는 3-5-2의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 중이다. 축구지능이 매우 뛰어난 선수이기에 이재성은 중앙 미드필더에서도 무리 없이 1인분을 해내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특히 양쪽 윙어로 깜짝 선발된 송민규와 정승원은 사실상 최근까지 FC서울에서 호흡을 맞췄던 그대로 에콰도르전에 나왔다 해도 무방했다. 연계와 킥이 좋은 정승원은 오른쪽에서 동료들과 호흡하며 기회 창출을 노렸고, 송민규는 상대적으로 대형에서 떨어져 상대와 직접 1대1을 맞붙기 위해 노력했다. 정승원은 좋은 연계와 강한 압박으로 오른쪽에서 제 역할을 수행했고, 송민규는 후반 들어 중앙으로 들어오는 빈도를 늘리며 오현규의 선제골을 돕는 등 레프트윙으로 준수하게 활약했다.

이동경(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이동경(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교체로 들어온 선수들도 평소 소속팀에서 뛰던 그대로 경기장에 들어왔다. 그중에서 김봉수는 오랜만에 대표팀에 차출돼 경기를 펼쳤음에도 편안하게 대전에서와 같은 수준의 좋은 경기력을 펼쳤고, 후반 42분 감각적인 스루패스로 이동경의 득점을 도왔다. 이동경은 대표팀에서 주로 오른쪽 윙으로 활용되던 선수였는데, 이날은 득점을 노리는 세컨 스트라이커로 쐐기골을 작성했다.

이날 모레노 감독을 경험한 K리그 선수들은 입을 모아 소속팀에서와 같은 역할을 한 덕에 좋은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정승원은 “감독님이 좋아하시는 부분들과 (기존 내 역할이) 많이 겹친 것 같아서 너무나 좋은 경기였다. 제가 더 보완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감독님 전술을 빨리 말 안 해도 익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득점포를 가동한 이동경 역시 “감독님은 딱 한 말씀해 주셨다. ‘너가 골을 넣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으니 즐겁게 해봐’라고 해주셨다”라며 “처음 소집됐을 때 미팅에서 제가 세컨드 스트라이커 위치에서 플레이할 거라고 하셨다. 울산에서도 하고 있는 포지션이다. 그러다 보니 좀 더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대표팀에서 소속팀과 같은 포지션으로 뛴 게 득점의 비결이라 밝혔다.

사진= 풋볼리스트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