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우 “모레노 감독과 함께 하는 새 대표팀이 기대되는 이유” [뽈터뷰]
조현우(울산HD). 김정용 기자
조현우(울산HD). 김정용 기자

[풋볼리스트=울산] 김정용 기자= 조현우는 훈련 후 딱히 머리를 만지거나 로션을 바르지 않은 채 곧바로 인터뷰를 진행하자고 했다. 스타일링을 포기한 게 아니라 그 반대였다. 훈련 중에도 딱 고정한 머리모양과 완벽한 선크림 상태를 유지했기 때문에 신속한 진행이 가능했다. 장갑을 벗고 잔디를 툭툭 털어내자 조현우 특유의 스타일 그대로였다.

언제나 한결같다는 말은 경기력에도 들어맞는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올해 전반기는 어느 때보다 조현우 위기설이 강했다. 2024년 K리그1 MVP를 수상하며 이운재 이후 두 번째 골키퍼 MVP가 됐지만, 울산의 리그 3연패 모두 조현우가 MVP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선방 능력을 자랑해 왔던 선수가 조현우다. 지난해 팀 성적은 9위로 추락했지만 ‘조현우 덕분에 강등을 면했다’는 팬들의 호평은 여전했다. 그런데 올해 전반기에 대한 시선은 그렇지 않았다. 34세 나이가 겹치면서 일시적인 부진이 아닌 에이징 커브라는 우려가 번졌다.

최근 조현우의 객관적 지표는 여러모로 좋아졌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실패를 겪고 울산으로 돌아오더니 골키퍼로서는 드문 어시스트 기록, 김천상무전을 통한 라운드 베스트 11 골키퍼 선정, 현존 최강 FC서울을 상대로 보여준 2경기 연속 맹활약 등으로 살아났다는 반응이 많았다.

조현우 본인의 의견은 어떨까? 그는 애초에 부진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선수라면 부진이라는 말에 민감하기 마련이지만 조현우는 단순한 반감을 넘어 자신이 왜 한결같았는지, 눈에 보이는 장면으로는 왜 골키퍼의 경기력을 가늠할 수 없는지 조목조목 설명했다. 나아가 홍명보 감독과의 실패를 뒤로하고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과 함께 하는 대표팀에서도 입지를 지킬 수 있다는 기대를 밝혔다. 이하 지난 16일 진행한 인터뷰 전문.

▲ 전반기 부진? 그런 건 없었다

“제가 스스로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팀적으로 워낙 공이 많이 날아왔거든요. 그래서 실점이 많았죠. 제 탓을 하는 건 골키퍼니까 당연한 일이지만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월드컵 발탁에 대한 팬들의 우려와 달리 제 마음은 편안했어요. 제가 안 뽑히더라도 누구든 월드컵에서 분명히 잘 할 선수가 가는 거니까요. 어차피 저와 김승규 선수도 나이가 있으니까 세대교체가 다가오고 있잖아요.”

조현우는 에이징 커브라는 말이 지금쯤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반응했다. 외부에서 어떻게 보든 베테랑 스스로 “멋지게 익어가는” 시기로 삼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과거에는 엄청나게 열정적이었다면 지금은 경험을 통해 좀 더 안정적인 모습을 추구한다. 언제 패스가 올지, 언제 상대 슛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는지 감이 더 좋아졌다고 자평한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존감이 워낙 높아 남들이 뭐라든 신경 쓰지 않겠다는 삶의 태도로 보였다. 그는 “좋은 기회가 된다면 리그 MVP를 또 노려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점하는 조현우(한국)와 득점하는 에반 게상(코트디부아르). 게티이미지코리아
실점하는 조현우(한국)와 득점하는 에반 게상(코트디부아르). 게티이미지코리아

▲ 내 킥이 터무니없이 빗나가는 듯 보인다면, 그건 착각이다

조현우는 지난 7월 FC서울 원정에서 울산 입단 후 첫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조현우가 멀리 차낸 킥이 최전방에서 뛰는 야고를 향했다. 땅에 튕긴 공을 야고가 집요하게 확보한 뒤 마무리하면서 보기 드문 골키퍼 어시스트가 완성됐다. 조현우는 월드컵 다른 나라들을 통해 얻은 힌트라며 “골키퍼가 직선적인 패스를 굉장히 많이 하더라고요. 우리 팀 전술에도 그런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야고와 눈이 마주치면서 연결되기만 하면 골이라는 생각으로 시도했어요”라고 말했다. 내친김에 선방에 비해 빌드업 능력이 약하다는 고정관념에 대해 묻자 그는 차근차근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골키퍼라면 이해할 만한 말을 하나 알려드리자면, ‘연결할 때 불안하면 아웃시켜라’라는 말입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이렇게 배워요. 옆으로 공을 차내면서 수비가 정비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배우는 거죠. 사실 세계적인 추세와는 다르죠. 그래서 대표팀 감독님이 바뀌실 때마다 어느 방침을 따라야 하는지 좀 힘들기도 해요. 어려서부터 배워 온 원칙과 새로운 감독님의 원칙 사이에서 판단하는 건 결국 저거든요. 공을 버려야 할 때도 있다고 생각하곤 해요.”

▲ 울산이 또 추락하지 않으려면,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

울산은 K리그1 2위를 지키고 있다. 개막 후 한달 동안 선두였고, 그 뒤로는 약간 오락가락하는 기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2위에 올라 있다. 선두 서울과 승점차가 벌어져 우승은 사실상 힘들지만 지난 시즌보다 일곱 계단이나 끌어올린 순위다. 조현우는 김현석 감독이 제시한 “도전자의 입장이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에 따라 늘 겸손하게 경기에 임한다며,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지금보다 더 단단하게 뭉친다면 내년에 제대로 부활할 거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돌아보면 아쉬운 점이요? 감독님이 빠르게 바뀌시는 와중에, 그래도 감독님이 원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모든 선수들이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올해는 김현석 감독님이 부임하신 뒤 제시한 걸 다같이 따라가고 있거든요. 앞으로 축구를 하면서도 이 점이 정말 중요할 것 같아요. 그 분의 이야기를 따라야죠. 그러니까 감독이잖아요.”

조현우(울산HD). 서형권 기자
조현우(울산HD). 서형권 기자

▲ 내 선발보다, 어느 감독이 선임되는지 지켜볼 때 더 긴장했다

모레노 감독의 첫 명단발표 때 긴장했냐고 묻자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답한 조현우는 오히려 선임 과정에서 긴장했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좋은 감독이 선임돼야 대표팀의 방향성이 잘 정립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새 감독에 대한 조현우의 생각은 긍정적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감독이 일단 정해졌으면 따라야 한다”는 가치관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대표팀에 필요했던 것을 제시해 줄 거라는 기대가 있다.

“많이 디테일하실 것 같아요. 빌드업부터 사소한 패턴과 약속된 플레이 같은 게 디테일할 거라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배우고도 싶어요. 그리고 분석관 출신이시니까 선수 출신이 보는 관점과 외부에서부터 보던 관점이 다를 수 있거든요. 새 감독님을 만나는 게 저한테는 굉장히 좋은 일이 될 거예요. 페울루 벤투 감독님 시절에도 저희를 늘 존중해주셨고 축구적으로 디테일하셨어요. 골키퍼 코치도 국내에 없던 새로운 훈련을 매번 가져오셨는데, 예를 들어 아주 좁은 그리드(구역)를 설정해 놓고 그 안에서 경쟁하는 재미있는 요소를 넣는다든지 하는 거였죠.”

지난 홍명보호에 대한 이야기는 길게 하지 않았지만, 감독 교체 효과에 대해 묻자 “분위기는 바꿀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선수들이 다시 하나로 뭉쳐서 대한민국 팬들께 감동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조현우(울산HD). 김정용 기자
조현우(울산HD). 김정용 기자

▲ 세대교체는 필요하고, 난 최선을 다할 뿐

요즘은 주전경쟁에 대한 질문에 강한 욕심으로 답하는 선수가 많다. 조현우의 높은 자존감과 솔직한 화법으로 볼 때 대표팀 붙박이 수문장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조현우는 뜻밖에 초연했다. 경쟁보다는 뽑혀도 그만, 안 뽑혀도 그만이며 자신이 선발될 경우 매 순간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저도 김승규 선수도 대표팀을 굉장히 오래 했어요. 저는 자연스럽게 순환이 돼야 맞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 경쟁보다는 늘 서로 소통하면서 어떻게 하면 잘 막을지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 오랜만의 홈 경기에서 팬들을 뵙고 싶다는 기대는 있고요. 울산 문수구장에서도 대표팀 경기가 있잖아요. 그 경기를 기대하고 있고, 제가 나갔으면 좋겠어요. 울산 팬들과 온 국민들에게 좋은 선방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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