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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이번 우루과이전을 통해 증명된 것 중 하나는 4-4-2 전형과 이강인 오른쪽 기용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반대편 미드필더 기용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지난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초청 친선경기를 치러 우루과이에 1-4로 대패했다. 한국은 오는 10월 2일 베네수엘라, 6일 우즈베키스탄과 경기한다.
이날 한국은 4-4-2 전형으로 나왔다. 손흥민과 오현규가 투톱으로 출격했고 황희찬, 이재성, 김봉수, 이강인이 미드필더진을 이뤘다. 이태석, 김민재, 이한범, 설영우가 수비라인을 구축했고 김승규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한국은 전반에 우루과이에 고전했다. 우루과이는 강렬한 압박과 빠른 역습을 통해 한국을 공략했고, 한국은 상대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며 무너졌다. 첫 번째 실점은 우루과이가 한국에 공을 뺏겼을 때 재차 압박을 가해 다시 역습을 나가면서 나왔고, 두 번째 실점은 한국이 미처 수비 대형을 갖추기 전에 공격 진영으로 공을 보내 마무리까지 성공했다.
지난 에콰도르전과 사뭇 다른 양상이 나온 건 우루과이의 전략 때문만은 아니다. 이날 한국은 측면 미드필더를 송민규와 정승원에서 황희찬과 이강인으로 바꿨다. 중원 이재성 파트너로는 지난 경기 번뜩였던 김봉수를, 레프트백으로는 조현택 대신 이태석을 넣었다. 지난 경기 준수하게 작동됐던 시스템에 대표팀 내 최고 실력자들을 그대로 배치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실패했다. 다른 여러 이유가 있지만, 측면 미드필더 구성이 지나치게 공격적이었다는 점도 한몫했다. 송민규와 정승원은 올 시즌 FC서울에서 4-4-2의 측면 미드필더로 뛰면서 이미 해당 대형에서 수비 가담 등을 학습했던 선수들이다. 반면 황희찬은 4-4-2의 왼쪽 미드필더로 뛴 경험이 많지 않고, 이강인은 아틀레티코에서 4-4-2 전형을 소화하지만 공격적 자유를 부여받은 역할을 수행 중이다. 그렇기에 대표팀의 전방압박이나 수비 가담이 지난 경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헐겁다는 인상이 강했다.
그렇다고 현재 상황에서 이강인 선발 제외를 선택하기란 어렵다. 이강인은 대표팀 내 영향력이 상당하다. 우루과이전에도 후반 35분 오른쪽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공급해 손흥민의 만회골을 도왔다. 또한 소속팀에서 가장 경기력이 좋은 선수 중 한 명이어서 모레노 감독의 선발 철학에도 부합한다. 이강인을 투톱으로 세우는 선택지도 있는데, 공격진 중 결정력이 가장 좋은 손흥민과 나란히 세울 경우 전방압박 강도를 일정 이상 높이기 힘들다. 4-4-2, 손흥민, 이강인이 공존한다는 가정 하에는 이강인이 오른쪽 미드필더로 기용돼야 한다.
그렇다면 반대편 미드필더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개인 기량이 아닌 전술적 선택 때문이다. 우선 반대편 미드필더로 공수 가담이 활발한 윙어를 세우는 선택지가 있다. 에콰도르전과 우루과이전을 혼합하는 형태다.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이상적인 선수는 정승원이다. 정승원은 대구FC 시절 윙백을 소화할 정도로 활동량과 수비 가담에 정평이 난 선수다. 서울에서도 특유의 성실성으로 공수 양면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정승원이 오른쪽을 주로 본다는 점이 우려된다면 송민규도 나쁘지 않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대표팀에 없는 선수 중에는 엄지성이 해당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엄지성은 당연히 수비보다 공격에 더 재능이 있다. 올 시즌 스완지시티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도 공격력이 더 부각됐다. 그래도 현재 경기력이 가장 좋은 선수 중 수비 센스를 놓고 봤을 때 엄지성 만한 선수를 찾기란 어렵다. 엄지성을 기용한다면 전방압박 퀄리티를 놓치지 않으면서 수비 가담도 기대할 수 있다. K리그까지 범위를 넓히면 강원FC 김대원도 고려 가능하다.
둘째로 아예 왼쪽 미드필더에 사이드백을 배치하는 선택지가 있다. 현재 모레노 감독은 수비 시에 왼쪽 미드필더를 깊게 내리는 5-3-2 전형을 사용하고자 한다. 이 경우 왼쪽 미드필더의 활동량과 수비력이 일정 이상 보장돼야 하는데, 사이드백을 변형 배치하는 것만큼 손쉬운 선택지는 없다. 현재 약점으로 보이는 왼쪽 수비 보강도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왼쪽 공격 패턴이 단조로워질 수도 있다. 모레노 감독은 지난 두 경기에서 오른쪽에서 과밀화를 일으키고 왼쪽에서 1대1 능력 혹은 드리블이 강한 선수를 배치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오른쪽에 이강인이 있다면 그게 합리적이다. 그런데 왼쪽 미드필더로 사이드백인 선수를 놓는다면 공격에서 그러한 패턴을 기대할 수 없다. 측면 부분 전술 측면에서도 측면 미드필더나 공격수가 배치된 것보다는 공격 파괴력이 줄어들 것이다.
왼쪽 미드필더에 중앙 미드필더 성향의 선수를 배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현대적 4-4-2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아틀레티코마드리드에서 즐겨 사용하는 전략이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지금도 왼쪽 미드필더에 중앙지향적인 알렉스 바에나를 기용한다. 측면에 중앙 미드필더도 볼 수 있는 선수가 서면 공수 양 상황에서 중원 안정감을 배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대표팀에서 해당 역할에 가장 적합한 선수는 이재성이다. 이재성은 모레노 감독 체제에서 2경기 연속 중앙 미드필더로 실험됐다. 공격형 미드필더가 주업인 이재성에게 꼭 맞는 옷이라 보기는 어려웠는데, 황인범이 그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기에 이재성 중원 기용이 불가피한 면도 있었다. 이재성이 왼쪽 미드필더로 가서 중앙 미드필더처럼 움직인다면 이강인이 지금보다 공격적으로 올라가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정승원 등도 해당 역할을 소화 가능하며, 대표팀에 없는 선수 중에는 옌스 카스트로프가 이 역할에 어울릴 것이다. 카스트로프는 중앙 미드필더 출신이며, 지난 시즌 소속팀에서 왼쪽 윙백으로 주전을 꿰찬 바 있다. 카스트로프가 11월 A매치 전까지 회복해 복귀할 수만 있다면 카스트로프를 왼쪽에 세우는 것도 좋은 선택지로 보인다. 다만 현재 중원 선수층을 고려하면 카스트로프가 중앙 미드필더로 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왼쪽 미드필더를 중앙 미드필더처럼 활용할 경우 모레노 감독이 추구하는 수비 전형 5-3-2를 가동하기는 힘들 수도 있다. 모레노 감독이 아직 시행착오를 겪는 시기인 만큼 선수단 조화를 고려해 점진적으로 전술을 수정할 걸로 기대된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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