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뻥튀기’ 수법으로 1조 4840억 원 ‘가짜 스폰서’ 만들어냈다! 맨시티 혐의의 핵심 ‘사기 수법’
맨체스터시티 홈구장 에티하드 스타디움. 게티이미지코리아
맨체스터시티 홈구장 에티하드 스타디움.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번 만큼 쓰라는 규칙이 있다면, 가짜 수입을 만들어냈다. 맨체스터시티가 받는 혐의의 핵심 내용이다.

맨시티는 최근 궁지에 몰려 있다. 막대한 스폰서십 수입을 가짜로 기입하면서 유럽축구연맹(UEFA)의 재정적 페어플레이(FFP)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의 수익 및 지속 가능성 규칙(PSR)을 수년에 걸쳐 위반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영국 ‘BBC’가 29일(현지시간) 나온 조사위원회 발표문을 분석한 결과 ‘사기(sham)’라는 단어가 40쪽에서 8차례 등장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맨시티는 2009-2010시즌부터 스폰서 수입을 뻥튀기하는 방법으로 아랍에미리트(UAE) 구단주가 자금을 엄청나게 쏟아부을 수 있었다. 맨시티는 매 시즌마다 스폰서 수입을 가짜로 기입했다. 조사 대상인 9시즌 동안 벌어진 일이다. 그 동안 만들어 낸 가짜 수입이 총 8억 3,000만 파운드(약 1조 4,840억 원)에 달한다.

원래 중위권 수준이었으나 빠르게 PL 정상권 구단이 되고 싶었던 맨시티는 UAE 왕가의 전폭적 후원을 통해 2009-2010시즌 엄청난 선수 영입을 했는데, 당시 맨시티의 실제 재정적 손실은 PL 구단의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2006년 첼시의 1억 4,000만 파운드(약 2,503억 원)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전망됐다. FFP 도입 직전이었기 때문에 이때부터 가짜 스폰서 수입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었다.

놀라운 규모의 후원 계약이 연달아 체결됐다. 일반적인 ‘시세’를 한참 웃도는 액수였다. 그런데 사실 스폰서들이 맨시티 구단에 주는 돈 중 상당부분은 구단주가 보전해주는 액수였다. 마치 돈세탁과 같은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9년간 맨시티가 장부에 기입하고 당국에 보고한 스폰서 수입 9억 4,994만 파운드(약 1조 6,984억 원) 중 실제 수익은 1억 1,925만 파운드(약 2,132억 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8억 3,000만 파운드는 구단주들이 스폰서에게 보전해 준 금액인 셈이다.

맨시티 측은 조사결과를 부인하며 PL에 스폰서십 계약 내용을 오해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사위는 “사실과 다른 해명이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일축했다.

2012-2013시즌이 대표적인 사례다. 회계년도가 끝나는 날짜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맨시티는 FFP를 위반할 위기에 처했다. 당시 부족한 수입은 990만 파운드(약 177억 원)였다. 그러자 단 며칠 만에 스폰서들에게 접촉조차 하지 않고 이미 진행한 행사에 대한 보너스와 미국 투어에 관련된 스폰서 비용을 구단이 임의로 올리는 식의 계약이 여러 건 생겨났다.

맨시티는 2012년 조직적인 회계 조작 프로젝트에 들어갔는데, 이 점은 2018년 당시 풋볼리크스의 기밀자료 폭로 당시 이미 밝혀졌던 일이다. 재미있는 건 이 프로젝트의 이름이 ‘프로젝트 롱보우’였던 것이다. 롱보우는 장궁을 의미하는데, 영국을 대표하는 무기이며 특히 프랑스와의 백년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리고 FFP를 도입한 UEFA의 당시 수장은 프랑스인 미셸 플라티니였다. 즉 ‘영국인 입장에서 프랑스라는 외세의 탄압에 맞서는’ 스스로에 대한 인식이 롱보우라는 프로젝트 이름에 함축돼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 롱보우의 많은 부분은 수익 증대, 운영비 감축 등 합법적이고 정당한 FFP 준수 시도였다. 그러나 불법과 편법도 섞여 있었다. ‘포덤 계약’이 대표적 편법이었다. 맨시티는 포덤이라는 제 3자를 거쳐 계약을 맺었는데,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포덤은 명목상의 회사에 불과했다. 포덤은 선수들의 초상권에서 발생하는 재정적 이익을 구단이 갖도록 하되, 이를 상당히 부풀리는 데 쓰였다. 포덤을 통해 부풀린 수익이 2,450만 파운드(약 885억 원)였고 감춘 지출은 4,941만 파운드(약 885억 원)였다. 조사결과에는 포덤 계약에 관여한 인물들의 이름이 익명 처리돼 있지만 맨시티 내부 고위 관계자 여러 명이 ‘알면서도 승인해 준 가운데’ 운영됐다는 점은 명시돼 있다.

또한 고연봉 선수와 감독의 계약을 장부에 올리지 않기 위해 제 3자를 통해 지급하는 방식도 쓰였다. 이번 발표문이 나오기 전부터 널리 알려진 수법으로는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의 연봉 상당부분을 우회 지급한 것이 있다. 만치니 감독은 맨시티에서 연봉을 받는 동시에, 더 큰 액수를 구단주 셰이크 만수르의 UAE 구단 알자지라의 고문 직책을 통해 수령했다. 사실상 연봉 절반 이상을 외부에서 우회 수령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맨체스터시티 구단주. 게티이미지코리아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맨체스터시티 구단주. 게티이미지코리아

문제가 커진 이유 중 하나는 맨시티 측의 지속적인 은폐 시도와 거짓말이었다. 이는 첼시가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 시절의 장부조작에 대한 처벌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수에 가까운 선택을 했고, 이를 통해 2023년부터 올해에 걸쳐 벌금 및 등록금지(유예조항이 포함돼 있어 향후 소멸 가능)라는 가벼운 징계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조사위는 “구단은 PL 규정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분명했으며, PL의 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조직적인 노력을 했다”는 점도 이번 결과발표에 명시했다. 맨시티에서 출석한 증인은 24명이었는데 보고서는 “증인들의 증언과 이들이 제시한 증거가 여러 핵심적인 부분에서 거짓이었다”며 “사실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정직하지 않은 증언을 했다”고 보고 있다.

칼둔 알무바라크 맨체스터시티 회장(왼쪽)과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칼둔 알무바라크 맨체스터시티 회장(왼쪽)과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맨시티 측은 “오늘 나온 PL 조사위원회의 의견에 실망감과 놀라움을 느낀다”며 의혹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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