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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김민재의 강경 발언 속에는 선수 개인과 팀 모두 수비 발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2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하나은행 초청 친선경기를 치러 베네수엘라와 0-0으로 비겼다.
이날 한국은 4-4-2 전형으로 나섰다. 손흥민과 오현규가 투톱으로 출격했고 김민수, 황인범, 박진섭, 이강인이 미드필더진을 이뤘다. 조현택, 김민재, 이한범, 설영우가 수비라인을 구축했고 송범근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모레노 감독이 한국 지휘봉을 잡고 갖는 3번째 경기였던 만큼 이번 경기에서는 지난 두 경기보다 나아진 경기력이 요구됐다. 에콰도르전은 후반 맹공으로 3-0 승리를 거두긴 했으나 조직력에서는 확실히 아쉬운 모습이었고, 우루과이전은 상대 강한 압박과 빠른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숙제를 남겼다. 이번 베네수엘라전은 에콰도르전 잘 됐던 점을 극대화하고 우루과이전 아쉬웠던 점을 없애는 경기가 됐어야 했다.
베네수엘라전은 한국의 강점보다는 약점이 두드러진 경기였다. 한국은 베네수엘라에 대체로 주도권을 내줬다. 특히 전반에는 베네수엘라보다 나은 점이 없었다. 점유율 43%, 슈팅 1회로 베네수엘라의 점유율 57%, 슈팅 3회에 밀렸다. 경기 전체로는 한국이 점유율 51%로 주도권을 회복한 듯 보이지만, 슈팅 7회와 유효슈팅 3회로 베네수엘라의 슈팅 12회와 유효슈팅 4회보다 적었다. 경합 성공률은 한국이 40%로 베네수엘라 60%에 압도당했다.
이러한 차이는 얼마나 체계적인 플레이가 있었느냐로 설명된다. 마침 베네수엘라가 한국을 상대로 4-4-2 전형을 들고 나와 그 차이가 더욱 선명했다. 한국은 4-4-2라는 기본 얼개만 있을 뿐 수비 상황에서 구체적인 움직임이 수반되지 않았다. 공격진 2명이 전방압박을 나갈 때 미드필더와 수비라인의 협조가 없어 오히려 공간을 내줬다. 왼쪽 윙어를 내려 5-3-2 전형을 만드는 건 중앙을 두텁게 만들기 위함이었을 터인데 한국은 베네수엘라에 측면도 흔들리고, 중앙에서도 상대 진입을 제어하지 못하고 마지막 패스와 슈팅을 막는데 급급할 뿐이었다. 베네수엘라가 전방 2명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대체로 좋은 공수 간격을 유지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나마 전방압박의 경우 후반 들어 선수들이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준 것에 더해 이강인이 공격진과 함께 라인을 형성하면서 전반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수비 불안은 여전했다. 김민재와 설영우 등 일부 선수들의 투혼이 아니었다면 베네수엘라에 실점하고 무너졌어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다.
이번 경기 이후 모레노 감독은 강렬한 전방압박으로 빠르게 역습한다는 기본 틀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마련해야 한다. 초창기에는 청사진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박수받을 수 있지만, 임시 감독을 넘어 정식 감독으로 나아가려면 그 이상향을 구현할 디테일을 제시해야 한다. 이날 한국의 압박 성공은 대부분 개인의 노력으로 일궈낸 결과였다. 그러다 보니 압박에 성공하더라도 고립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애초에 압박보다는 물러서는 수비를 채택했기에 그나마도 해당 장면이 많이 연출되지는 않았다. 빠른 역습을 위해서는 조직적인 수비 속에서 적극적인 압박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전술로는 위협적인 역습을 오직 개인 기량에만 맡겨야 하며, 한두 선수가 고립되면 모두가 죽는 현상이 나타난다.
선수들도 경기력을 끌어올려야만 한다. 이번 경기는 선수들의 의지가 잘 보이지 않았다. 전술의 부족함을 차치하고라도 베네수엘라를 압도할 만큼 힘을 선수들이 발휘하지 못했다. 김민재가 전진 드리블을 수 차례 시도했음에도 그게 위협적인 역습으로 이어지지 않은 건 다른 선수들이 그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잘 짜인 전술이 있어도 선수들이 열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관련해 김민재는 “팀 전체적으로 싸워주고, 경합하고, 수비해야 하는데 잘 되지 않았다. 수비 선수들이 불쌍할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다 같이 싸우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7-0, 9-0으로 이겨도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이라며 “팀이 하나로 뭉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개인이 빛나기보다 팀 전체가 하나가 돼 뛰어야 한다. 팀 수준을 높이려면 머리 처박고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 팀 전술 개선과 함께 선수단 전체의 분발을 요구했다.
이번 경기는 전술로도, 선수 의지로도 베네수엘라에 밀린 경기였다. 어느 한 쪽만 바꾼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총체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모레노 감독과 선수단 모두 대표팀에 있을 자격이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오는 6일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는 대표팀이 나아진 모습을 보여야만 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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