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은 내 손으로’ 엄지성 끝까지 압도적 활약! 내 팔자는 내가 고친다 [아시안게임 결승]
엄지성(아시안게임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엄지성(아시안게임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엄지성이 자신의 팔자를 스스로 고쳤다.

3일 일본 도요타의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2026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을 치른 대한민국이 일본을 1-0으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아시안게임 4회 연속 우승이다.

밀리던 흐름을 뒤집은 게 후반 16분 엄지성의 한방이었다. 상대 진영에서 강하게 경합하면서 공을 빼낸 양민혁이 오른쪽 측면을 뚫고 중앙으로 크로스했다. 아라키 루이 골키퍼가 제대로 쳐내지 못하고 손끝을 스쳐간 공이 문전에 떨어지자, 엄지성이 따낸 뒤 마무리했다. 상대 수비가 붙었지만 드리블로 공을 왼발 쪽에 옮긴 뒤 몸싸움 와중에도 골문 구석으로 차 넣는 마무리 능력이 돋보였다.

엄지성은 이기혁이 빠진 뒤 주장 완장까지 차고 선수들을 이끌었다. 한국이 수비에 치중하는 가운데 측면 수비에 가담해 슬라이딩 태클로 공을 빼내는가 하면, 가끔 공격으로 전환되는 패스와 드리블도 도맡았다.

엄지성의 독보적 존재감은 대회 내내 이어졌다. 첫 경기에서 카타르 상대 해트트릭으로 득점 선두에 올랐다. 이어진 사우디전은 1도움을 기록했다. 경고 관리를 위해 8강 베트남전은 결장했다가, 엄지성이 없어 경기가 영 풀리지 않자 예정보다 이른 하프타임에 투입됐고 한국은 그 뒤에 골을 몰아쳐 낙승을 거뒀다. 4강 중국전에서는 날카로운 킥으로 2골을 모두 어시스트했다.

여기에 결승까지 5경기에서 4골 3도움을 몰아쳤다. 그리고 본인이 선발로 출장한 4경기에서는 모두 공격 포인트를 생산했다.

엄지성의 공격 포인트 생산 능력은 소속팀에서 먼저 확 향상된 상태였다. 엄지성은 탁월한 기술을 인정 받아 스완지시티에서 준주전 선수로 앞선 두 시즌 동안 활약하긴 했지만 공격포인트가 많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고, 팀 성적을 승격권으로 끌어올리지도, 빅 리그 구단의 영입을 이끌어내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번 시즌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초반에 벌써 2골 2도움을 올리면서 한층 파괴력을 갖췄다. 소속팀 스완지시티는 5승 2무 1패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벌써 우승을 논하기에는 섣부르지만 최소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건 분명한데, 그 중심에 엄지성과 아담 이다의 성장이 있었다.

엄지성(아시안게임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엄지성(아시안게임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엄지성은 병역 혜택이 가장 절실한 선수였다. 이번 대표팀에 소집된 유럽파 중 가장 늦은 나이에 미필로서 유럽에 진출한 경우다. 엄지성은 22세에 광주FC를 떠나 스완지시티로 이적했는데 미필 선수로서 도전하기에는 요즘 추세에 비해 조금 늦은 나이였다. 양민혁은 만 18세, 배준호는 19세, 양현준은 21세에 유럽 도전을 시작했다. 혹은 이영준처럼 병역의 의무를 일찌감치 마치고 유럽으로 향한 경우도 있었다. 모든 유럽파가 그렇지만 엄지성은 특히나 금메달을 통한 병역 혜택이 아니면 유럽 도전이 조기에 끝날 위기였다.

엄지성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만 잘한 게 아니라 모든 면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기량이 향상되고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소속팀뿐 아니라 A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엄지성은 제몫을 다한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였다. 스리백 대형에서 윙백으로 배치되곤 했는데, 날카로운 크로스와 상대 풀백을 물러나게 만드는 전술적인 기능을 충실히 소화했다. 이처럼 향상된 대표팀에서의 경기력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11월 A대표팀에 복귀했을 때 더욱 빛을 발할 가능성이 높다. 로베르트 모레노 A대표팀 신임 감독이 추구하는 공수 균형이 잘 맞는 축구에 엄지성이 적합하다.

엄지성(아시안게임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엄지성(아시안게임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엄지성은 결승전을 마친 두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얼굴을 파묻었다. 환호하는 선수도 있지만 막판 유독 큰 부담감에 시달린 엄지성, 최석현 등은 금방이나마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금메달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보여주는 표정이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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