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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보은] 김진혁 기자= 어쩌면 그의 이름보다 ‘토마스의 대체자’라는 수식어가 더 익숙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대니 바커는 선입견을 거부했다. 그는 네덜란드 1부리그 200경기 이상을 뛴 ‘엘리트’다.
지난달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안양은 충청북도 보은군에서 가을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총 4박 5일 일정이었다. ‘약속의 땅’에서 수비 전술 재정비 집중한 안양은 오는 10일 김천상무 원정을 시작으로 파이널A 진출을 향한 승부수를 던진다.
전지훈련지에서 ‘풋볼리스트’를 만난 대니 바커는 도시 안양과 다른 보은 풍경에 대해 “시즌 중에 이곳에 와서 지내고 있는데 정말 좋다.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아마 6월쯤에도 전지훈련을 왔다고 들었다, 정말 평화롭고 차분한 곳이다. 바쁜 일상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느낌도 있다. 팀 입장에서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 어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좋은 것 같다. 다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 특히 산이 있다는 게 좋다. 네덜란드에는 산이 없다. 난 자연을 정말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전반적인 한국 생활에 대해서도 만족스러워했다. “사람들도 정말 친절하다. 음식은 훨씬 더 맛있다. 토마스도 저에게 그렇게 말했다. 지금까지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 생활을 더 좋아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 대해 정확히 어떤 곳일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가족도 여기 와 있는데 정말 좋아한다. 저도 지금까지 정말 즐겁게 지내고 있다”라며 “좋아하는 음식도 많다. 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돼지가 들어간 한국 음식 빼고는 거의 다 좋아한다. 특히 소고기가 좋다. 제일 좋아하는 건 갈비탕”이라며 사실상 적응을 끝낸 모습이었다.
영입 소식이 알려졌을 때 대니 바커의 커리어에 모두가 놀랐다. 어쩌면 안양이 품은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뛰어난 경력을 갖춘 선수였다. 대니 바커는 네덜란드 에레디비시(1부)에서 206경기를 소화했다. 1, 2부리그 경력을 합치면 무려 314경기다. 불과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네덜란드 1부 SC텔스타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30경기 4골 2도움을 기록했다. 몇 개월 전 유럽 1부에서 뛰던 주전 선수가 K리그1에 불쑥 찾아왔다.
대니 바커는 “지난겨울에도 다른 K리그 구단으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소속팀에서 절 보내주지 않으면서 성사되지 않았다. 제가 주장이었고 팀도 강등을 피하기 위해 중요한 경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름을 기다리면서 가족들과 ‘새로운 모험’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토마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또다시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K리그에 관심을 둔 배경을 풀었다.
이어 “결국 중요한 건 적절한 팀, 적절한 나라, 적절한 시기에 기회가 오는 것이었다. 여름에 안양과 인도네시아 발리유나이티드 두 팀 사이에서 선택해야 했다. 이틀 정도 고민 후 안양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이미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충격은 아니었다. 안양의 제안이 정말 만족스러웠고 그래서 이곳에 오게 됐다”라고 밝혔다.
대니 바커는 커리어 중 10년을 고향팀 ADO덴하흐에서 뛰었다. 네덜란드 자위트홀란트주 헤이그에서 태어난 그는 2007년 12세 때부터 덴하흐 유스 합류 후 프로 데뷔까지 무려 15년을 몸담았다.
“정확히 내가 고향팀이다. 유소년 시절 난 덴하흐에서 가장 좋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유스 때 잘한다고 프로가 되는 건 아니다. 결국 열심히 해야 한다. 17세 1군 합류, 18세 프로 계약을 했다. 바로 다음 시즌부터 많은 경기를 출전하면서 큰 놀라움을 줬다. 하지만 오르락내리락하는 과정을 겪었고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
“내게 특별한 구단이지만, 헤어지는 과정은 좋은 방식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게 축구다. 이후 다른 구단으로 임대를 갔고 소속팀과도 계약이 끝났다. 딱 하나 아쉬운 건 제대로 작별 인사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팬들과 구단에 제대로 인사를 하고 떠나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 여전히 따뜻한 감정을 갖고 있다. 겨울 휴가 때 네덜란드로 돌아가면 가족들과 경기도 보러 갈 것이다. 예전에 함께했던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아한다.”
대니 바커는 특정 포지션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선수다. 미드필더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는데 센터백, 수비형 미드필더, 좌우 윙백, 측면 공격수까지 역량을 넓히며 멀티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올 시즌 안양에서도 중앙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번갈아 출전 중이다. 유병훈 감독은 전진 패스가 좋은 대니 바커의 미드필더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대니 바커는 “어려운 질문이다. 두 포지션 모두 좋아한다. 커리어 시작은 미드필더였다. 그러다 5~6년 전부터 센터백으로 뛰기 시작했다. 당시에도 어느 정도 자유로운 역할을 맡았다. 네덜란드에서는 공을 소유하며 경기를 푸는 걸 중요시한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스리백 시스템에서 공격적인 센터백으로 뛰었다. 미드필더와 큰 차이가 없었다. 물론 두 포지션의 역할은 다르다. 미드필더는 더 많이 뛰어야 하고, 센터백은 더 경기를 조율하고 리딩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 포지션이든 큰 문제 없다”라고 설명했다.
안양에서의 역할에 대해 “안양에서는 미드필더로 주로 뛸거라고 들었다. 어쩌면 미드필더 역할이 내게 더 잘 맞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스트라이커들과 신체적 경합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5~6경기밖에 안 뛰었다. 지금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그냥 경기에 나가고 싶다. 어디에서 뛰는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출신, 멀티 플레이어, 텔스타 시절 동료. 대니 바커는 올여름 안양을 떠나 울산HD로 이적한 토마스와 겹치는 수식어가 많다. 자연스레 대니 바커는 ‘토마스 대체자’라는 이미지가 굳어졌고 최근까지도 대니 바커 본연의 장점보다 토마스와 유사성이 많이 강조되고 있다.
대니 바커도 이런 선입견을 알고 있었다. “토마스 때문에 나에게 어느 정도 기대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우리 둘 다 네덜란드 출신이다. 하지만 우리는 비슷한 유형의 선수가 아니다. 비슷한 점도 있지만,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 스타일도 조금 다르다. 팬들이 저를 토마스와 똑같은 선수라고 생각하기보다 조금 다른 선수라고 알아주셨으면 한다”라며 토마스와 직접 비교는 피해달라고 부탁했다.
안양과 K리그에서의 목표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니 바커는 “구단의 가장 큰 목표는 파이널A다. 하지만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 모든 것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야망을 갖는 건 중요하다. 현재 우리는 중간 순위다. 아직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라며 “내년에는 14팀이 1부 경쟁한다. 지금과 또 다를 것 같다. 난 구단의 야망이 좋다. 나 역시 야망이 있다. 그래서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팬들에게도 우리가 야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팬들 역시 6위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목표를 한 단계씩 향해 나아가야 한다”라고 포부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FC안양 및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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