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 용병술’은 증명, 11월에는 ‘이강인·손흥민 활용’ 플랜 A까지 증명해야 [모레노호 1기 결산]
로베르트 모레노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로베르트 모레노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은 9·10월 A매치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일정 부분 보여줬지만, 장기적으로 대표팀을 맡기 위해서는 디테일한 ‘플랜 A’를 보여줘야만 한다.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9월 24일 에콰도르전을 시작으로 9·10월 A매치 4경기를 소화했다.

모레노 감독은 4연전에서 2승 1무 1패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에콰도르와 우즈베키스탄에 이겼고, 베네수엘라와 비겼으며, 우루과이에 졌다.

눈에 띄었던 능력은 후반 용병술을 통한 전술 변화였다. 한국은 대부분 경기에서 전반보다 후반에 더 나은 경기력을 보였다. 단순 스코어로 비교해도 이러한 경향이 잘 드러난다. 에콰도르전에는 전반 0-0, 후반 3-0이었고 우루과이전은 전반 0-3, 후반 1-1이었다. 베네수엘라전과 우즈베키스탄전은 전후반 스코어가 동일했으나 실제 경기력이 더 좋은 건 후반전이었다.

모레노 감독은 단순히 선수를 갈아끼우지 않고 세세한 역할 변화를 통해 반전을 도모했다. 일례로 우루과이전에는 전반 상대의 강한 압박과 속공에 고전하며 0-3으로 끌려가자 후반 시작과 함께 4명을 교체하며 전술 변화를 가져갔다. 김민수를 왼쪽 윙어로 내세워 압박 강도를 높였고, 중원에 김봉수 대신 박진섭을 넣어 안정감을 더했다. 또한 전방압박 시 이강인을 공격진 2명과 동일한 라인에 세워 비대칭 4-3-3과 같은 전형을 만들었다가 수비로 전환한 뒤에는 김민수와 이강인을 한 칸씩 내려 5-3-2 전형으로 변화해 조직적인 수비 대형을 만들었다. 후반에도 1실점을 하기는 했으나 불안감은 줄었고, 후반 35분 손흥민의 득점으로 영패를 면했다.

하지만 모레노 감독이 장기적으로 팀을 이끌 만한 능력이 있음을 증명하려면 무엇보다 강력한 플랜 A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냉정히 말해 이번 A매치 4연전에서 대표팀이 전반에 좋은 모습을 보인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우루과이전처럼 아예 상대 전술에 압도당한 경기도 있었고, 우즈베키스탄전처럼 전반에 선제골을 넣었음에도 좀처럼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 경기도 있었다.

그나마 대표팀 전술이 잘 기능한 전반전은 첫경기였던 에콰도르전이었다. 그조차 전반에는 4-4-2 혹은 5-3-2 전형을 구축하는 데 급급하는 모습이어서 후반 들어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느낌을 줬다.

이러한 전반 전술 실패는 모레노 감독이 추구하는 4-4-2 전술과 실제 대표팀 선수층 사이의 괴리에서 왔다. 모레노 감독이 원하는 강렬한 전방압박과 빠른 수비 전환을 구사하려면 에콰도르전 송민규와 정승원처럼 이미 클럽팀에서 해당 전술을 체득한 선수들을 쓰는 게 가장 좋다. 이강인과 황희찬, 김민수 등도 나쁘지 않은 자원이지만, 이들을 같은 전술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이강인이 오른쪽에 있을 경우 왼쪽에는 무조건 헌신적인 선수를 둬야 한다.

이강인(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이강인(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강력한 플랜 A 구축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다. 하나는 핵심 선수 몇몇에 맞는 방향으로 대표팀 전술을 개편하는 것이다. 리오넬 메시의 아르헨티나가 철저히 메시를 중심으로 한, 강한 압박과 주저하지 않는 경합을 위시하는 팀이 된 게 좋은 예시다. 모레노 감독의 구상 자체는 핵심 선수들에게 맞춘 걸로 보인다. 이강인과 같이 공 소유가 장점인 선수에게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반대편에 1대1 돌파에 능한 선수를 배치하는 식이다. 다만 이번 A매치 4연전에서는 디테일 부족으로 이러한 장면이 실현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또한 핵심으로 기능하는 선수가 많아질수록 이러한 구상은 아르헨티나보다 메시, 킬리안 음바페, 네이마르가 함께 있던 파리생제르맹처럼 될 공산이 크다. 당장 한국도 손흥민과 이강인을 모두 살리는 선택을 하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때는 4-4-2를 과감히 버리고 다른 포메이션을 구상해야만 한다.

다른 하나는 선수가 대표팀 전술에 녹아들도록 일정 부분 개조하는 것이다. 다시 이강인을 예시로 들면 이강인은 소속팀 아틀레티코마드리드에서 보여준 강렬한 압박과 수비 전환을 대표팀에서는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즉 이강인의 태도, 에너지 레벨, 전술적 디테일을 조금만 가다듬는다면 이강인은 모레노식 4-4-2에도 충분히 녹아들 수 있다. 이강인을 손흥민 대신 투톱으로 두고 좌우 윙어에 활동량 좋은 선수를 배치하는 것도 방법론이 될 수 있다.

모레노 감독은 이번 A매치 4연전에서 자신의 능력을 일부 보여줬지만, 그것이 편린이 아닌 전부라면 대표팀을 장기적으로 맡기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K리그에서 많이 쓰기 때문’에 4-4-2를 쓰는 거라면 해외파가 대단히 많아진 지금은 오히려 그 전형에서 벗어나는 게 정답일 수도 있다. 어떤 방향이든 강력한 플랜 A를 구축해 전반전에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음을 증명하는 숙제가 모레노 감독에게 주어졌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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