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부상? 에이스 공백? 핑계 사절한 유병훈 감독의 대답… 온몸 비틀어 짠 ‘쿼드러플 타워 전략’ [케현장]
유병훈 감독(FC안양). 서형권 기자
유병훈 감독(FC안양).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안양] 김진혁 기자= 줄부상, 에이스 공백, 이빨 빠진 좀비. 현시점 FC안양의 전력을 비유하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유병훈 감독은 위 같은 핑계를 일체 사절했다. 유 감독은 디펜딩 챔피언을 당혹게 한 파격 전략으로 그 대답을 남겼다.

지난 10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5 13라운드 FC안양이 전북현대와 1-1 무승부를 거뒀다. 2경기 연속 무승부를 거둔 안양은 3승 7무 3패로 승점 16점(9위)째를 획득했다. 이날 공식 관중 수는 10,026명이었다.

안양은 어쩌면 올 시즌 중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날 전북전 기준으로 마테우스, 김강은 퇴장 징계를 소화 중이다. 김보경, 박정훈, 이진용, 토마스, 유키치 등은 각기 다른 부상으로 스쿼드를 이탈했다. 본래도 경쟁 구단에 비해 스쿼드 뎁스가 녹록지 않은 안양인데 부상과 징계 문제가 한데 겹치면서 지금과 같은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됐다. 안양의 스쿼드 사정만 놓고 보면 전북전 승점만 획득하더라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권경원(FC안양). 서형권 기자
권경원(FC안양). 서형권 기자

그러나 안양은 외려 전북을 상대로 승리하지 못해 아쉬운 경기력을 펼쳤다. 녹록지 않은 살림에 한숨 쉬기보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기 위해 온몸을 비틀어 낸 유 감독의 의지가 전북전 묘기에 가까운 경기력을 만들었다. 특히 이날의 백미는 유 감독이 경기 막바지 20분간 선보인 센터백을 전부 활용한 ‘쿼드러플 타워 전략’이었다.

4-3-3 전형을 가동한 안양은 경기 초반 무리한 압박보다 단단한 미들 블록을 중심으로 수세 전략을 택했다. 전북의 공격을 안정적으로 버텨낸 안양은 후반 초반 채현우, 라파엘, 아일톤으로 이어지는 날카로운 공격 전개로 선제점을 뽑았다. 그러나 전북이 이승우 카드를 쓰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온더볼이 좋은 이승우 쪽으로 수비 집중도가 쏠리다 보니 자연스레 반대쪽 공간에서 허점을 보였고 후반 30분 우려된 장면으로 이승우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안양의 스쿼드 사정을 고려할 때 동점 실점의 무게감은 매우 컸다. 그러나 유 감독은 균형을 내준 시점을 기점으로 사전에 준비한 파격적인 책략을 가동했다. 후반 36분 공격수 김운과 아일톤을 빼고 센터백 홍재석과 김지훈을 투입했다. 얼핏 보면 승점 1점이라도 지키기 위한 전형적인 수비적 변화로 보였다. 그러나 투입된 홍재석과 김지훈은 일제히 상대 진영으로 뛰어가더니 나란히 좌우 측면에 배치됐다.

김영찬(FC안양).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영찬(FC안양).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유 감독이 전북전 맞춤으로 준비한 ‘쿼드러플 타워 전략’이었다. 경기를 소화 중이던 김영찬과 권경원을 투톱으로 올리면서 4-2-4 형태를 구축했다. 채현우와 최규현이 중원을 맡았고 김동진, 이태희, 김정현, 강지훈이 포백을 구성했다. 보이는 형태대로 안양은 전방에 평균 신장 190cm에 육박하는 4명의 ‘수트라이커’를 향해 직선적인 롱볼 전개를 펼쳤다.

효과는 대단했다. 안양 센터백들이 최전방에 나란히 배치되자, 전북 수비진은 맨투맨 수비에 혼란을 겪었다. 전형 변화를 가져간 직후인 후반 37분 권경원이 헤더로 떨궈준 패스를 김영찬이 슈팅으로 잇는 과정에서 밀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유도할 뻔했다. 후반 44분에는 홍재석이 특유의 주력으로 왼쪽 측면을 열었고 문전 땅볼 크로스를 시도했는데 김영찬의 발을 간발에 차로 지나갔다.

후반 추가시간 10분까지 안양은 센터백을 활용한 공세를 유지하면서 전북 골문을 집요하게 위협했다. 전북 수비진은 배후로 날아온 공을 한 번에 처리하지 못하거나 공중볼 경합에서 밀리는 등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어느 팀도 추가 득점을 올리지 못했지만, 유 감독이 선보인 약 20분 동안의 파격적인 전략에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격언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유병훈 FC안양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유병훈 FC안양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 종료 후 유 감독은 “원래 ‘롱볼 축구’를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북전 준비하면서 교체 자원이 녹록지 않다 보니 무모한 도전을 했다. 현재 상황에서는 계속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없다고 핑계 대기보다는 뭐라도 하는, 선수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도록 하겠다”라며 어려운 팀 사정에도 핑계보단 해결책을 찾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좀비 영화에는 수많은 클리셰가 있다. 팔다리가 없어도, 수많은 총알에 맞아도 목표물을 향해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좀비의 모습은 영화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장면들 중 하나다. 이날 유 감독의 지휘 아래 어떤 악조건에도 전진을 멈추지 않던 안양은 진정한 의미의 ‘좀비 축구’를 선보였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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