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님 센터백 봐주세요!"평가위원조차 누군지 모르는 '천안표 블라인드 공개테스트', 현장 분위기는? [현장.1st]
천안 공개 테스트 현장. 김진혁 기자
천안 공개 테스트 현장. 김진혁 기자

[풋볼리스트=천안] 김진혁 기자= 천안시티FC가 지난 13일부터 2일간 '숨은 진주' 찾기에 나섰다. 창단 후 첫 진행한 공개 테스트는 그 방식부터 눈길을 끌었다. 천안 관계자도, 심사관도 참가 선수 이름, 출신, 소속을 모르는 채 진행됐다. 완벽한 '블라인드'였다.

지난 1일 천안은 선수 공개 모집 공고를 발표했다. 공개 테스트는 9월 중순부터 계획됐다. 유망주 수급 차원에서 사무국 제안에 박진섭 감독이 흔쾌히 수락하며 성사됐다. 모집 연령대는 '만 18세~21세'다. 그 외 '대한축구협회 선수 등록 및 구단 입단에 결격사유가 없는 선수', '현 소속팀이 있는 경우 소속팀의 참가 동의를 받은 선수', 'U18 프로 산하 소속 선수의 경우 우선 지명 대상자가 아닌 선수' 등 필요조건을 걸었다.

지난 6일까지 5일간 서류 접수를 진행했다. 구단에 따르면 약 200명이 지원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서류 평가 전형을 거쳐 총 88명이 실기 테스트 대상자로 선정됐다. 서류 통과자는 44명씩 2조로 나뉘어 13일, 14일에 걸쳐 천안축구센터 인조구장에서 실기 테스트를 받았다.

방식은 철저한 '블라인드'였다. 평가위원조차 참가자의 소속과 경력, 출신 등 사전 정보를 알 수 없었다. 평가에 심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를 배제하기 위해서다. 평가 항목도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다. 통상적인 입단 테스트가 패스, 드리블, 슈팅 등 개별 기술을 정해진 세션에 따라 평가하는 방식이라면, 천안은 달랐다. 하루 44명의 참가자를 11명씩 네 팀으로 나눠 2~30분씩 연습 경기를 치르게 했다. 개별 기술보다 실제 경기에서 드러나는 기량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말 그대로 순수 '실력'만이 평가 요소였다.

여기에 더해 선수들은 등번호만 적힌 색깔 조끼를 착용했다. 상하의도 검정 계열로 입어 혹여나 일부 선수가 특정되는 걸 방지했다. 이틀간 오전에 테스트를 시작해 정오 무렵 마치는 일정이었다.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기량을 보여줘야 하는 만큼 참가자들에게는 매 순간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중요했다.

박진섭 천안시티FC 감독과 이영익 전력강화실장. 김진혁 기자 
박진섭 천안시티FC 감독과 이영익 전력강화실장. 김진혁 기자

둘째 날인 14일 직접 참관한 현장은 더욱 실감났다. 이날 박진섭 감독 및 1군 코칭 스태프, 유소년 연령별 감독 및 코치, 이영익 전력강화실장 등 12명이 평가위원으로 참석했다. 우정연, 어은결, 이규민, 하재민, 강교훈 등 참가자 또래의 1군 선수들도 자리해 미참여 및 부상으로 선수 공백이 발생했을 때 대체자로 투입돼 호흡했다. 실기 테스트 참가자 학부모 20여 명도 한쪽 스탠드에서 숨죽이며 현장을 지켜봤다.

앞서 말했듯 사전 정보가 없는 평가위원들은 포메이션, 선수별 연령, 등번호만 적힌 파일철만 하나씩 든 채 평가를 진행했다. 평가위원간 대화도 선수 이름이 아닌 등번호를 부르며 상의했다. 박 감독과 이영익 전력강화실장은 틈틈이 의견을 공유하면서 옥석 가리기에 힘썼다. 또다른 평가위원 신의손 천안 U18 GK 코치도 테스트 진행을 맡은 선수단 주무를 불러 테스트 중인 골키퍼 연령을 따로 물어보기도 했다. 이들에게 참가자 사전 정보가 없다는 게 확실해 보였다.

참가 선수간에도 비밀 유지는 철저했다. 실기 테스트 참가자가 88명으로 적지 않다보니 참가자간 지인이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천안 관계자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구단 스태프 없이 같은 조끼 색 팀원끼리 상의해 경기 포지션을 정했다. 테스트 진행 중에도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 않고 "7번 님 센터백 좀 봐주세요", "5번 님 저희가 주고받을 때 뛰어주세요" 등 실명 언급을 자제했다.

신의손 천안시티FC U18 골키퍼 코치. 김진혁 기자
신의손 천안시티FC U18 골키퍼 코치. 김진혁 기자

공개 테스트 일정이 모두 끝난 뒤 '풋볼리스트'와 만난 이영익 전력강화실장은 "팀에 20대 자원이 더 필요하다. 즉시 전력도 필요하지만, 앞으로 미래를 보고 키우는 선수들도 필요하다. 이런 테스트를 통해 '진주'를 발굴할 수도 있다. 여러 좋은 방향으로 해서 시작한 공개 테스트"라며 "이름도 모르고 소속도 모른다. 냉정하게 진행했다. 사전 정보를 알게 되면 청탁이 오갈 수 있다. 괜찮은 선수가 있다면 따로 불러서 1군 훈련 등 시켜볼 생각"이라며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이날 자녀의 테스트 참가를 현장에서 지켜본 학부모 A씨는 "우선 다치지 않고 잘 마쳐서 다행이다. 우리 아이가 축구적으로 동기부여를 얻은 좋은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프로에 도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준 천안시티FC 구단에 감사드린다"라며 참관 소감을 밝혔다

천안은 이날 테스트를 바탕으로 영입한 선수가 있을 시 '공개 테스트 선발' 명시와 함께 공식발표할 계획이다.

사진= 풋볼리스트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