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없는 건 실력 부족"폭우도 못 식힌 이정효 감독의 분노… 무엇이 그를 화나게 했나 [케현장]
이정효 수원삼성 감독. 서형권 기자
이정효 수원삼성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수원] 김진혁 기자= 거센 빗줄기도 이정효 수원삼성 감독의 분노를 식히지 못했다. 무엇이 그를 화나게 만들었을까.

지난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2 2026 29라운드를 치른 수원삼성이 화성FC에 3-2 승리를 거뒀다. 수원은 18승 5무 4패(승점 59)로 선두, 화성은 12승 8무 8패(승점 44)로 5위다.

이 감독은 '약속'과 '원칙'을 중요시 하는 사령탑이다. 구조화된 전술 안에서 선수들은 이 감독과 약속한 플레이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이 감독의 축구에서는 실수를 두려워해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것보다 과감한 도전 끝에 실수를 범하는 것을 더 높이 친다. 이 원칙이 깨지는 순간 이 감독은 불 같은 화를 쏟아낸다. 오히려 '야생마' 같던 광주FC 감독 시절 때보다 수원 지휘봉을 잡고서 이 감독의 분노가 더 자주 분출되고 있다. 수원이라는 높은 기대치에 부응하려면 감독만이 아닌 선수도 같이 미쳐야 한다.

화성전 승리 후 이 감독이 보인 감정은 기쁨이 아닌 확실한 '분노'였다. 종료 휘슬이 불리자마자 그라운드로 미친듯이 움직인 이 감독은 숨이 차 그라운드에 드러누운 선수들에게 일어나라고 소리치며 격앙된 감정을 분출했다. 코칭 스태프가 이 감독을 부둥켜 안고 뜯어말릴 정도로 흥분해 있었다.

이정효 감독(수원 삼성). 서형권 기자
이정효 감독(수원 삼성). 서형권 기자

이 감독의 분노는 공식 기자회견장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오늘 경기를 보고 난 느낌은 아직 우리 팀은 약팀이라고 생각한다. 전반 끝나고 후반도 일관성을 가지고 플레이하지 못하는 건 실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경기 끝난 후 그라운드에 눕는 모습을 보면서 갈길이 멀다고 느낀다"라며 "모든 스포츠는 프로 스포츠다. 개인보다 팀이 우선"라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무엇이 그를 분노케 했을까. 세세한 이유까지 알 순 없지만, 큰 틀에서 보면 '일관성 부족'이 분명하다. 이날 수원은 전반전 만큼은 완벽했다. 비바람으로 그라운드 상태가 녹록지 않음에도 한층 간결하고 시원한 플레이로 3골을 뽑아냈다. 화성의 강한 압박과 정면 충돌하면서 경기 분위기가 과열될 뻔하기도 했지만, 더욱 냉정한 공격으로 누그러트렸다. 전반전 빅버드 분위기만 보면 이미 수원의 대승 기로가 열린 듯했다.

하지만 후반전 수원은 전혀 다른 팀이 됐다. 전반에 보였던 매끄러운 공격 전개는 사라졌다. 공을 끌다가 공간이 보이지 않자, 백패스를 주는 빈도가 늘어났다. 뻔한 백패스는 곧 상대 역습으로 이어졌다. 공격이 막히니 중원 싸움에서도 밀리기 시작했다. 뒤 없이 덤벼든 화성에 주도권을 점차 내주더니 결국 후반전 2실점을 허용했다. 이후에도 부진한 흐름은 계속됐다. 김준홍 골키퍼의 선방이 없었다면 동점을 넘어 역전패까지 기록할 위기였다.

이러한 전후반의 극명한 차이는 지난 28라운드 안산그리너스전에서도 나타났다. 당시 수원은 루이스 해트트릭에 힘입어 4-1 대승을 기록했다. 화성전처럼 전반부터 상대를 압도했고 후반 초반까지만 해도 압도적 공세가 이어졌다. 그런데 4골을 완성한 시점부터 과감함보다 안정을 택하더니 불필요한 1실점을 헌납했고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추가점을 뽑지 못한 채 경기를 마쳤다. 화성전 터진 이 감독의 분노가 단순히 감정만 앞세운 화가 아니라는 걸 의미했다.

이종성(왼쪽, 화성FC), 정호연(오른쪽, 수원 삼성). 서형권 기자
이종성(왼쪽, 화성FC), 정호연(오른쪽, 수원 삼성). 서형권 기자

이 감독은 "난 한 팀의 감독이자 리더자 어른이다. 어른은 어린 선수들이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잘한 점을 칭찬해야 한다. 그래야 어린 선수들이 잘못한 부분을 명확히 알고 뭘 잘해야 칭찬 받는지 명확해질 수 있다. 욕을 먹더라도 어른이라면 해야 한다"라며 이날 뿐만 아닌 앞으로 감독직을 수행하는 동안은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이 부족하면 쓴소리를 가할 것을 강조했다.

이 감독의 분노 직격탄을 맞은 수원 선수단은 의문보다 공감으로 반응했다. 기자회견장에서 발언을 쏟아내던 중 이 감독은 돌연 "우리 팀 분위기 좋습니다"라고 덧붙였는데 그만큼 이 감독과 선수단 사이 유대가 끈끈하다는 증거였다.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난 강현묵은 주장 완장을 차고 중거리포를 기록했음에도 "부끄러웠다"라고 표현했다. 광주 시절 떄부터 사제 연을 맺고 있는 정호연은 "지난 안산전도 그렇고 크게 이기고 있을 때 후반전에도 똑같은 경기력을 가져가야 한다"라며 "선수들이 각자 있어야 할 위치가 있고 해야 하는 플레이들이 있는데 후반전만 되면 조금 나태해진다거나 안일한 부분이 있었다"라고 인정하며 개선 의지를 다졌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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