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대신 7번이라고 부른다"… 손흥민 ‘침묵의 리더십’ 끝내야
손흥민(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손흥민(남자 축구대표팀).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침묵이 언제나 금이 되지는 않는다. 지금껏 손흥민의 침묵은 대표팀의 금이 점점 커져가는 상황을 방치하는 꼴이었다.

9·10월 A매치 마지막 경기였던 우즈베키스탄전 직후 김민재·황인범·황희찬 등 이른바 ‘96라인’ 선수들이 국가대표를 은퇴한다는 소문 때문에 한국 축구는 다시금 혼돈에 휩싸였다. 황인범이 은퇴를 보류하는 인터뷰로 소집기간을 마무리했지만, 96라인의 은퇴 선언이 내부적으로는 존재했다는 게 밝혀지자 그들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유야무야되는 듯했던 소동은 국정감사에 소환됐다. 지난 2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질의과정에서 정연욱 위원은 “최근 국가대표 선수들 사이에서 (손흥민을) ‘7번’이라고 부른다”라고 말하며 이용수 대한축구협회장 직무대행을 압박했다. 축구협회의 근본적인 병폐를 건드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정감사에 어울리는 질문이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이 발언이 대표팀 내분설을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누군가 이 상황을 풀어야 한다. 축구협회는 대행 체제, 국가대표팀은 임시 감독 체제라 책임지고 수습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게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축구협회가 지금껏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과 별개로 현 상황은 그렇다.

현영민 전력강화위원장이 이리저리 소통을 해보고 있지만 그에게는 권한이 없다. 내부적으로 강하게 중재하거나 칼을 뽑아들 권한도, 외부를 향해 속시원하게 관련 내용을 알릴 권한도 없다. 답답한 상황을 접한 축구팬들이 96라인을 향해 왜 입다물고 있냐는 비판을 보내기도 한다.

이 상황을 풀어갈 수 있는 결정적인 인물은 손흥민이다. 대표팀의 이번 소동은 우발적인 게 아니라 최대 8년, 짧아도 4년에 걸쳐 쌓인 균열로 해석되고 있다. 공통적으로 거론되는 세 사건에 손흥민이 모두 직접 걸려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2701호 사건’과 2023 아시안컵의 ‘탁구 게이트’ 여기에 2026 북중미 월드컵의 인터뷰 보이콧이다.

속시원하게 뭔가 알려지지 않은 건 사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위 세 사건 중 손흥민이 나서서 풀어야 했던 대표적인 일은 2701호 사건이었다. 이번 갈등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보이는 이 사건은 손흥민의 리더십이 의심받는 가장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손흥민의 개인 트레이너 안덕수 씨가 대표팀 공식 의료진과 의견충돌을 넘어 감정싸움을 벌이면서, 이 문제는 대표팀 내로 번졌다. 2701호 사건 이후 축구협회는 "선수들은 특히 특정 의무팀장을 업무배제하라고 요구"하며 대표팀 내에서 본격적인 분란이 일어났음을 밝힌 바 있다. 손흥민은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일체 하지 않았다.

만약 손흥민이 외부를 향해서 발언하지 않았을 뿐, 대표팀에 사건이 일었을 때 내부적으로 후폭풍이 없도록 역할을 했다면 균열이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방식이 사과든 해명이든 혹은 권위를 이용한 결속이든 상관없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듯 이런 내부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장 겸 당사자였기 때문에 더 필요했던 조치였다.

월드컵과 아시안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거듭 대표팀 내홍이 표면화됐고, 그 중심에 언제나 손흥민이 있었다. 대표팀 동료의 피해 혹은 불만에 손흥민은 수습에 동참하기보다 침묵하는 쪽을 택했다. 각 대회 이후 개인적인 소회와 팬에 대한 감사를 밝히는 입장을 내놓았던 것을 보면 딱히 이야기할 창구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최근 축구팬들은 '96라인 왜 입 다물고 있냐'고 답답해하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손흥민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에 대한 답답함이 대표팀 내부적으로는 오래 쌓였고, 이번 일을 통해 그 여파가 새어나온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당사자로서 이야기해야 할 위치에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