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 옛집과 동명 경기장’서 PL 챔피언 격파한 4부 팀 “오늘 밤 기쁨만으로 백만장자야”
플릿우드타운. 게티이미지코리아
플릿우드타운.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진혁 기자= 아스널이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반대로 이들을 꺾은 하부 팀은 낭만적인 밤을 보냈다.

28일(한국시간) 영국 랭커셔의 하이버리 스타디움에서 2026-2027 잉글랜드 카라바오컵(리그컵) 4라운드(16강)를 치른 아스널이 플릿우드타운과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3PK5로 패배했다.

아스널이 4부 팀에 격침됐다. 전반 21분 말리 새먼의 수비 실수로 선제 실점을 헌납했다. 이후 아스널은 총공세를 퍼부으며 후반 5분 빅토르 요케레스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추가 골은 터지지 않았다. 연장 없이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브루누 기마랑이스 실축 끝에 고배를 마셨다. 아스널의 탈락으로, 플릿우드는 구단 창단 이후 첫 리그컵 8강 진출했다.

플릿우드는 랭커셔주 플릿우드를 연고지로 하는 잉글리시풋볼리그(EFL) 리그 투(4부) 소속 구단이다. 1908년 창단으로 역사가 깊지만, 1부는커녕 2부 경험도 전무하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선수는 제이미 바디다. 바디가 한창 ‘흙수저’ 역사를 쓸 때 거친 팀으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딱 1시즌 몸담고 레스터시티로 떠났다. 당시 이적료로 발생한 170만 파운드(약 30억 원)가 구단 역사상 최고 방출 이적료다.

홈구장 이름도 나름 독특하다. 아스널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입성 전 안방인 하이버리 스타디움과 동명이다. 하지만 아스널과 연관은 없다. 아스널이 사용한 하이버리 스타디움은 2006년 새 홈구장을 지어 이전한 후 철거돼 주택 단지로 재개발됐다. 플릿우드가 사용하는 하이버리 스타디움은 5,327명뿐만 수용할 정도로 아담하다.

사령탑의 경력도 재밌다. 맷 로울러 감독은 1988년생으로 젊은 축에 속한다. 그런데 감독대행 경력만 5차례가 있다. 그중 플릿우드에서만 3차례다. 로울러 감독은 26세부터 선수와 지도자를 병행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소외 지역 청소년 대상으로 육성 코치를 지냈고 이후 2019년 플릿우드 유소년팀 코치로 합류하며 지금의 팀과 인연을 쌓았다. 로울러 감독은 2021년 32세 나이로 현역 은퇴를 선언하며 전업 지도자로 활동했다.

이후 플릿우드 U21 감독, 아일랜드 워터퍼드 수석코치 등 거치다지난해 피트 와일드 감독의 코칭스태프로 플릿우드로 복귀했다. 지난 1월 와일드 감독 경질 후 시즌 종료까지 개인 통산 5번째 감독대행을 맡았고 8경기 무패를 기록하자, 공을 인정받아 지난 3월 드디어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다. 계약 기간은 2027-2028시즌 종료까지다.

맷 로울러 플릿우드타운 감독. 플릿우드타운 홈페이지 캡처
맷 로울러 플릿우드타운 감독. 플릿우드타운 홈페이지 캡처

아스널전 대이변을 낸 로울러 감독은 경기 후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정말 믿기 힘들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잉글랜드 챔피언이 플릿우드에 왔고 우리가 리그컵 8강에 진출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정말 어렵다”라며 “모두가 들떠 있었고 정말 기뻐했다. 이런 결과를 얻기 위해 선수들이 쏟아부은 노력이 있었기에 라커룸은 환희로 가득했다. 정말 놀라운 순간이었다. 늘 밤의 기분을 병에 담아 팔 수 있다면 백만장자가 될 것이다. 아스널을 꺾고 8강에 진출한 뒤 라커룸에서 느낀 감정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라고 기뻐했다.

플릿우드에서 보낸 지도자 커리어가 워낙 길다 보니 이날 경기를 지휘한 특별한 소감도 전했다. “내가 감독이기는 하지만 축구는 팀으로 하는 일이다.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두 사람인 네이선 폰디 코치, 마크 예이츠 코치와 함께 이런 성과를 이뤄냈다는 건 내게 정말 큰 의미가 있다”라며 “학창 시절 함께했던 사람들, 축구를 같이했던 사람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을 위해서도 정말 자랑스러웠다. 이곳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 피와 땀과 눈물이 들어갔는지 모른다. 그리고 오늘 밤 이뤄낸 성과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지역사회와 구단,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에게 평생 잊지 못할 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플릿우드타운 홈페이지 캡처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