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수원FC-北 내고향 공동응원? ‘평화’를 외치다 놓쳐버린 ‘존중’ [AWCL.1st]
수원FC. 서형권 기자
수원FC.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수원FC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 경기에 ‘공동응원단’이 함께할 예정이다. ‘페어플레이’와 ‘평화’를 기치로 내세운 그들에 대한 시선은 왜인지 마냥 좋지만은 않다.

14일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에 참가하는 내고향여자축구단에 대한 남한 방문이 승인됐다. 승인된 인원은 선수 27명, 스태프 12명 등 총 39명으로 대한축구협회 통보 명단과 동일하다. 그들은 17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대회 참가 기간 한국에 머문다. 수원FC위민와 4강전은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같은 날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등 200여개 단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약 3,000명 규모의 ‘2025-2026 AWCL 여자축구 공동응원단’을 결성한다고 발표했다.

‘수원FC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 공동응원단’으로 스스로를 칭하는 그들은 “승패를 떠나 스포츠의 양대 정신인 ‘페어플레이’와 ‘평화’가 구현될 수 있도록 열심히 응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를테면 “잘한다 수원”, “힘내라 내고향” 등 양 팀을 고루 응원하는 응원 구호와 함께 현수막, 머플러 등을 제작해 경기장을 찾은 모든 관중이 즐길 이벤트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통일부 당국자가 “일각에서 북한팀 응원 경비를 지원한다고 나와있지만, 남북간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해 남북 선수단을 모두 함께 응원하는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한 내고향여자축구단. 게티이미지코리아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한 내고향여자축구단.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런데 ‘수원FC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 공동응원단’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 바로 기존 수원FC위민 서포터즈다. 수원FC위민 관계자에 따르면 수원FC위민 서포터즈 ‘포트리스’는 보도자료가 나온 뒤에야 공동응원단의 존재를 파악했다.

공동응원단 측은 보도자료가 언론을 통해 배포된 이후에야 포트리스 측에 공동응원단 참여 의사를 물었다. 자신들과 사전 합의 없이 모든 걸 정한 다음 뒤늦은 제안을 하는 공동응원단에 포트리스는 단호하게 공동응원단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정했다.

포트리스는 이후 공식 채널을 통해 “해당 보도자료는 구단 사무국은 물론 현장에서 응원을 주도하는 서포터즈와의 어떠한 사전 논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배포되었음을 확인”했다며 “포트리스는 우리 선수들이 특정 목적을 위한 ‘들러리’가 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며 오직 선수들이 경기의 주인공으로 존중받아야 함”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공동응원단이 포트리스와 연계된 모든 공동 응원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음을 밝히며, 오직 수원FC위민의 승리를 위한 응원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한축구협회가 대회를 유치한 이상 경기장을 채울 응원단은 필수불가결하다. 3,000명 안팎의 응원단이 결성된 건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수원FC위민 측은 지난 12일 수원FC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 경기 예매를 시작한 지 12시간 만에 7,087석이 매진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공동응원단이 환영받지 못하는 건 수원FC위민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설령 포트리스에 공동응원을 사전에 제안했더라도 포트리스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사전 협의조차 없이 공동응원을 발표했다. 축구 응원 문화에 대해 무지했다는 그들의 해명은 그들이 얼마나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에만 매몰됐는지를 보여준다. 스포츠의 양대 정신을 구현하겠다는 공동응원단이 보인 스포츠 정신에 대한 이해 부족은 아이러니하다. 남북간 상호 이해 증진 이전에 선행돼야할 건 남한에서의 상호 이해 증진이다.

공동응원을 통해 ‘남북간 상호 이해 증진’이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북한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를 불법 중계할 때조차도 한국인 선수가 뛰는 팀의 경기는 아예 송출하지 않는다. AWCL이라고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의 바람대로 이번 경기 응원이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평화의 다리가 되면 더할 나위가 없지만, 남한과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한 북한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공동응원단의 바람이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공동응원단이 추구하는, 평화라는 가치는 분명 숭고하다. 어쩌면 남북간 평화만 이뤄진다면 축구는 ‘그깟 공놀이’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원FC위민 측을 존중하지 않았고, 스포츠가 추구하는 가치를 외면했다는 점에서 그들이 외치는 평화는 공염불이다. 진정한 평화는 서로가 추구하는 가치를 존중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그저 평화만 추구한다고 오지 않는다.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수원FC 서포터즈 '포트리스'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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