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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가 80년 넘게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해 온 가운데 중국이 15개월 연속 금을 매입하며 위안화를 달러에 맞서는 국제 통화로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코인텔레그래프는 11일(현지시각) 보도에서 중국이 장기간 금을 축적해 온 배경과 그 전략적 의미를 집중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2000년대 이후 국제 무역과 외환시장에서 자국 통화인 위안화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을 지속해 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치우스에 실린 연설에서 “국제 무역과 외환시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를 갖는 강한 통화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할 경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국제 질서 변화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일각에서는 중국이 실제 보유량보다 훨씬 많은 금을 비공개로 축적하고 있으며, 향후 이를 공개해 금에 연동된 새로운 통화 체제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브릭스(BRICS) 공동 금본위 통화 구상도 거론되지만, 10개국 이상이 참여하는 단일 통화 체제를 단기간에 출범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중국이 단독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중국 정부는 2025년 말 기준 금 보유량을 2306톤으로 신고했다. 이는 미국(8133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에 이어 세계 6위 수준이다. 그러나 일부 분석가는 실제 보유량이 공식 수치의 두 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중국이 14개월 연속 금을 순매수했다고 보도했으며, 이후 1월에도 추가 매입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머니메탈스익스체인지의 얀 니우엔하위스는 중국의 금 보유량이 5411톤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그는 중국이 가격 급등을 피하기 위해 조용히 매입을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시즈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 샤를앙리 몽쇼는 “미 국채를 대량 매도하는 방식은 시장 불안을 촉발할 수 있지만, 금 매입은 누적적이고 점진적인 전략”이라며 “달러 수요를 서서히 낮추면서 실물가치 기반의 완충 장치를 구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금융작가 도미닉 프리스비는 중국의 실제 금 보유량이 공식 발표치의 세 배, 많게는 열 배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적절한 시점에 금 보유량을 공개한다면 위안화는 실질적 담보를 갖춘 통화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배경에는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이 있다. 44개 연합국은 달러를 금 1온스당 35달러에 고정하고 각국 통화를 달러에 연동했다. 이후 미국이 베트남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달러 발행을 늘리면서 금 태환 유지가 어려워졌고,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금 태환을 중단하며 금본위제는 사실상 종료됐다. 그럼에도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 규모와 막대한 금 보유량을 바탕으로 달러 중심 체제를 유지해 왔다.
기축통화는 단순히 무역 결제에 많이 쓰이는 통화를 넘어 각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으로 신뢰하고 보유하는 자산이라는 점에서 금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금은 특정 국가의 신용에 의존하지 않는 실물자산이기 때문에, 대규모 금 보유는 통화 가치의 ‘최종 담보’로 인식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제재나 금융 봉쇄 위험이 존재하는 환경에서는 금이 달러 자산을 대체할 수 있는 비정치적 준비자산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의 금 매입은 단순한 투자 차원을 넘어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신뢰 기반 축적 과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향후 위안화 사용 확대 국면에서 금 보유 규모가 공개될 경우 이는 통화 안정성에 대한 상징적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20조7000억달러, 미국은 31조8000억달러로 전망된다. 경제 규모 비율을 금 보유량에 단순 적용할 경우 중국의 적정 보유량은 약 5300톤 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호주 ANZ은행 역시 5500톤 안팎으로 추정한 바 있다.
중국은 2007년 이후 세계 최대 금 생산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3년 이후 생산량은 약 4811톤이며, 2024년 한 해에만 380톤을 생산했다. 이는 전 세계 생산량의 약 10%에 해당한다. 동시에 중국은 2024년 약 1225톤을 수입한 주요 금 수입국이기도 하다. 상하이금거래소 인출 물량은 2015년 이후 연평균 1800톤 수준으로 집계됐다.
프리스비는 상하이금거래소 유통량, 런던 보관분, 국내 채굴분과 민간 보유 장신구 등을 종합해 중국 정부 보유량이 약 7294톤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중국이 실제 보유량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전략적 고려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니우엔하위스는 중국이 달러 의존도를 충분히 낮춘 이후에야 금 보유 현황을 공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2025년 12월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4000억달러다.
칼라일의 제프 커리 최고전략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중국의 금 매입은 탈달러화 전략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위안화 신뢰가 약화될 경우 중앙은행 금 보유량을 공개해 위안화를 금과 1대1로 연결하는 방안을 택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금 가격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높은 정부 부채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실물자산 선호가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금 축적이 실제로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 강화로 이어질지 여부는 향후 공개될 보유량과 국제 금융 질서 변화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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