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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명예교수가 암호화폐 시장의 붕괴 가능성을 거론하며 정책 당국의 경계를 촉구했다.
루비니 교수는 지난 3일(현지시각) 국제 오피니언 플랫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한 ‘다가오는 암호화폐 종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암호화폐가 화폐의 미래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화폐 체계는 점진적으로 발전하겠지만 암호화폐 업계가 주장하는 혁명적 변화로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 가격 급락을 언급하며 이 자산군의 극심한 변동성이 다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친암호화폐 기조가 강화되면서 비트코인이 이른바 ‘디지털 금’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했지만 실제 흐름은 달랐다고 평가했다.
루비니 교수는 지난 1년간 금 가격이 60% 넘게 오른 반면 비트코인은 연간 기준 하락세를 보였다고 짚었다.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위험 회피 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오히려 위험을 증폭시키는 자산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암호화폐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지니어스법에 서명한 점도 언급했다. 해당 법은 암호화폐 발행 시 동일 규모의 현금이나 국채 등을 일대일로 예치하도록 규정해 담보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루비니 교수는 이러한 제도권 편입이 시장 안정으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그는 19세기 미국에서 민간은행들이 자체적으로 화폐를 발행하다 연쇄 부도로 이어졌던 ‘자유은행 시대’를 거론하며, 현재의 제도 변화가 금융 시스템 불안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중앙은행의 최종 대부자 기능이나 예금보험 보호를 받지 않는 구조라는 점을 지적하며, 투자 실패나 자산 부실이 공황 심리를 자극해 대규모 자금 인출 사태로 번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시장에선 불안 신호가 일부 감지되고 있다. 미국의 암호화폐 대출업체 블록필스는 비트코인 급락 여파로 이달 초부터 고객 예치금 인출과 신규 예치를 중단했다. 이 회사는 헤지펀드 등 2000여 기관을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지난해 거래액은 611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에도 유사 사례가 있었다. 2022년 이른바 ‘암호화폐 겨울’ 당시 셀시우스와 블록파이 등 여러 업체가 출금을 중단했고, 시장 자산 가치가 급감한 바 있다.
한편 최근 미국의 물가 상승률 둔화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암호화폐 가격은 일부 반등했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낮아졌다는 발표 이후 비트코인은 7만 달러 선을 회복했다가 다시 6만8000달러선으로 내려갔다.
루비니 교수는 2006년 국제통화기금 본부 연설에서 미국 주택시장 거품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대형 금융기관 파산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그의 경고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현실화했다. 이후 그는 ‘닥터 둠’이라는 별칭으로 불려왔다. 그는 과거 미 상원 청문회에서 비트코인을 모든 사기의 어머니라고 규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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