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줄었다더니…2000조 턱밑 가계부채 밀어 올린 뜻밖의 '복병'

2025년 말 국내 가계가 짊어진 빚의 총규모가 1978조 8000억 원을 기록하며 200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5년 4/4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4분기 중 가계신용은 전분기보다 14조 원 늘어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주택담보대출의 오름세가 둔화했음에도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이 반등하고 연말 소비 수요로 인해 카드 사용액을 의미하는 판매 신용이 늘어난 결과다.

가계신용은 금융기관 대출인 가계대출과 카드 결제 전 외상 구매인 판매 신용을 합친 지표다. 작년 4분기 말 잔액 1978조 8000억 원 중 가계대출은 1852조 7000억 원, 판매 신용은 126조 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은 전 분기 대비 11조 1000억 원 증가해 앞선 3분기의 11조 9000억 원보다는 증가 폭이 소폭 축소됐다. 반면 판매 신용은 연말 소비 수요가 집중되며 2조 8000억 원 늘어나며 견조한 증가세를 보였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대출 시장의 주류인 주택담보대출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와 금리 여건 변화 속에 증가세가 주춤했다. 주택담보대출은 4분기에 7조 300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쳐 전 분기 증가액 12조 4000억 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그간 감소세를 유지하던 기타 대출이 3조 8000억 원 증가로 급격히 돌아서며 전체 대출 규모를 떠받쳤다. 기타 대출은 신용대출과 예적금 담보대출 등을 포함하며 3분기에는 5000억 원 감소했으나 한 분기 만에 뚜렷한 상승세로 전환됐다.

금융권 별 대출 양상은 확연히 갈렸다. 시중은행을 포함한 예금은행은 가계대출 증가 폭이 3분기 10조 1000억 원에서 4분기 6조 원으로 크게 줄었다.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4분기 4조 8000억 원 늘어나 전 분기 10조 9000억 원 대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이와 달리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인 상호금융과 새마을금고 등에서는 가계대출이 4조 1000억 원 늘어나 전 분기 1조 9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두 배 이상 확대됐다. 특히 비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6조 5000억 원이나 급증하며 은행권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를 드러냈다.

보험회사와 증권사 등이 포함된 기타금융기관 등에서도 가계대출이 1조 1000억 원 증가하며 전 분기 하락세(-1000억 원)를 벗어났다. 보험회사는 3000억 원 증가로 전환했고 자산유동화회사와 대부사업자 등이 속한 기타 금융 중개회사는 2조 9000억 원 늘어나며 증가 기조를 유지했다.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기금의 정책대출을 포함하는 공적 금융기관 대출은 1조 4000억 원 감소하며 4분기 연속 하향 곡선을 그렸다.

가계신용 그래프 / 한국은행

카드 이용액 중심의 판매신용 잔액은 126조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여신 전문 회사를 통한 판매 신용이 4분기에만 2조 9000억 원 늘어난 것이 성장을 주도했다. 백화점이나 자동차회사 등 판매회사를 통한 신용은 1000억 원 감소했으나 카드 결제 비중이 압도적인 여신 전문 회사가 전체 판매 신용 증가를 이끌었다. 이는 연말 소비 시즌의 계절적 특성과 내수 소비의 신용 의존도가 반영된 지표로 풀이된다.

이번 통계에는 기초 자료 정비에 따른 시계열 소급 수정 결과가 반영됐다. 한국은행은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자료를 정비하며 2018년 1월부터의 데이터를 수정 공표했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이 취급한 HUG 보증 중도금 및 이주비 대출을 가계대출로 재분류하고 상호금융의 일부 영리성 자금 대출을 산업별 대출금으로 제외하며 통계의 실질적 포괄 범위를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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