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한 달치뿐”…이란 전쟁 여파가 종량제봉투까지 번진 이유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중동 긴장이 국내 쓰레기 종량제봉투 수급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종량제봉투 재고 현황 파악에 들어갔다.

종량제 봉투.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지난 19일 연합뉴스 보도와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기후부는 이날 전국 기초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종량제봉투 재고량 조사에 착수했다. 종량제봉투 제조업체들이 원료 재고가 약 한 달 치만 남아 있다고 전달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고려해 현황부터 먼저 점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장 한 달 뒤 곧바로 종량제 봉투가 동나는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 각 지자체가 일정 물량의 종량제봉투 재고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는 당장 공급 차질이 현실화했다기보다 향후 수급 불안 가능성에 대비한 선제 점검으로 보인다.

◈ 나프타 흔들리자 봉투 원료도 흔들렸다

종량제봉투는 주로 폴리에틸렌으로 만든다. 폴리에틸렌은 원유에서 얻는 나프타를 거쳐 생산되는 소재다. 종량제봉투에는 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과 고밀도 폴리에틸렌 등이 쓰인다. 최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나프타 도입이 어려워지면서 수급 불안이 커졌고 나프타를 기반으로 하는 원료 가격도 함께 오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가 플라스틱 제조업체를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폴리에틸렌 공급가가 이달 약 20만 원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다음 달부터 저밀도 폴리에틸렌 공급가를 40만 원, 많게는 80만 원 더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은 업체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 공급가는 1t당 148만 원, 저밀도 폴리에틸렌은 163만 원, 고밀도 폴리에틸렌은 150만 원 수준이었다.

수급 불안이 현실화할 경우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종량제봉투는 연간 18억 장 안팎에 이른다. 2024년 일반용 종량제봉투는 14억 4672만 6000장 제작됐고 이 가운데 고밀도 폴리에틸렌 봉투는 5억 2128만 5000장, 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 봉투는 4429만 장이었다.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봉투도 같은 해 3억 4577만 3000장 생산됐으며 이 가운데 고밀도 폴리에틸렌 봉투가 2억 5951만 4000장으로 75%를 차지했다.

여기에 마트 등에서 물건을 담아온 뒤 쓰레기 배출에 다시 쓰는 재사용 종량제봉투까지 포함하면 폴리에틸렌 의존도는 더 높아진다. 일반용 봉투와 음식물 봉투, 재사용 봉투까지 일상 전반에서 쓰이는 품목인 만큼 원료 수급이 흔들리면 생활 불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번 재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별 수급 상황을 파악한 뒤 추가 대응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현재로선 지자체 재고가 남아 있어 당장 ‘쓰레기 봉투 대란’으로 이어질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지만 중동 정세가 길어질 경우 생활 밀착형 품목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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