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안 내려고 내연녀 아들 집에 숨은 남자' 찾은 공무원, 사무관 특진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소금항아리 속 현금을 찾아낸 세무공무원이 특진했다.

국세청이 16일 2026년 상반기 수시승진 인사를 실시하고 특별승진자 56명을 발표했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두 가지다. 경력 연차가 아닌 실적, 그리고 개청 60년 만에 처음으로 동료 직원들이 직접 승진자를 뽑았다는 것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간부회의에서 인사권을 스스로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청장인 자신부터 인사권을 과감히 포기할 테니 오로지 성과에 기반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스템에 의한 승진인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제3자를 통한 청탁 등 부당한 영향력 행사에는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경고도 함께였다. 인맥이 아닌 실적 중심의 인사 원칙을 못 박은 것이다.

평가 방식도 달랐다. 세무서·지방청 추천, 본청 국·실단위 전문평가, 직원 대표와 무작위 추출 직원이 참여하는 블라인드 평가까지 3단계를 거쳤다. 단계별 진행 결과는 공개했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였다.

최종 선발된 56명은 체납, 조사, 조직기여 세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직원들이다. 보도자료에 공개된 대표 사례들만 봐도 국세청이 왜 이들을 파격 발탁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체납 분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인물은 중부청 징세송무국의 한효숙 씨다. 6급에서 5급으로 승진 내정됐다. 한 씨가 쫓은 체납자들의 은닉 수법은 기상천외했다. 한 체납자는 양도잔금을 자금세탁한 뒤 내연녀 아들 주소지에 숨어 지냈다. 한 씨는 끈질긴 추적 끝에 이 체납자를 찾아냈고, 책자 사이에 숨겨둔 무기명 양도성 예금증서를 발견해 체납액 전액을 징수했다. 또 다른 체납자는 양도세를 내지 않고 금융자산을 골드바로 전액 현금화한 뒤 가족과 함께 잠적했다. 한 씨는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추적해 소재를 파악했고, 수색 과정에서 소금항아리 속에 숨겨둔 현금까지 찾아내 체납액을 모두 거뒀다.

중랑세무서 징세과의 정화영 씨는 7급에서 6급으로 올라섰다. 정 씨의 공적 제목은 '수상한 등산가방의 비밀'이다. 양도소득세 고액체납자가 고액 현금을 은닉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지방청과 합동으로 수색에 나섰다. 관할구청과 시장상인회의 협조를 받아 수십 개의 CCTV를 샅샅이 분석했다. 그렇게 수상한 등산가방을 집 안으로 반입하는 체납자의 행적을 포착했다. 수색 과정에서 바느질로 꼼꼼히 밀봉된 등산가방을 발견했고, 가방을 열자 현금과 골드바가 쏟아졌다. 국세와 지방세 체납액을 한 번에 완납시켰다.

용인세무서 징세과의 김가민 씨는 8급에서 7급으로 승진했다. 시행사 고액 체납 사건을 맡은 김 씨는 도급계약서와 신탁계약서, 소장 등을 꼼꼼히 검토해 체납액이 신탁계약서상 집행순위에서 선순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압박을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수십억 원을 징수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거액의 민사공탁금이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는데, 법원에서는 실무적으로 압류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씨는 포기하지 않고 형사공탁은 받을 수 있다는 법리를 스스로 확인한 뒤 서울중앙지법에 직접 출장해 압류와 추심을 동시에 진행, 수백억 원을 전액 징수했다.

조사 분야로 넘어가면 중부청 조사3국의 고영욱 씨가 있다. 6급에서 5급 승진 내정이다. 고 씨가 파고든 것은 제약회사의 비자금이었다. 일시보관 조사 중 자금팀 임원의 비밀금고에서 현금 수억 원을 발견했다. 해당 임원 관련 자료 확보에 집중하던 중 USB 사용 이력을 추적해 은닉된 USB를 찾아냈다. USB에는 리베이트 제공의 결정적 증빙인 이른바 BM 자료가 담겨 있었다. 이를 근거로 리베이트 용도로 조성된 비자금 수백억 원을 적출하고 법인세 등 수백억 원을 추징했다.

서울청 조사4국의 김현우 씨는 7급에서 6급으로 승진했다. 차명주식을 이용한 경영권 변칙 승계를 적발한 사건이다. 일시보관 조사 중 재무본부장 사무실 문이 잠겨 있었다. 밤샘 대치 끝에 회사 동의를 받아 열쇠공을 불렀다. 사무실에서 수기로 작성된 실질주주명부 등 명의신탁 사실을 증명할 핵심 자료를 확보했다. 사주가 차명 소유 지분을 자녀에게 저가 양도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변칙 승계한 사실을 밝혀내 재산제세 수백억 원을 추징했다. 왼쪽 손가락 세 개가 없는 선천적 장애를 가진 김 씨는 일시보관 조사에서 앞장서 예치 서류박스를 꾸리고 전산장비를 정리·회수하는 등 솔선수범했다는 내용도 공적에 담겼다.

부산청 조사1국의 강민규 씨는 8급에서 7급이 됐다. 대리운전 플랫폼 업체의 구조적 갑질 관행을 파헤친 공적이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인 대리기사들에게 대금 정산을 수시로 지연해온 이 업체를 조사하면서 5년치 대리기사 수행 내역 등 방대한 자료를 확보했다. 복잡하게 얽힌 거래 구조를 끈질기게 분석해 미등록 총판 수천 개와의 거래금액 수백억 원을 등록 업체와의 거래로 위장하고 거짓 세금계산서를 수취·교부한 사실을 밝혀냈다.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법인세 등 수십억 원을 추징했으며, 매출 누락 거래처 수백 건의 자료를 파생시켰다.

조직기여 분야의 대구청 징세송무국 정수호 씨는 7급에서 6급으로 승진했다. 공적 제목이 이미 자신감이 넘친다. '송무국 에이스'. 행정소송 5년 2개월, 민사소송 4년 8개월 무패. 수십 건의 행정소송에서 소가 수백억 원에 달하는 사건을 최종심까지 모두 승소로 이끌었다. 민사소송에서도 수백억 원의 승소로 역대급 조세채권을 확보했다. 특히 은닉재산 제보에 관한 최초 소송 승소로 국가예산 수천억 원을 절약하는 선례를 만들었다. 2022년 대법원 판결이 그 근거다.

성동세무서 재산세2과의 반미경 씨는 7급에서 6급으로 올랐다. 상속인의 절박한 처지를 풀어낸 공적이다. 근저당권이 설정된 납세담보 토지가 지자체에서 수용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상속세가 체납될 위기에 처했다. 반 씨는 시청 공무원과 머리를 맞대 상속세 조기 납부와 토지 수용 문제를 함께 해결했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법원 경매가 진행 중인 단독주택이 상속인 가족의 유일한 재산이었다. 반 씨는 감정평가 자료를 직접 확보하고 재산평가심의제도를 활용해 배우자와 자녀 셋으로 이뤄진 상속인 가족의 경제적 고충을 예방했다. 적극행정 우수공무원으로도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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