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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자체 개발한 무기들이 국제 무대에서 잇달아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K방산에 대한 자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6·25전쟁 이후 미국산 무기에 의존해 영공을 지켜야 했던 나라가 이제는 전 세계가 줄을 서서 사가는 무기를 만드는 나라가 됐다. 그 중심에 천궁-Ⅱ가 있다.

지난 2월 시작된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은 5주간 이어지다 4월 7일 조건부 휴전으로 일단락됐다. 이 전쟁이 K방산에 남긴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중동 방공망의 대규모 소진이었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은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드론 공습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요격미사일 재고를 대거 소모했고, 기존 공급처인 미국은 자체 수요와 우크라이나 지원이 겹치면서 긴급 보충 요청에 응할 여력이 없었다. 이 공백을 채울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한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Ⅱ다.
이번 전쟁에서 UAE에 배치된 천궁-Ⅱ는 이란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534발 중 494발을 요격했다. UAE 방공망은 미국제 패트리어트, 이스라엘제 애로, 한국제 천궁-Ⅱ로 구성돼 있는데, 이 교전에서 천궁-Ⅱ가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탄도미사일뿐 아니라 이란이 즐겨 쓰는 샤헤드-136 같은 소형 자폭 드론까지 잡아낼 수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됐다. 하나의 무기체계로 두 가지 위협을 동시에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이 걸프 국가들이 천궁-Ⅱ를 선호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뉴욕타임스는 천궁-Ⅱ를 포함한 한국산 무기에 대해 "중동의 전시장이 됐다"고 평했다. K방산이 전차·자주포 같은 지상 무기 수출을 넘어 정밀 유도무기 분야에서도 세계 최정상급 경쟁력을 갖췄음을 입증한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UAE는 2022년 1월 천궁-Ⅱ 10개 포대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빠른 납품을 원한 UAE는 계약 3개월 만에 한국 공군에 실전 배치돼 있던 1개 포대를 먼저 넘겨받았고, 올해 1개 포대가 추가 인도되면서 현재 총 2개 포대가 전력 배치돼 있다. 나머지 8개 포대는 순차 납품 일정에 맞춰 인도될 예정이었는데, 이번 교전에서 대량의 요격미사일을 소모하자 UAE는 남은 물량의 조기 납품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자국 수송기를 한국에 직접 급파해 요격미사일을 실어 간 것도 그 절박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한국산 무기가 단순 수출 품목을 넘어 국가 방어의 생명줄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아직 천궁-Ⅱ를 전력 배치하지 못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도 다급해지기는 마찬가지다. 사우디는 수천 발 규모의 이란 미사일 공격을 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으로, 요격 과정에서 기존 미사일 재고가 급감했다. 미국에 추가 공급을 요청해도 수년을 기다려야 하는 현실에서 한국은 가장 빠르게 대응 가능한 공급처다.

지난 1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우디가 천궁-Ⅱ 조기 공급을 한국 측에 공식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는 2022년, 이라크는 2024년에 각각 천궁-Ⅱ 계약을 맺었는데, UAE가 한국 공군 배치 물량을 먼저 넘겨받아 실전에 투입한 선례를 들며 두 나라 모두 같은 방식의 긴급 조달을 요구하고 있다. 이란이 극초음속 미사일 '파타흐' 계열과 중거리 미사일 '샤하브-3', '코람샤르' 등을 추가 공격 수단으로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들의 조급함은 더 커지고 있다.
문제는 천궁-Ⅱ가 찍어낼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데 있다. 발사체 하나를 생산할 때마다 엄격한 품질 검사가 수반되고, 생산라인 증설에도 물리적 한계가 있다. 국내 방산기업들은 연간 4개 포대이던 생산 규모를 이라크 계약 이후 연간 8개 포대로 늘렸지만, 이 이상의 추가 증산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UAE 10개 포대, 사우디 10여 개 포대, 이라크 8개 포대 등 이미 확정된 계약 물량만으로 생산라인은 2030년대 초반까지 풀가동이 불가피하다. 실전 검증 이후 신규 문의가 쏟아지고 있지만, 뒤늦게 계약에 나서는 국가는 2033~2034년은 돼야 물량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당장 생산 물량을 늘릴 수 없어 우리 공군에 전력 배치됐거나 배치될 물량을 검토 중"이라며 "조기 납품이 결정되더라도 운송 등을 고려하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천궁-Ⅱ의 가격은 미국 패트리어트의 3분의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성능 면에서는 패트리어트가 앞서는 부분이 있지만, 중동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무기로서는 천궁-Ⅱ가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의 무기체계는 북극 수준의 혹한과 열대 수준의 혹서를 모두 견디도록 설계됐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사계절 전천후 운용을 요구받아 온 덕에 열사의 땅 중동에서도 성능을 그대로 발휘할 수 있었다.

가격 외에 기술 이전과 자국 방공 시스템 연동 가능 여부도 중동 국가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산 무기는 구매 후에도 운용과 기술 접근에 여러 제약이 따르지만, 천궁-Ⅱ는 이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자국 방위산업 육성을 원하는 중동 국가들에게 이 차이는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납기 속도도 경쟁력이다. 한국 방산기업들은 전시를 상정해 평시에도 유효 설비를 그대로 유지해 왔다. 가동률이 낮아도 설비를 줄이지 않고 120~140% 가동이 가능한 여력을 확보해 온 덕에, 갑작스러운 대규모 수주에도 타국보다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생산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방산업체들과는 대조적이다.
한편, 신규 생산으로 조기 납품을 맞추는 건 불가능하지만 협상이 완전히 끊긴 건 아니다. 정부가 검토 중인 카드는 현재 한국 공군에 배치됐거나 배치 예정인 천궁-Ⅱ 물량을 수출로 돌리는 방안이다. 다만 이 경우 국내 방공 공백이 생기는 만큼 정부로서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여기에 원유 변수까지 얽혔다. 한국은 중동 원유 수급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고, 사우디는 원유 공급과 천궁-Ⅱ 조기 납품을 패키지로 연계하는 방식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방산과 외교와 에너지가 한꺼번에 걸린 협상이 지금 한국과 중동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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