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만든 '세상에서 제일 하찮은 프롬프트'...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한국인이 만든 하찮은 이미지 템플릿이 챗GPT 이미지 기능에 공식 탑재됐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는 국내 이용자 A씨(@withgrdnrush). 그는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 스레드에 짧은 글을 하나 올렸다. 제목은 '세상에서 제일 하찮은 프롬프트'. 챗GPT에 이미지를 올리고 일부러 못 그린 결과물을 돌려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프롬프트는 다음과 같다.

첨부한 이미지를 최대한 서툴고, 휘갈긴 듯하고, 진짜 한심하게 다시 그려줘. 배경은 흰색으로 하고, 옛날 컴퓨터 그림판 프로그램에서 마우스로 그린 것처럼 보이게 해줘. 얼핏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사실은 별로 안 비슷하고, 맞는 듯하면 서도 어딘가 엇나간, 헷갈리고 어색한 느낌이면 좋겠어. 픽셀 하나하나 보이는 저화질 느낌도 살려서 얼마나 말도 안 되게 못 그렸는지 확 느껴지게 해줘. 아니, 있잖아, 됐고 그냥 네 맘대로 그려줘.

게시 당일 한국인 스레드 이용자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졌고, 한 이용자가 이 프롬프트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사진을 리터치한 이미지와 함께 영어 번역본을 X에 올리면서 영어권으로도 불이 붙었다. 일본어 등 수많은 언어로 번역된 프롬프트가 돌기 시작했고, 올트먼이 자신과 관련한 게시물을 리트윗했다. 그리고 드디어 5일 새벽 챗GPT 이미지 기능에 '낙서풍'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템플릿에 탑재됐다. A씨는 같은 날 스레드에 "이게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 세상에서 제일 하찮은 프롬프트가 챗GPT '이미지 만들기'에 들어다. 다들 즐겨주신 덕분"이라고 소감을 남겼다.

글쓴이가 SNS에 올린 게시물.

갈수록 정교해지는 생성형 AI 이미지 트렌드를 정면으로 비튼 이 프롬프트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게시 당일 한국인 스레드 이용자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퍼졌고, 한 이용자가 이 프롬프트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사진을 리터치한 이미지와 함께 영어 번역본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리면서 영어권으로도 불이 붙었다. 일본어 등 수많은 언어로 번역된 프롬프트가 돌기 시작했고, 올트먼 본인이 관련 게시물을 리트윗했다. 한국 시간으로 5일 새벽에는 챗GPT 이미지 기능에 '낙서풍'이라는 이름으로 공식 템플릿에 탑재됐다. A씨는 같은 날 스레드에 "이게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네요. 세상에서 제일 하찮은 프롬프트가 GPT '이미지 만들기'에 들어갔습니다. 다들 즐겨주신 덕분입니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이말년 프로필 같은 그림"…발상의 출발점

A씨는 자기가 만든 프롬프트가 챗GPT 공식 이미지 템플릿에 정식 탑재되기까지 과정을 5일 인터넷 커뮤니티 개드립에서 직접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면서 AI 공부를 하던 중 SNS 팔로워를 늘리기 위해 프롬프트 개발을 시작했다. 기존에 공유되던 프롬프트들이 형식적이고 길어서 프롬프트 자체만 봐도 헛웃음이 나오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좀 더 획기적인 것을 고심하다 그림판에서 마우스로 막 그린 것 같은 그림들이 떠올랐고, 이말년 작가의 옛날 프로필 사진에서 영감을 얻어 '세상에서 제일 하찮은 프롬프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프롬프트 말미의 "아 됐고 그냥 네 맘대로 그려줘"라는 문장을 넣자 결과물이 더 잘 나왔다고 했다. A씨는 개드립에서 "친구 없는 나, 이게 국뽕 차오르는 일인데 어디에도 말할 곳이 없어서 여기에 남긴다"고 했다.

"제2의 지브리 사태" 예감한 사람들

유행의 시작은 조용했다. 게시물을 올린 직후 반응은 미미했다. 퇴근 시간이 지나서야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저마다 프롬프트를 따라 해보기 시작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표지를 하찮은 스타일로 바꾼 이미지, 유명인 사진을 투박한 선으로 재현한 그림 등이 댓글창을 채웠다. "챗GPT로 할 수 있는 게 이렇게나 다양하구나"가 아니라 "이렇게 못 그려도 되는구나"라는 반응이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을 하찮은 스타일 이미지로 바꾼 사. / X

스레드 안에서도 빠르게 예감하는 사람들이 나왔다. "제2의 지브리 사태가 터질 것 같은 냄새가 난다. 미리 성지순례 왔다"라는 댓글이 좋아요를 집중적으로 받았다. 챗GPT-4o 이미지 기능 출시 이후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가 전 세계적으로 퍼진 것과 흡사한 흐름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스레드에서 엑스로, 엑스에서 전 세계로

불씨는 X로 옮겨붙었다. 한 이용자가 A씨의 프롬프트를 영어로 번역해 엑스에 올리자 조회수 610만 회를 기록했다. 좋아요 1만2000개, 리트윗 4400회를 넘긴 해당 게시물에는 "이 GPT 이미지2 프롬프트가 지금 엄청나게 바이럴되고 있다"는 문구가 달렸다. 구글에서도 '하찮은 프롬프트'를 설명하는 AI 답변이 등장했다.

오픈AI 공식 계정에 오르는 하찮은 스타일 이미지.

오픈AI의 반응은 빨랐다. 챗GPT 공식 엑스 계정이 관련 게시물을 리트윗했고, 오픈AI와 챗GPT 공식 엑스 계정의 배경 사진이 하찮은 스타일 이미지로 교체됐다. 오픈AI 인스타그램도 프로필을 같은 스타일로 바꿨다. 일론 머스크의 AI 기업 xAI가 운영하는 챗봇 '그록'도 해당 프롬프트를 별도 추천 템플릿으로 출시했다.

기업들도 앞다퉈 동참…바이낸스·솔라나까지

기업들도 합류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자사 로고를 하찮은 스타일로 변환해 X에 올렸다. 블록체인 플랫폼 솔라나도 마찬가지였다. NFT 프로젝트 퍼지펭귄은 캐릭터를 투박하게 재해석한 이미지를 내놨다. 잘 그린 이미지가 경쟁력이던 AI 이미지 시장에서 못 그린 이미지가 오히려 주목을 끄는 역설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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