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통장이 빠르게 비는 이유” 3위 고정비, 2위 자녀, 1위는?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이미 은퇴한 가구에서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55.6%다. 반면 여유 있다는 응답은 11.5%에 그쳤다. 은퇴 전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자금이 막상 은퇴하고 나면 생각보다 훨씬 빨리 비어간다. 문제는 어디서 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은퇴 후 통장이 빠르게 비는 진짜 이유를 들여다봤다.

서울 도심에 설치된 은행 ATM기. / 뉴스1
3위. 고정비

은퇴 후 수입은 확 줄지만 나가는 돈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보험료, 통신비, 관리비, 각종 구독료는 매달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직장 다닐 때 당연하게 유지하던 지출 수준을 은퇴 후에도 그대로 이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지서 자료사진. / 뉴스1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이 공동 실시한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은퇴 후 부부 기준 최소 생활비는 월 240만 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통계청 2025 고령자 통계에서 65세 이상 연금 월평균 수급액은 69만 5000원에 불과하다. 수입과 지출의 간격을 메우는 것이 그동안 쌓아온 노후 자금이다.

은퇴 직후 지출 구조를 손보지 않으면 이 간격은 매달 수백만 원씩 벌어진다. 쓰지도 않는 보험, 올리지 않아도 되는 요금제, 습관처럼 유지하는 멤버십까지 더하면 월 30만~50만 원이 아무 이유 없이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다. 은퇴 후 첫 번째 할 일은 고정비를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다.

2위. 자녀

자녀를 돕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기준 없이 시작된 지원은 끝이 없다. 결혼 비용, 전세 보증금, 손자 교육비까지 이어지면 노후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간다.

지난 4월 서울 노원구의 한 부동산에 게시된 매매 안내문. / 뉴스1

보건복지부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65세 이상 노인 중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는 비율은 37.3%로 나타났다. 노인 10명 중 4명이 은퇴 후에도 자녀에게 돈을 보내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지원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긴급 지원이 일상 지원으로 바뀌고 그 과정에서 노후 자금은 빠르게 소진된다. 자식의 인생은 자식이 감당해야 한다. 부모의 노후 자금으로 자녀의 삶을 대신 채워주다가 정작 본인이 아플 때 쓸 돈이 없어지는 경우가 현실에서 반복되고 있다.

1위. 금융사기

가장 예상 못 하고 가장 치명적인 이유다. 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보이스피싱 피해자 연령대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60대 이상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전체 1만 6765명 중 5131명으로 30.6%를 차지해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송창원 순천경찰서 형사과장이 지난해 8월 12일 대한노인회 순천시지회 강당에서 열린 전화금융사기 예방 교육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순천경찰서 제공

2020년 16%에서 2025년 상반기 30.6%까지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액도 2023년 4472억 원에서 2024년 8545억 원으로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피해 수법도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검찰·경찰·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기관 사칭형 범죄는 2016년 3384건에서 2025년 1만 3323건으로 약 4배 폭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심지어 실제 기관 전화번호가 피해자 휴대폰에 그대로 표시되도록 조작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경찰은 자산은 많고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을 노린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아둔 노후 자금이 전화 한 통에 사라지는 일이 매년 늘고 있는 이유다.

고정비는 서서히 갉아먹고 자녀 지원은 목돈을 한꺼번에 빼간다. 금융사기는 한 번에 전부를 날린다. 이 세 가지가 공통적으로 무서운 이유는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다는 점이다. 은퇴 후 통장을 지키는 첫걸음은 어디서 새는지 아는 것이다.

※ 이 글은 위키트리 지식·교양 창작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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