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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주가가 거침없이 치솟고 있다. 15일 장중 24만1000원(낮 12시 5분 기준)까지 오르며 전일 대비 11.06% 상승했다. 한 달 전만 해도 12만원대였던 주가가 두 배가량 뛰었다. 6거래일 연속 상승에 52주 신고가 경신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때 6만원대까지 밀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격세지감급 상승이다.
상승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국내 모든 증권사의 목표주가가 이미 현재 주가 아래에 있다. 삼성증권(17만원), 유진투자증권(19만5000원), 그리고 전날 제시된 하나증권의 23만원까지 전부 뛰어넘었다. 시장의 재평가 속도가 증권사의 계산을 앞질러 가고 있는 셈이다.
한때 국내 대표 전자기업이라는 위상에 비해 '만년 저평가주'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LG전자다. 2021년 고점 이후 5년 가까이 하락과 박스권을 반복하며 반도체·AI 관련주들의 급등 랠리와는 동떨어진 흐름을 이어왔다. 그 LG전자가 지금 완전히 다른 국면에 들어서 있다. 시장은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이번 주가 급등세의 도화선은 지난달 말 확정 발표된 2026년 1분기 실적이었다. LG전자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23조7272억원, 영업이익 1조673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역대 1분기 최고치였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9% 급증하며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지난해 4분기 희망퇴직 비용으로 영업적자를 낸 지 불과 한 분기 만의 극적인 반전이었다.
실적의 구조도 달라졌다. 생활가전(HS)·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전장(VS) 등 전 사업부가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가 분기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동시에 경신하며 사업본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률 6%를 돌파했다. 가전에 이어 전장까지 반복 가능한 수익 구조가 자리잡혔다는 신호였다. 두 사업본부의 합산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북미 관세 환급 약 6000억원 규모가 2분기나 3분기 중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현재 주가에는 이 요인이 아직 온전히 녹아들지 않았다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다. 일각에선 2분기에 또 한 번 실적 서프라이즈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실적 발표 이후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상향이 릴레이처럼 이어졌다. 미래에셋증권이 15만원에서 19만원으로, 유진투자증권이 13만2000원에서 19만5000원으로 각각 올린 데 이어 하나증권이 23만원을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LG전자를 'AI 생태계의 하드웨어 파트너'로 규정하며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진행 중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미 현재 주가는 이 모든 목표주가를 내려다보고 있다.
실적 서프라이즈로 붙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은 신사업 3개가 동시에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시장이 LG전자를 백색가전 회사가 아닌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하드웨어 공급업체로 다시 보기 시작한 것이 이번 랠리의 본질이다.
첫째는 엔비디아·구글 딥마인드와의 협력 공식화다. 류재철 LG전자 사장은 지난달 28일 LG트윈타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장녀 매디슨 황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이사와 만나 피지컬 AI·AI 인프라·로보틱스 등 전방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같은 날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같은 장소에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와 비공개 회동을 갖고 AI 분야 파트너십을 논의했다. LG전자는 엔비디아의 범용 휴머노이드 추론 모델 '아이작 GR00T'를 기반으로 자체 피지컬 AI 모델을 개발 중이며, 로보틱스·디지털 트윈·AI 데이터센터 등 전 분야에서 협력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AI 생태계 핵심 플레이어들과 동시다발적으로 접점을 만든 하루였다.

둘째는 AI 데이터센터 냉각 사업이다. 고발열 AI 서버 확대에 따라 냉각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냉난방공조(HVAC) 역량을 보유한 LG전자가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른다. 데이터센터향 수주는 초기 단계임에도 전년 대비 3배 수준으로 성장했고, 칠러 사업의 2027년 매출 1조원 목표 조기 달성 가능성도 거론된다. LG전자는 냉각수분배장치(CDU) 공급을 위한 엔비디아 인증도 추진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데이터센터 냉각 사업의 신규 수주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셋째는 로보틱스다. LG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사업을 본격화하며 연내 양산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는 홈로봇 '클로이드'의 실증 사업 계획을 당초 2027년에서 올해 상반기로 앞당겼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LG전자가 로봇 사업을 예상보다 빠르게 가속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고 있다. AI 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에서 실제 움직이는 로봇과 자율 시스템으로 확장되면서, 관련 부품과 시스템 역량을 갖춘 기업들의 가치가 통째로 재평가받는 국면에 LG전자가 정확히 올라타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전장사업본부의 2026년 연간 영업이익을 평균 8289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신증권 8390억원, NH투자증권 8730억원, 삼성증권 8550억원 등 주요 증권사 모두 8000억원대 중반을 제시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가전·전장·AI 데이터센터·로봇으로 이어지는 사업 포트폴리오 전체의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증권가에서 힘을 얻고 있다.
B2B 매출 비중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1분기 기준 B2B 매출이 6조5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6%를 차지했다. 가전 구독 서비스와 소비자 직접 판매(D2C) 등 새로운 수익 방식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주주환원도 강화됐다. LG전자는 2026년까지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고, 지난 2월부터 오는 9월까지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실행 중이다.
로봇 사업이 실제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하는 하반기 이후에는 멀티플 재평가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증권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만년 저평가주'라는 꼬리표는 이미 옛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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