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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만으로는 부족하고 퇴직금은 언제 바닥날지 모른다는 걱정이 쌓이기 시작한다. 바로 이 틈을 파고드는 곳들이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준다는 말로 60대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곳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5년 발표한 이슈통계에 따르면 사기 피해는 2016년 인구 10만 명당 1152건에서 2024년 4583건으로 약 4배 증가했다. 전국 보이스피싱 피해자 중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에 달한다. 전체 보이스피싱 건수는 2021년 약 3만 건에서 2025년 8월 기준 약 1만 6000건으로 46% 감소했지만, 60대 이상 피해자 비중은 오히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사기들이 벌어지는 장소에는 공통점이 있다. 오늘은 60대 이후 절대 발을 들이면 안 되는 3곳을 짚어본다.
입장료도 없고 밥도 준다. 건강검진까지 무료로 해준다는 말에 이끌려 들어갔다가 수십만 원짜리 건강기능식품을 사고 나오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수법은 전화로도 이어진다. 머니투데이가 지난 2024년 1월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한 텔레마케팅 업체는 고령의 소비자에게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어 거절 의사를 밝혀도 계속 설득하는 방식으로 건강보조식품을 강매했다. 결제일을 일부러 늦춰 14일 이내 반품 규정을 피해가기까지 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법적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사기를 치려 했다는 증거를 잡기가 어렵고, 단순히 집요하게 설득한 것만으로는 형사처벌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건강식품 관련 텔레마케팅 소비자 상담 건수는 2021년 1023건에서 2023년 1879건으로 2년 사이 거의 두 배로 늘었다.
현장 판매 방식은 더 교묘하다. 자식보다 살갑게 대하고, 오래 앉아 이야기를 들어주고, 건강 걱정을 함께해주는 척하다가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든다. 외로운 노년층일수록 이 방식에 더 쉽게 마음을 연다. 처음 한 번은 공짜처럼 보이지만 결국 한 달 생활비를 날리는 자리로 바뀐다. 무료라는 말이 붙은 순간 더 경계해야 한다.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 개발 호재가 있는 땅이라며 소액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유혹한다.
뉴시스가 지난 2021년 5월 보도한 서울북부지검 수사 결과에 따르면 A기획부동산 조직은 2017년부터 수년간 개발 가능성이 희박한 개발제한구역 내 임야를 사들인 뒤 4~5배 높은 가격으로 판매했다. 피해자만 1만여 명, 거래차익은 1300억 원에 달했다. 이들은 전국에 10개 이상의 지사를 운영하며 피해자들에게 필지당 수십 명에서 수백 명씩 공유지분 형태로 매도했다. 압수 과정에서 관계자 주거지에서 30억 원 상당의 골드바와 현금, 외화가 나왔다.

같은 수사에서 또 다른 사례도 드러났다. 영농 의사가 없는 법인을 세워 가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은 뒤, 개발 가능성이 없는 농업진흥구역 내 농지를 피해자 100여 명에게 시세의 10배 가격으로 판매한 조직도 함께 적발됐다. 검찰 측은 "피해자들은 대부분 부동산에 대한 별다른 지식이 없는 가정주부나 고령자"라며 "평생 모은 돈을 잃고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이라는 말이 주는 신뢰감, 개발 호재라는 말이 주는 기대감이 판단을 흐리게 만든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 한 장도 확인하지 않은 채 수천만 원을 건네는 일이 반복되는 이유다. 개발 호재를 앞세운 곳일수록 반드시 공식 기관을 통해 실제 개발 계획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가장 위험한 곳은 결국 여기다. 월 수익률 10%, 원금 보장, 지금 가입하면 특별 혜택이라는 말이 난무하는 투자 설명회장이다. 가상자산, 유사수신, FX 마진거래, 다단계 투자까지 형태는 다양하지만 구조는 같다. 초기에 소액의 수익을 지급해 신뢰를 쌓은 뒤 더 큰 금액을 투자하게 만들고, 주변 인맥까지 끌어들이게 한다.

미주중앙일보가 2025년 7월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이 검거한 사설 FX 마진거래 업체는 "매월 5% 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2400여 명으로부터 1400억 원대 투자금을 모집했다. 하위 투자자의 돈으로 상위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 방식이었다. 총책이 이 중 185억 원을 수표로 인출해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가 2025년 적발한 가상자산 블록딜 스와프 거래 사기 조직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투자금의 2%를 매일 지급한다"고 약속해 피해자 1408명을 끌어모았고, 이 중 85.9%가 50~70대 고령층이었다. 편취 금액은 328억 원이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사이버투자 사기는 단 한 해에 1만 2851건이 발생했고 검거율은 30.3%에 그쳤다. 피해를 입어도 돌려받기가 극히 어려운 이유다.
이 모든 사기 조직이 처음에 내세운 공통된 말이 있다. 원금 보장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원금을 보장하는 금융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원금 보장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사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많은 사람들이 60대 이후 위험한 곳을 으슥한 골목이나 낯선 사람이 많은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작 위험한 곳은 따로 있다. 교회보다 더 친절하고 동호회보다 더 반갑게 맞아주는 곳, 깔끔한 사무실에 말 잘하는 사람이 있고 공짜 밥이 나오는 곳이다. 처음에는 잃을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는다. 그 방심이 평생 모은 노후 자금을 한순간에 날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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