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의 파격 예측 “의사보다 그 직업이 더 버는 시대 온다”

정말 수학자가 의사보다 많은 돈을 버는 시대가 도래할까?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그런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봤다. 최 회장은 28일 KBS 1TV '다큐 인사이트 - 인재전쟁2 : 최태원의 대답'에 출연해 "AI 시대에는 수학자가 의사보다 훨씬 더 돈을 많이 버는 환경이 올 수도 있다"며 "특정 직업이나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의대 쏠림이 극심한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치고는 꽤 도발적이다.

최태원 SK 회장이 28일 방영된 KBS 다큐 인사이트 '인재전쟁2 · 최태원의 대답' 에 출연해 강연하고 있다. / KBS

최 회장은 이날 방송에서 AI 시대 인재상의 변화와 국가 차원의 AI 전략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펼쳤다. 그는 "AI가 인간보다 빠르게 진화하는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AI 산업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과 직접 대화하고 사업을 함께 하면서 갖게 된 관점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출연 배경을 밝혔다. 지난해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이라는 부제로 방영된 '인재전쟁' 시리즈의 후속편으로, 올해는 AI 시대 중국의 변화 속도와 한국 사회의 구조적 과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 에이전틱 AI 시대, 스페셜리스트의 종말

최 회장은 현 시대를 '리즈닝(Reasoning) AI'에서 '에이전틱(Agentic) AI'로 넘어가는 전환점으로 진단했다. 리즈닝 AI가 인간이 질문하면 답을 내놓는 수준이라면, 에이전틱 AI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단계다. 그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능력 차이는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며 "개인뿐 아니라 기업과 국가 역시 AI를 얼마나 빨리,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했다.

최태원 SK 회장이 28일 방영된 KBS 다큐 인사이트 '인재전쟁2 · 최태원의 대답' 에 출연해 강연하고 있다. / KBS

그러나 역설적으로 더 장기적인 범용인공지능(AGI) 시대가 오면 인간 간 능력 격차는 오히려 줄어든다고 봤다. 최 회장은 이를 수치로 설명했다. "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역량이 10, 뛰어난 사람을 100이라 할 때 기존 격차는 10배지만, 1000의 능력을 지닌 AI가 도입되면 1010 대 1100이 돼 실제 차이는 9% 수준으로 줄어든다." 격차가 무의미해지는 미래에는 특정 분야만 깊게 아는 스페셜리스트보다 여러 분야를 아울러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더 뛰어난 인재로 평가받게 된다는 논리다. 최 회장은 "미래에는 어떤 직업을 가졌느냐보다 인간과 AI를 어떻게 함께 활용하고 연결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진다"고 했다.

근무 방식도 바뀐다. AI가 업무 투입 시간과 노력을 대폭 줄여주면서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멀티잡이 일상화되고, 전통적인 '9 to 6' 출퇴근 공식과 정형화된 직업 개념 역시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 회장은 "미래에는 하나의 직업이나 스킬만으로 평생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다양한 변화에 적응하고 여러 선택지를 가질 수 있는 전인적(全人的) 역량을 함께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4가지 근육, AI가 못 하는 것을 키우라

그렇다면 개인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최 회장은 AI 시대 핵심 경쟁력으로 이른바 '4가지 근육'인 ▲생각 근육 ▲적응 근육 ▲공감 근육 ▲보디 스킬을 제시했다.

첫째는 생각 근육이다. "지식을 빨리 습득하고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한 훈련은 이제 AI로 대체된다"며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스스로 질문하고 사고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둘째는 적응 근육이다. "AI 시대에는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지금의 선택이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며 "실패 이후에도 다시 적응하고 새로운 선택을 이어갈 수 있는 적응력과 회복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셋째는 공감 근육이다. "AI의 공감 능력은 상당히 제한된다"며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공감 능력이 앞으로 더욱 중요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넷째는 보디 스킬이다. "음악·미술·스포츠처럼 인간의 신체 활동을 통해 창출한 가치가 사람을 즐겁게 하거나 위로할 수 있다"며 로봇이 흉내 내지 못할 인간 고유의 감동을 주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AI와 공존하는 방식을 실험하고 경험하는 플랫폼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의대 쏠림, 단기 과제일 뿐

청중과의 즉석 문답에서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최 회장은 "의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틀렸다기보다는 공대와 과학기술 분야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고 가치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학교와 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의대 쏠림은 단기적 과제일 뿐이며, 의학 기술과 AI를 결합해 특화 경쟁력을 갖추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최태원 SK 회장이 28일 방영된 KBS 다큐 인사이트 '인재전쟁2 · 최태원의 대답' 에 출연해 강연하고 있다. / KBS

과학 분야 인재 육성과 관련해서는 "AGI 시대가 오기 전까지의 전환기를 잘 버텨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에서의 엔지니어 육성과 함께 해외 인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기술 굴기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최 회장은 "중국이 가진 많은 장점도 AI로 인해 희석될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나중에 AGI 시대가 되면 중국과 대등한 싸움을 계속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10~15년을 AGI 전환기로 규정하고 "이 과도기에 엔지니어를 집중 육성하고 해외 인재를 수용하며 버텨낸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했다.

■ AI 네이션 되려면 3S가 필요하다

국가 차원에서는 대한민국이 경쟁력 있는 'AI 네이션(Nation)'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조건으로 ▲스피드(Speed·속도) ▲스케일(Scale·규모) ▲세이프티(Safety·안전)의 3S를 제시했다.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기술 발전 속도를 높이고 대규모 AI 인프라와 투자를 확대해 규모를 키우는 한편, 국민들이 안전하게 AI를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제도적 기반도 함께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인프라 구상으로는 ▲AI 공장(AI Factory)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 ▲AI 실험도시(AI City)를 제안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상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AI를 생산하는 AI 팩토리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민 누구나 생활 속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AI for All' 비전도 제시했다. 교육·행정·헬스케어 등 일상 전반에서 생활 밀착형 에이전트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AI City는 완벽한 제도를 갖추기를 기다리기보다 전문가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산업·교육·행정 시스템 등에 AI를 적용해보는 샌드박스 형태의 실험도시다. "규제 장벽에 막혀 글로벌 속도전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미래 규칙을 테스트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최 회장은 마지막으로 "AI 인재는 단순히 공대생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미래 세대가 AI를 자연스럽게 활용하고 공존할 수 있도록 교육과 사회 시스템 역시 빠르게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재전쟁2 : 최태원의 대답'은 KBS 홈페이지 및 KBS 다큐 유튜브 채널(29일 오후 9시 이후)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본편에 담기지 않은 AI 시대 사회·경제 시스템 변화 등 강연 내용은 다음 주 중 KBS 유튜브를 통해 '최태원의 AI 국가 만들기 전략 5가지'(가제)라는 제목으로 추가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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