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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예은, 알고보니 암 투병…"0.1cm만 있어도 전이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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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반도체 겨울’이라는 말이 시장을 지배했다. 메모리 가격은 끝없이 떨어질 것처럼 보였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고점 논란과 업황 둔화 우려 사이에서 갈팡질팡했고, 일부에서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가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비관론까지 나왔다.
시장은 가장 비관적인 순간에 방향을 급속도로 틀었다.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서버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했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에 서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도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30만전자'와 '200만닉스'. 주가가 수년 전과 비교해 몇 배씩 뛰어오르면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이들 가운데는 업황 침체기에도 묵묵히 자사주를 사들여 온 주요 경영진이 포함됐다. 회사 미래를 믿고 베팅했던 선택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짜리 결실로 돌아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지난 10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기 임원(사장 이상) 각 3명과 2명의 자사주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 5명이 보유한 주식의 총 평가금액은 1012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부 임원의 수익률은 200%를 훌쩍 넘겼고, 최고 수익률은 400%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꾸준한 저점 매수, SK하이닉스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가 수익률을 끌어올린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평가금액 기준으로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단연 앞섰다. 곽 사장은 1만4312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29일 종가(233만3000원) 기준 평가금액은 333억9000만원에 달했다. 곽 사장의 평균 취득 단가는 약 68만원으로, 현재 주가와 비교하면 236억원의 차익을 기록했다. 수익률은 241%다.
곽 사장의 주식 자산이 본격적으로 불어난 시점은 지난 4월 6일이다. 이날 곽 사장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해 SK하이닉스 주식 2329주를 추가로 취득했다. 스톡옵션 행사 가격은 주당 13만8980원이었다. 행사 전날 SK하이닉스 종가가 88만6000원이었으니, 주당 약 74만7000원의 차익이 즉각적으로 발생한 셈이다. 이번 행사로 곽 사장의 보유 주식 수는 기존 6105주에서 대폭 늘어났으며, 올해 1월 상여금으로 받은 335주도 여기에 포함됐다.
가장 가파른 수익률을 보인 임원은 차선용 SK하이닉스 사장이다. 차 사장이 보유한 6834주의 평균 취득 단가는 약 43만원 수준으로, 현 주가 기준 평가금액은 159억원이다. 차익만 130억원에 달하며 수익률은 400%를 넘어 5명 중 가장 높았다.
차 사장 역시 곽 사장과 같은 날 동일한 조건으로 스톡옵션을 행사해 2329주를 취득했다. 이번 행사로 차 사장의 보유 주식 수는 총 6834주로 늘었다. 차 사장은 미래기술연구원장(CTO)을 맡고 있으며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새롭게 선임됐다.
통상 경영진의 자사주 취득은 회사의 중장기 성장성과 주가에 대한 자신감을 시장에 내보이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 스톡옵션 행사 역시 SK하이닉스 경영진이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확신을 직접적인 지분 보유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사장)은 책임경영 차원의 자발적 매수로 두드러진 성과를 거뒀다. 노 사장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에서 8만1700원 사이를 오가던 시기에 자기 돈으로 총 2만8000주를 직접 사들였다. 이 주식들의 평균 취득 단가는 약 7만1000원이다.
이 시기는 2022~2023년 반도체 업황 악화 국면과 맞물린다. 메모리 가격 급락과 재고 증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던 때다. 시장 전반이 비관론에 빠져 있던 국면에서 꾸준히 자사 주식을 사들인 셈이다. 지난 29일 종가 31만7000원과 비교하면 이 물량만 놓고 347% 수익, 약 4배에 달하는 가치 상승이 이뤄졌다.
여기에 지난해와 올해 상여금으로 지급받은 7만여주(평균 단가 12만6000원)까지 합산하면 총 평가금액은 312억원, 수익률은 180%대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부터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임원 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는데, 노 사장이 이 제도로 받은 주식 규모만 2024년·2025년도 분 합산 73억원어치에 달한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과 김용관 DS부문 경영전략총괄 사장도 상당한 자사주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전 부회장은 3만2787주를 보유해 평가액이 104억원으로, 김 사장은 3만2158주를 보유해 102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수익률은 전 부회장 182%, 김 사장 241%다. 전 부회장은 올해 들어 2025년도 성과 인센티브로 약 17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별도로 수령하기도 했다.
최고위 경영진의 얘기만이 아니다. 한국CXO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이달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주식을 보유한 임원은 총 1207명으로, 이 중 평가액이 10억원을 넘는 비(非)오너 임원은 258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기준 31명과 비교하면 8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불과 지난 4월 조사 때의 173명과 비교해도 한 달여 만에 85명이 '10억 클럽'에 추가로 합류했다.
절대 숫자는 삼성전자가 많았지만 자산 증가 속도는 SK하이닉스 쪽이 더 가팔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에는 추가적인 주가 부양 재료도 대기 중이다. 삼성전자 노사가 영업이익 비율 성과급 지급 방식에 합의하면서 조만간 약 21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성과급을 전액 자사주로 지급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지금 빠르게 매입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약 351조6126억원에 달한다.
다만 성과급으로 지급된 주식의 3분의 1은 즉시 매각이 가능하지만 나머지는 1년에서 2년간 매각이 제한되는 보호예수가 걸린다는 점은 주의할 변수로 꼽힌다. 향후 보호예수 해제 시점에 출회될 잠재 매물이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증권업계에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최대 57만원으로 제시하고 있는 만큼, 대량 매물 출회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주가의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진단이 줄을 잇는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공급망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으며 HBM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삼성전자 역시 차세대 HBM과 첨단 패키징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일각에선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마라톤에 비유하면 지금은 겨우 5㎞ 지점을 통과한 단계에 불과하다면서 주가 상승의 본격 레이스가 지금부터 시작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각각 50만원과 300만원으로 높여 잡은 바 있다.
변수도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과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 중국 반도체 산업의 추격, AI 투자 사이클 둔화 여부 등은 향후 업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의 가파른 주가 상승 자체가 단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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