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에 21억원 있습니다... 50대인데 은퇴해도 될까요?"

"제주도에 가서 한량처럼 사는 게 목표"라는 대기업 직장인이 있다. 이 직장인은 통장에 21억원을 쌓아두고도 사표를 못 내고 있다. 연봉 1억5000만원을 포기하기가 아까워서다. '돈이 충분하면 회사를 그만둬도 되는 것인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17일 올라온 이 고민에 직장인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현대위아에 다닌다고 밝힌 글쓴이는 자신을 50대 초반 비혼·무자녀라고 소개했다. 월세로 살고 있다는 그는 자신의 순자산이 거주 중인 집을 정리하면 전액 21억원이라고 했다. 그는 "20억원을 배당에 안전하게 세팅하면 연 1억2000만원 정도 현금 흐름이 나온다"며 "월세나 건강보험료를 포함해 한 달에 450만원쯤 쓸 텐데 그래도 남을 것 같다"고 적었다.

문제는 마음이었다. 그는 "내 성향이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다"며 "머리로는 하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 어떻게 할까"라고 털어놨다. 이어 "원래 인간은 사냥하고 밥 먹고 하루종일 퍼질러 잤다. 본능대로 살다 가고 싶다"고 했다.

반응은 크게 갈렸다. 당장 그만두라는 쪽은 자산이 이미 충분하다고 봤다. 한 누리꾼은 "뼛속까지 노예인 사람들 말은 거르고 퇴직하라. 50대면 건강수명이 길어야 10~20년인데 회사에 더 헌납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전형적인 노예 마인드"라며 은퇴를 권한 누리꾼도 있었다. 주변에 자산가가 많다는 누리꾼은 "40대에서 60세 정도가 인생을 즐길 마지막 황금타임"이라며 "60세 넘어 쓰는 돈과 50세에 쓰는 돈은 가치가 다르다"고 적었다.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스스로를 의사라고 밝힌 누리꾼은 "20억원으로 세후 1억2000만원을 받으려면 배당률이 너무 높아 안전한 세팅이 될 수 없다"며 "위기가 오면 배당주도 반토막 난다. 1년에 전체 자산의 3% 이하만 쓴다고 보고 설계해야 하고, 2년쯤 버틸 비상 현금을 따로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가를 짚은 누리꾼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10년 전의 20억원이 지금은 15억원 정도의 가치"라며 "확실하게 자산을 더 불릴 자신이 없으면 안정적인 일자리 하나는 남겨두라"고 했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경험담도 줄을 이었다. 30대 중반에 20억원을 모으고 휴직했다는 누리꾼은 "쉬고 노는 것도 오래 안 가더라. 회사를 그만두면 인연도 다 없어진다"며 "6개월 지나니 월급은 사회적 지위를 누리는 값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순자산이 70억원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막상 나와서 놀아보면 별것 없다. 2주만 쉬어보면 하루하루 시간만 간다"고 했다. "은퇴 후 먹고 놀면 사회적으로 고립돼 독거노인이 된다" "70대에 월세살이를 하려 하면 고독사 위험 탓에 세입자로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절충안으로 휴직을 권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한 누리꾼은 "퇴사 말고 휴직해서 제대로 퇴직 후 계획을 짜보라"고 했다. "스트레스 없는 회사로 옮겨 설렁설렁 다니라" "명예퇴직 수당이 나올 때까지 버티라"는 현실적 조언도 이어졌다.

글쓴이의 속내를 꼬집는 댓글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답정너’네. 그만두라면 모자라다고 하고, 일하라면 안 해도 먹고산다고 한다"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머리가 안 된다는데 왜 고민하나. 고민하는 것도 머리가 하는 건데, 결국 머리가 안 된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실질적인 조언으로 "20억원을 갖고 있다면 증권사에서 무료 은퇴 컨설팅을 해준다. 비슷한 자산으로 은퇴한 사람들의 포트폴리오를 받아보고 결정하라"는 댓글도 달렸다. "순자산이 120억원 넘는데도 회사에 다닌다"는 사람부터 "32살에 4억원을 모았다"는 사람까지 저마다 자산을 꺼내 들며 의견을 보탰다. 글쓴이는 댓글마다 일일이 답하면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그냥 큰 그림을 그려보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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