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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말 출시를 목표로 정부가 '모두의 AI'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실현되면 한국인 누구나 '한국형 챗GPT'를 무료로 쓸 수 있게 된다. 챗GPT 플러스 요금이 월 2만원대, 오픈AI의 최상위 프로(Pro) 요금제는 월 수십만원대에 이르는 상황에서 나온 발표라 관심이 뜨겁다. 그런데 이 정책, 정말 실현 가능한 걸까. 그리고 그 뒤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까.

먼저 왜 정부가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바일 앱 분석업체 센서타워 자료에 따르면 챗GPT 앱의 전 세계 누적 매출 약 35억달러 가운데 한국이 약 2억달러, 비중으로는 5.4%를 차지해 미국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더 놀라운 건 다운로드 수와의 격차다. 국가별 누적 다운로드 비중에서 한국은 1.5%로 21위에 머무는데, 이는 앱을 설치한 사람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한 번 설치한 사용자의 결제 강도가 매우 높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국의 다운로드당 매출(RPD)은 8.7달러로 1위 미국의 8.8달러와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쉽게 말하면, 한국인은 챗GPT를 쓰기로 마음먹으면 확실하게 돈을 쓰는 '큰손' 시장이라는 얘기다. 동시에 이는 한국이 해외 AI 기업에 지불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 구독료가 매달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으로 보였을 법하다. 게다가 국내 인터넷 이용자 중 약 67%가 AI 서비스를 사용하지만 실제로 자주 쓰는 헤비 유저는 약 20% 수준에 불과하고, 나머지 23%는 아예 AI를 접해본 적도 없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도 있다. 누군가는 월 수십만원을 결제하고 누군가는 AI를 한 번도 못 써본 극단적인 양극화 상태인 셈이다.

과기정통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AI'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한국형 챗GPT 서비스다. 전 국민이 양질의 한국어 및 한국문화 특화 AI 에이전트를 하나씩 소유하도록 하는 것이 사업 취지로, 오픈AI의 챗GPT와 비슷한 형태의 AI 챗봇으로 이해하면 된다. 과기정통부는 모두의 AI를 제공할 때 AI를 잘 활용하기 어려운 노년층과 소외계층을 위한 특화 모델 서비스도 함께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용 구조는 어떨까. 정부는 국민 모두가 무료로 사용하는 AI 서비스를 지속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2028년까지는 정부 재정을 투입하고, 이후 운영 비용은 기업들과 공동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기본 기능은 무료로 열어두고 고급·특수 기능에서 점진적으로 유료 모델을 검토하는 '프리미엄(Freemium)' 구조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사업 추진 속도는 어떨까. 정부는 6월까지 누구나 AI를 배울 수 있는 온라인 통합 교육 플랫폼 '우리의 AI 러닝'을 구축하고 'AI 디지털배움터'를 통한 전국 단위 교육도 진행하는 등 기반 작업은 진행 중이다. 다만 핵심인 '모두의 AI' 서비스 자체의 출시 속도에 대해서는 정부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비공식 석상에서 "수천만 국민이 사용하는 우리나라 AI 서비스는 왜 아직입니까"라고 직접 질문했다고 전해지며, 이를 두고 "'모두의 AI' 개발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도 나왔다. AI 모델 하나를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보면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실제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하기까지 6년 11개월이 걸렸고, 최소한의 인프라로 주목받은 중국 딥시크 역시 'R1' 공개까지 약 2년이 소요된 것으로 전해졌다. 천문학적 투자가 이뤄지는 미국·중국 대표 기업도 1년 내 성과를 내지 못한 셈이다.

모두의 AI를 이해하려면 그 기반이 되는 '독파모(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부터 알아야 한다. 이는 외산 AI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단위 AI 모델 개발 사업이다. 진행 과정은 토너먼트 방식으로 짜여 있다. 지난해 8월 1차로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 LG AI연구원 등 5개 컨소시엄이 정예팀으로 선정돼 9월 개발에 착수했다.
여기서 예상 밖의 반전이 일어났다. 올해 1월 1차 단계평가에서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 두 팀이 동시에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특히 네이버클라우드의 탈락은 업계에 충격을 줬는데, 과기정통부가 네이버클라우드의 모델이 중국 알리바바의 큐웬(Qwen) 모델 인코더와 가중치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독자성 기준 미달'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건 네이버클라우드가 그동안 소버린 AI(자국이 통제권을 가진 AI) 개념을 가장 강하게 주창해온 기업이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네이버클라우드 김유원 대표는 한 행사에서 경쟁사가 외국 기술을 들여와 자사 상표를 붙이는 것을 두고 "소버린 AI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한 적이 있는데, 정작 자사도 중국 모델을 활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역풍을 맞았다.
이 탈락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한 기업의 희비를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정부 설명의 핵심은 '통제권'이었다. 모델 아키텍처 설계부터 학습 과정, 가중치 관리까지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독자 모델로 볼 수 있다는 논리였다. 오픈소스를 활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 삼지 않았지만, 학습 결과물인 가중치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독파모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학계에서는 정부 판단을 대체로 지지하는 분위기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오픈소스를 사용하는 경우 조건 변경이나 유료화로 이용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면 소버린 AI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번 가중치 기준 역시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탈락팀이 예상보다 많아지자 정부는 추가 공모를 진행했고, 2월 AI 스타트업 모티프테크놀로지스가 정예팀에 합류하면서 LG AI연구원·SK텔레콤·업스테이지·모티프테크놀로지스의 4개 정예팀 체제가 확정됐다. 이 가운데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외산 오픈소스 모델 구조를 차용하지 않는 순수 독자 설계 철학을 인정받아 선정된 곳으로, 모레·서울대·한국과학기술원·삼일회계법인 등 17개 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300B급 추론형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각 팀의 면면도 화려하다. 1차 평가 종합 1위를 차지한 LG AI연구원의 'K-엑사원'은 매개변수 2360억개 규모로, MoE 구조에 하이브리드 어텐션 기술을 적용해 메모리와 연산량을 약 70% 절감했으며 벤치마크·전문가·사용자 평가 전 부문 최고점인 90.2점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의 'A.X K1'은 국내 최초로 매개변수 519B급에 이르는 초거대 모델이며, NIA 벤치마크 평가에서 LG AI연구원과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스타트업으로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업스테이지는 1차 평가 글로벌 개별 벤치마크에서 만점을 받았고, 2차 단계를 겨냥해 모델 규모를 기존 100B에서 200B로 두 배 키우는 동시에 스탠퍼드대 최예진 교수, 뉴욕대 조경현 교수 등 글로벌 석학을 컨소시엄에 합류시켰다.
이 같은 경쟁의 배경에는 한국 AI가 실제로 만들어낸 가시적 성과가 있다. 스탠퍼드대 사람중심AI연구소(HAI)가 발표한 'AI 인덱스 2026'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출시된 주목할 만한 AI 모델 수에서 미국(50개)·중국(30개)에 이어 세계 3위(5개)를 기록했으며, 인구 10만명당 AI 특허 수는 14.31개로 2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제 남은 건 최종 승부다. LG AI연구원·SK텔레콤·업스테이지는 6월 말까지,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7월 말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8월 초 2차 단계 평가에 돌입한다. 1차 평가의 화두가 '독자성'이었다면, 2차 평가에서는 실제 산업 현장 적용 가능성과 확장성이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전문가들도 이런 방향 전환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승현 포티투마루 부사장은 "1차가 모델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보는 단계였다면, 2차에서는 모델이 실제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검증해야 한다"며 "비즈니스와 공공 영역에서 서비스로 연결될 수 있는지, 도구 호출(MCP 등)을 포함한 실사용 성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8월 2차 평가와 맞물려 독파모 모델들을 오픈소스로 전면 공개할 계획이며, 이미 LG AI연구원·SK텔레콤·업스테이지는 세계 최대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각자의 모델(K-엑사원, A.X K1, 솔라 오픈 100B)을 올려 누구나 내려받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정부는 8월 결과를 토대로 최종 정예팀 2곳을 가려내 연말까지 국가대표 체제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다만 이 프로젝트가 순탄하게만 흘러온 건 아니다. 1차 평가 직후 정부가 추가 공모를 결정하자 분위기가 묘하게 흘렀다. 참여 가능성이 높았던 KT·코난테크놀로지는 물론 본선에서 탈락한 카카오·KAIST마저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독파모를 시작할 당시 과기정통부는 2차에 4팀이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을 뿐 다수가 탈락할 경우의 대처 방안은 따로 언급한 적이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패자부활전이 생기면서 신뢰가 흔들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탈락한 네이버와 NC AI는 재도전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응하지 않았다. 네이버는 "독파모 1차 단계 평가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향후 AI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형평성 우려도 제기됐다. 처음부터 참여한 기업들은 이미 정부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예산을 충분히 받고 학습시킨 상태인 반면, 패자부활전으로 합류하는 기업은 같은 8월 2차 평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평가 시스템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특히 정부 사업에서 탈락한다는 것이 곧 기술력 전체를 부정당하는 듯한 낙인으로 작동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정부 사업 탈락이 네이버가 추진 중인 해외 소버린 AI 수출 사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한국 정부도 인정하지 않은 독자 기술"이라는 꼬리표가 해외 수주 경쟁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물론 모든 평가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사업의 성과 자체를 인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최병호 교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한 5개 모델이 모두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에포크 AI의 '주목할 만한 AI 모델' 리스트에 등재됐다"며 "이 정도까지 성과를 내리라고는 아무도 기대를 못 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정책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있다. 배순민 KT AI퓨처랩장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독자' 혹은 '소버린'에 과도하게 갇힐 경우 글로벌 기술 흐름에서 뒤처질 위험이 있다"며 "지금은 소수의 '우승 모델'을 가려내는 경쟁보다 AI의 확산과 활용, 산업 전반의 저변 확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정리하면, '모두의 AI'는 허황된 발표가 아니라 실제로 진행 단계에 들어선 국가 프로젝트다. 다만 그 토대가 되는 독파모 사업이 평가 기준의 모호함, 형평성 논란,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 등 진통을 겪어온 것도 사실이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로 모인다.
첫째는 8월 2차 평가다. 4개 정예팀 가운데 최종 2곳이 살아남으면서 어떤 모델이 모두의 AI의 두뇌 역할을 맡게 될지가 가려진다. 둘째는 연말 실제 서비스 출시다. 정부 발표대로 무료 서비스가 차질 없이 시작되는지, 그리고 출시 이후 실제 체감 성능이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글로벌 서비스에 견줄 만한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기본 기능은 평생 무료'라는 약속이 제도적으로 못 박히지 않은 채 2028년 이후 민간 이양 단계로 넘어갈 경우, 초기 무료 정책 이후 흔히 벌어지는 유료화 전환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다.
한국이 AI 모델 보유 수에서 세계 3위, AI 특허 밀도에서 세계 1위라는 성과를 내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 기술력이 실제로 '국민 누구나 쓸 수 있는 서비스'로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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