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아이폰보다 슬림한 AI 기기 투자자에 시연
스페이스X, 아이폰보다 슬림한 AI 기기 투자자에 시연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SpaceX)가 아이폰보다 슬림한 '핸드셋형' 인공지능(AI) 기기 프로토타입을 투자자들에게 시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지난 6월 기업공개(IPO)를 진행하기 전 일부 투자자와 관계자들에게 이 시제품을 공개했다. 기기는 퀄컴 스냅드래곤 칩셋을 탑재하고 자체 운영체제로 구동되며, 스페이스X 산하 xAI의 기술이 통합된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는 곧바로 X(옛 트위터)에 이 보도가 "완전히 거짓(utterly false)"이라고 반박했다. 아직 초기 단계 프로젝트라 디자인이 바뀔 수 있고, 실제 시장에 나올지도 불확실하다는 게 보도의 핵심이다.

아이폰보다 슬림한 프로토타입, 어떤 모습인가

WSJ 보도에 따르면 이 기기는 "인간이 AI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바꾸도록 설계된 핸드셋형 기기"로 묘사됐다. 디자인은 아이폰보다 슬림한 '슬릭'한 형태이며, 퀄컴 스냅드래곤 칩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개발한 독자 운영체제로 구동되고, xAI의 AI 어시스턴트 그록(Grok) 등 기술이 탑재될 예정이라는 게 보도의 골자다.

테크크런치는 이 기기가 작은 터치스크린 폰과 AI 스타트업 래빗(Rabbit)의 '래빗 R1' 사이 어딘가에 있는 물건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머스크가 과거 중국 위챗 같은 '만능 앱(everything app)' 개념을 언급해온 만큼, 투자자들에게 보여준 프로토타입도 그 구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는 매크루머스(MacRumors)의 분석도 나왔다. 스페이스X 측은 투자자들에게 아직 초기 단계라 최종 디자인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 "완전히 거짓"…과거에도 부인해온 '폰 구상' / AI 생성 이미지

머스크 "완전히 거짓"…과거에도 부인해온 '폰 구상'

머스크는 이번 보도가 나오자 즉각 "utterly false"라며 부인했다. 그가 폰 관련 질문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작년 펜실베이니아 행사에서 "폰을 만든다는 생각만 해도 죽고 싶어진다"면서도 "만들어야 한다면 만들겠지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2025년 11월 타운홀 미팅에서는 애플과 구글이 검열 같은 '정말 나쁜 일'을 한다면 자사가 폰을 만들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올해 2월에는 로이터가 스타링크용 폰을 개발 중이라고 보도하자 머스크가 직접 "스페이스X는 폰을 개발하지 않는다"고 못 박은 적도 있다. 하지만 WSJ는 일부 스페이스X·테슬라 투자자들이 머스크가 "오랫동안 구상해온" 테슬라·스페이스X·xAI 기술을 아우르는 플랫폼형 기기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xAI 흡수하고 커서까지 인수…스페이스X의 AI 포트폴리오 확장

스페이스X는 올해 초 머스크가 세운 AI 기업 xAI를 인수했다. 9to5맥에 따르면 xAI는 현재 SpaceXAI라는 이름으로 스페이스X 산하에 편입된 상태다. 옛 트위터였던 X 역시 xAI에 흡수된 뒤 다시 스페이스X 산하로 들어갔다. 여기에 에이전틱 코딩 플랫폼을 만드는 커서(Cursor) 운영사도 최근 스페이스X에 인수되며 AI 포트폴리오가 커지고 있다.

무선 사업 확장 움직임도 포착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주 스페이스X 최고운영책임자(COO) 그윈 숏웰이 투자자들에게 미국 내 모바일 서비스 출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스타링크 위성 네트워크를 활용해 버라이즌·AT&T 같은 통신사와 경쟁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스페이스X는 2025년 7월 T모바일과 파트너십을 맺고 스타링크 위성 네트워크를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스페이스X가 T모바일이나 AT&T를 인수 대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는데, 다만 이런 인수는 상당한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 사업 중 유일하게 수익을 내고 있는 부문이다.

오픈AI와 비슷한 길…AI 하드웨어 '무덤' 위 도전

스페이스X의 이번 행보는 오픈AI의 AI 기기 프로젝트와 자연스럽게 비교된다. 오픈AI는 애플의 전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조니 아이브와 함께 AI 기기를 개발 중이며, 샘 알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이 기기가 아이폰보다 "더 평온한(peaceful)" 경험을 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지난 가을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세부 디자인을 완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최근에는 애플 비전프로 담당 부사장(VP)이었던 폴 미드가 오픈AI 하드웨어팀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지난주 전해졌다.

테크크런치는 오픈AI가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면 머스크 역시 "더 잘해보고 싶어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AI 기기 시장은 결코 만만치 않다. 휴메인(Humane)의 AI 핀, 래빗의 R1처럼 화려하게 등장했다가 시장에서 외면받은 사례가 이미 여러 건 쌓여 있다. 기업이 AI 기기를 만들고 싶어하는 것과 소비자가 실제로 그것을 사고 싶어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스페이스X의 프로토타입이 실제 상용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구상 단계에 머물지는 아직 알수없어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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