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이제 AI가 회의에 낀다…신한금융이 바꾸려는 업무 방식

신한금융그룹이 하반기 경영 전략의 핵심으로 AI 전환과 시장 경쟁력 회복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포럼에서는 자체 제작한 AI 에이전트가 임원 토론 과정에 참여해 반론과 대안을 제시했다.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사 / 뉴스1

AI가 임원 토론에 참여한 금융사 경영포럼

금융회사 경영회의에도 AI가 직접 들어오는 시대가 됐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3~4일 경기도 용인 신한은행 블루캠퍼스에서 ‘2026년 하반기 경영포럼’을 열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포럼에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해 그룹 경영진 약 300명이 참석했다. 신한금융은 ‘생동하는 신한, 압도적 몰입’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시장 지위 제고와 AX 달성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AX는 AI Transformation의 줄임말이다. 쉽게 말해 AI를 단순히 업무 보조 도구로 쓰는 수준을 넘어 회사의 일하는 방식과 의사결정 구조에 본격적으로 적용하는 흐름이다.

은행권에서는 이미 AI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고객 상담, 대출 심사, 이상거래 탐지, 자산관리, 내부 보고서 작성 등이 대표적인 분야다. 과거에는 디지털 전환이 모바일 앱 개선이나 비대면 거래 확대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AI가 실제 업무 효율과 비용 구조를 바꾸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신한금융그룹(회장 진옥동)은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1박 2일에 걸쳐,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신한은행 블루캠퍼스에서 그룹 경영진 약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6년 하반기 경영포럼'을 개최했다. 이튿날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강평을 하고 있다. / 신한금융 제공

이번 신한금융 포럼에서 가장 달라진 장면도 이 부분이다. 신한금융은 자체 제작한 AI 에이전트를 토론의 ‘레드팀’으로 활용했다. 레드팀은 어떤 전략이나 계획의 허점을 찾아내고 반대 논리를 제시하는 역할을 뜻한다.

AI 에이전트는 경영진 토론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다양한 반론과 대안을 제시했다. 사전 과제 피드백과 조별 발표안 평가에도 활용됐다. 임원들이 세운 전략을 AI가 다시 검토하는 방식이다.

대환대출이나 앱 서비스처럼 소비자가 바로 체감하는 변화는 아니지만, 금융사 내부에서는 중요한 변화다. 회의와 보고, 전략 수립 방식이 달라져야 실제 고객 서비스와 상품 경쟁력도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왜 금융권은 AX를 강조할까

금융권이 AI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 유행 때문만은 아니다. 은행과 금융지주는 예전처럼 예금과 대출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고금리 이후 차주의 이자 부담이 커졌고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기업은 모바일 편의성을 앞세워 고객을 끌어가고 있다. 증권, 보험, 카드 등 비은행 부문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회사가 AI를 활용하면 업무 속도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 상담에서는 반복 문의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고 대출 심사에서는 서류 검토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상거래 탐지 분야에서는 평소와 다른 거래 패턴을 더 빨리 잡아낼 수 있다.

다만 금융 AI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잘못된 대출 심사나 부정확한 금융상품 안내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AI가 어떤 근거로 판단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최종 책임은 사람이 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래서 금융권의 AX는 단순한 자동화보다 관리 체계가 중요하다. AI를 많이 도입하는 것보다 어느 업무에,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통제하면서 쓸지가 핵심이다.

‘2030년 신한이 사라진 상황’ 가정한 영상

신한금융그룹(회장 진옥동)은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1박 2일에 걸쳐,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신한은행 블루캠퍼스에서 그룹 경영진 약 300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6년 하반기 경영포럼'을 개최했다. 이튿날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강평을 하고 있다. / 신한금융 제공

신한금융은 이번 포럼 첫날 다소 강한 방식으로 위기감을 공유했다. ‘2030년 신한금융그룹이 시장에서 사라진 상황’을 가정한 영상을 공개한 것이다.

이는 현재의 시장 지위가 앞으로도 당연히 유지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금융그룹 간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빅테크와 핀테크 기업이 금융 서비스 영역을 계속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진옥동 회장도 경영진에게 인식 전환을 주문했다. 진 회장은 신한 고유의 야성을 바탕으로 시장 경쟁과 미래 금융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말한 ‘야성’은 공격적인 영업만을 뜻하지 않는다. 기존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고객, 시장, 기술 변화에 더 빠르게 반응해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첫날 오후에는 경영진들이 각자 작성한 ‘메타인지 노트’를 바탕으로 업무 추진 과정과 시행착오를 점검했다. 이후 ‘리부트 노트’를 통해 실행을 막는 요인과 해결 방안을 다시 정리했다.

자회사 비상임이사와 실무자들도 토론에 참여했다. 경영진만의 시각이 아니라 현장과 외부 관점을 함께 반영하려는 취지다.

경영진부터 AI를 써야 한다는 주문

둘째 날 포럼에서는 그룹 AX 진단 결과와 하반기 추진 계획이 논의됐다. 각 자회사는 업무 현장에서 AI 에이전트를 적용한 사례를 공유했다. 행사장에는 경영진이 직접 AI 솔루션을 써볼 수 있는 체험부스도 마련됐다.

금융사에서 AI 활용 범위는 영업점 상담, 대출 심사, 리스크 관리, 고객센터 응대, 자산관리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반복 업무를 줄이고 고객별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현업 부서의 활용 능력이 중요하다.

진 회장은 “단순히 의지와 결기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며 차별적인 상품과 서비스, 몰입, 팀워크를 강조했다. 이어 리더들부터 AI를 활용해 각자의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신한금융은 하반기 영업, 심사, 리스크 관리, 고객 서비스 등 주요 업무에서 AI 에이전트 활용 사례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룹 차원의 AX 실행력을 높이고 시장 대응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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