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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다시 사들이고 있다. '수십조원 규모의 매도 폭탄'이 쏟아질 것이라는 연초 이후의 시장 우려와 정반대되는 흐름이다. 국내주식 비중을 낮추려고 물량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던 국민연금은 이달 둘째 주 들어 오히려 순매수로 방향을 틀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급으로 통하는 '연기금 등'은 이달 6~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917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지난 4월 하순 이후 이어진 10주 연속 순매도가 11주 만에 매수로 뒤집힌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국민연금 거래만 따로 발표하진 않는다. 다만 이 수급의 대부분을 국민연금이 채우는 까닭에 시장은 사실상 국민연금의 손길로 받아들인다.
무엇을 샀는지가 특히 눈길을 끈다. 이 기간 순매수 1위는 SK하이닉스다. 1109억원어치에 이르렀다. 에쓰오일(793억원)과 삼성전자(720억원)가 뒤를 이었다. 기아, 대한항공, 신한지주, 삼성전자 우선주도 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정유·금융을 가리지 않고 저평가 판단이 선 종목을 골라 담는 모습이다.
불과 열흘 전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국민연금은 증시 변동성을 감안해 올 상반기 리밸런싱을 미뤄뒀는데, 이 유예가 이달 1일 끝났다. 재개 첫날 연기금 등은 2180억원을 팔았고, 이후로도 하루 단위로는 매도와 매수를 오갔다. 지난 7일에는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될 만큼 시장이 요동쳤다. 첫째 주 순매도액이 1185억원까지 줄어든 뒤, 둘째 주에 결국 매수로 넘어온 셈이다.
기류가 바뀐 데는 두 가지 이유가 맞물려 있다. 하나는 국민연금 스스로 룰을 바꿨다는 점이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5월 올해 국내주식 목표비중을 14.9%에서 20.8%로 끌어올렸고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 상단도 19.9%에서 26.8%로 넓혔다. 팔아야 할 초과분 자체를 제도적으로 줄여놓은 것이다.
다른 하나는 증시 자체의 급락이다. 코스피는 지난달 22일 9114.55로 정점을 찍은 뒤 이달 10일 7475.94까지 밀렸다. 고점 대비 18%가량 빠진 것이다. 지수가 내리면 보유 주식의 평가액이 줄고, 전체 자산에서 국내주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함께 낮아진다. 팔아야 할 물량이 저절로 깎여나간 것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규모는 매도를 시작할 때 확정되는 숫자가 아니라, 국내외 주식·채권 가격과 환율이 바뀔 때마다 매일 다시 계산된다. 고점 기준으로 산출한 초과분이 지수 하락으로 허용 범위 안에 들어오면, 그만큼은 처분할 이유가 사라진다.
그렇다고 매도 압력이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2분기 대량보유 공시를 뜯어본 결과,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쥔 상장사는 267곳, 이들 평가액은 이달 10일 종가로 462조1403억원에 이르렀다. 전체 운용자산 1670조7000억원의 27.7%로, 스스로 올려놓은 목표비중 20.8%보다도 7%포인트 높다.
이 쏠림의 한복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다. 국민연금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7.3%에서 7.9%로, SK하이닉스는 7.6%에서 8.1%로 올랐다. 두 종목이 국민연금 국내 대량보유 평가액에서 차지하는 몫은 25.3%에서 55.5%로 1년 반 새 두 배 넘게 불었다. 상반기 반도체 랠리가 국민연금 포트폴리오를 사실상 삼성전자·SK하이닉스 중심으로 재편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남은 매도 규모가 당초 거론되던 수십조원보다 훨씬 작을 것으로 본다. 국민연금이 수급이 좋은 날을 골라 조금씩 나눠 파는 방식을 써온 만큼 지수와 유동성을 봐가며 매도 강도를 조절할 여지가 크다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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