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회사원이 SK하이닉스에 투자해 한 달에 5억이나 날린 이유

"한 달 만에 5억원이 빠져버리니까…."

지난해 10월 2억원으로 시작했다. 한때 7억원까지 불렸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만에 5억원 가까 날렸다. 현재 남은 돈은 2억2000만원. 원금과 견줘 여전히 10% 남짓 이익 구간이지만 스트레스 때문에 죽을 맛이다. SK하이닉스 레버리지에 투자한 한 은행원의 사연이다.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의 모습. / 뉴스1

'SK하이닉스 레버리지 때문에 인생 망했다'는 제목의 글이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왔다.

작성자는 자신을 은행원이라고 밝히며 투자 경과를 상세히 적었다. 작성자에 따르면 그는 작년 10월 2억원으로 투자를 시작해 지난해 3월까지 SK하이닉스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에 투자해 계좌를 4억원까지 불렸다. 이후 반도체의 폭발적 상승은 끝났다고 보고 화장품·백화점·소부장·ESS(에너지저장장치) 등으로 갈아타며 지난 5월까지 평가금 5억5000만원을 만들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들고 있던 종목 대비 SK하이닉스가 5월부터 다시 랠리하자 작성자는 반도체가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판단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본주에 신용융자를 얹고 2배 레버리지 상품까지 '풀'로 투입했다. 7억원 규모였다. 하지만 이후 반도체주가 흔들리면서 계좌는 한 달 만에 2억20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작성자는 "아직 시작에 비하면 10% 먹은 것이긴 한데 진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며 "2배 레버리지만 안 탔어도 50%는 덜 잃었을 수도 있었다"라고 적었다. 이어 "직장생활 10년 해서 평생 잃기만 하다가 이번 상승장에서 이제 드디어 내가 어느 정도 재산을 갖고 있구나 했는데 마음이 너무 괴롭다"고 토로했다. 그는 코인과 주식에서 반복해 손실을 봤고 현재 순자산은 2억5000만원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네티즌 반응은 크게 두 갈래였다. 하나는 "결과적으로 수익인데 왜 망했다고 하느냐"는 냉정한 지적이었다. "10% 이익이면 망한 게 아니다" "2000만원 벌었는데 인생이 왜 망하느냐 같은 댓글이 이어졌다.

이런 반응의 밑바탕엔 '최고점을 자기 돈으로 착각한다'는 진단이 깔려 있다. 한 이용자는 "최고점이 네 자산이 아니라 최저점이 네 자산인 것"이라며 "주식은 변동성이 크다. 오를 때 얼마나 버느냐는 운이 결정하고 내릴 때 어디까지 지키느냐가 실력"이라고 적었다. 다른 이용자는 "고점을 찍으면 그게 내 돈 같아 보인다" "팔 때까지는 수익이 아니라 사이버머니"라고 했다. 작성자가 초반 수익을 자기 실력으로 착각한 것이 문제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다른 한 갈래는 레버리지 자체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였다. 한 이용자는 "여기서 '그래도 10% 먹었네' 하는 분들은 레버리지 위험성을 크게 간과하는 것 같다"며 "변동성 큰 것으로 5억원을 먹은 게 생각나서 앞으로 정상적인 투자를 못 할 것이다. 레버리지는 도박이자 마약이라 한번 제대로 해보면 절대 못 돌아온다"고 했다. "레버리지 같은 도박을 누가 하라고 했느냐" "강제청산을 안 당한 걸 다행으로 알아야 한다" "이미 대뇌가 폭등의 도파민에 중독됐다. 저거 고치기 힘들다"는 반응도 잇따랐다.

사연은 커뮤니티 밖으로도 번졌다. 한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순자산이 남았으면 망한 건 아니다"라고 했고, 또 다른 이용자는 "분명 수익이지만 날아간 3억원 때문에 더 이상 수익으로 느껴지지 않는 멘탈 붕괴 상태"라고 작성자의 심리를 짚었다.

레버리지는 지렛대라는 뜻이다. 빚이나 파생상품을 이용해 실제 투입한 돈보다 큰 규모로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신용융자나 2배·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대표적이다. 자산 가격이 오를 때는 수익도 배로 불어나지만, 반대로 하락하면 손실 역시 배로 커진다는 점이 핵심이다. 작성자가 "2배 레버리지만 안 탔어도 50%는 덜 잃었을 것"이라고 한 것도 이 구조 때문이다.

특히 개인 투자자에게 레버리지가 위험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강제청산 위험이다. 신용융자로 주식을 사면 담보 비율이 일정 수준(통상 140% 안팎) 아래로 떨어질 경우 증권사가 반대매매로 주식을 강제 처분한다. 이 경우 투자자는 손실을 확정당하는 것은 물론, 저점에서 물량이 쏟아지며 주가를 더 끌어내리는 악순환에 휘말릴 수 있다.

둘째, 레버리지 ETF 특유의 '변동성 잠식' 문제다. 2배·3배 레버리지 ETF는 하루 단위 수익률의 배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돼 등락이 반복되는 횡보장에서는 지수가 제자리로 돌아와도 투자자 계좌에는 손실이 누적된다. 예를 들어 지수가 하루 10% 내렸다가 다음 날 10% 올라 원위치해도 2배 레버리지 상품은 원금을 회복하지 못한다. 장기 보유에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셋째, 이자와 비용 부담이다. 신용융자에는 연 수 %대의 이자가 붙고, 레버리지 ETF에도 운용보수와 롤오버(만기 연장) 비용이 든다.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런 비용이 수익을 잠식한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심리적 함정이다. 레버리지로 단기간에 큰 수익을 맛보면 뇌가 그 도파민에 익숙해져 이후 정상적인 투자로 돌아오기 어렵고 손실을 만회하려 더 큰 레버리지에 손을 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이번 사연의 작성자가 원금 대비 이익 구간에 있으면서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 역시 한때 손에 쥐었던 최고점 평가금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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