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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국가재무부(National Treasury)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요구하던 최소 유상자본금을 기존 초안 대비 40% 낮췄다. 새 기준은 약 232만 달러(케냐실링 3억)로, 지난 3월 초안 규정에서 제시했던 약 390만 달러(케냐실링 5억)보다 크게 완화됐다. 이번 조정은 지난주 관보에 게재된 개정 규정을 통해 확정됐으며, 2026년 법정고시번호 134호(Legal Notice No. 134 of 2026)로 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VASP) 법을 구체화하는 후속 조치다. VASP법은 윌리엄 루토(William Ruto) 대통령이 2025년 10월 서명해 발효됐다.
자본금 문턱은 낮아졌지만 케냐 중앙은행(CBK)의 감독 권한과 소비자 보호 장치는 초안 수준을 그대로 유지했다. 케냐는 바이비트(Bybit)의 2025년 세계 크립토 순위에서 크립토 채택도 기준 세계 5위에 오른 시장이다. 스테이블코인이 국경 간 결제와 환율 변동 헤지 수단으로 널리 쓰이는 만큼, 규제당국은 진입장벽을 낮추면서도 리스크 관리는 강화하는 절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재무부는 지난 3월 발표한 초안 규정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케냐실링 5억(약 390만 달러)의 유상자본금을 요구했다. 업계와의 협의를 거친 뒤 이번 최종 규정에서는 이를 케냐실링 3억, 약 232만 달러 수준으로 40% 낮췄다. 국회 위임입법위원회(Committee on Delegated Legislation)는 국내 투자 의무 조항이 해외 발행사의 진입을 저해할 수 있다며 완화를 권고했지만, 재무부는 이 조항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 결정은 이중적 의미를 갖는다. 자본금 문턱을 낮춰 글로벌 발행사의 진입 유인을 키우는 동시에, 국내 투자 의무는 유지해 케냐 상업은행권으로 흘러들 예치금을 지켜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해외 발행사가 케냐에서 라이선스를 취득해 영업하려면 결국 현지 은행에 자금을 예치해야 하기 때문에, 이 조항이 국내 은행 예금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새 규정에서 케냐 중앙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여타 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권한을 갖는다. 중앙은행은 라이선스를 취득한 발행사에 토큰 발행이나 상환을 일시 중단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거래소, 지갑 제공업체 등 중개기관에는 특정 스테이블코인의 거래를 제한·중단하거나 상장 폐지하도록 지시할 권한도 부여됐다.
이 권한은 해외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의 유통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수단이 된다. 해외 발행사를 직접 라이선스 대상으로 삼지 않아도, 케냐 현지에서 라이선스를 받은 플랫폼에 해당 토큰 취급을 중단시키는 방식으로 사실상 시장 진입을 막을 수 있는 구조다.
준비자산 규정도 그대로 유지됐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대가로 받은 고객 자금 중 최소 30%는 케냐 상업은행의 분리된 신탁계정에 예치해야 한다. 나머지 자금은 케냐 내 적격 자산에 투자해야 하며, 케냐실링(KES) 등 특정 통화에 페그된 스테이블코인은 그 페그 통화와 동일한 통화로 준비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발행사는 분기별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하고 매월 준비자산·거래량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고객은 영업일 기준 2일 이내에 정가로 토큰을 상환받을 수 있어야 한다. 준비자산은 발행사 자체 자금과 법적으로 분리돼 파산 시에도 채권자로부터 보호된다. 규정은 이사, 고위 임원, 외부 감사인이 백서의 허위·오인 정보로 인한 투자자 손실에 개인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다고도 명시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지갑 제공업체는 각각 772달러(케냐실링 10만)의 신청 수수료를 낸다. 다만 유상자본금 요건은 발행사 232만 달러, 지갑 제공업체 116만 달러(케냐실링 1억 5000만)로 두 배 차이가 난다. 라이선스 수수료도 발행사가 1만 5400달러 이상으로, 지갑 제공업체가 내는 3860달러의 네 배에 이른다.
유동자본 요건도 세분화됐다. 발행사는 46만 3320달러 또는 현재 부채의 100% 중 더 큰 금액을, 지갑 제공업체는 23만 1660달러 또는 30일 연속 부채 전액에 상응하는 금액을 유지해야 한다. 규정은 고객이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한 기간에 연동한 이자나 보상 지급도 전면 금지했다. 로열티 보너스 같은 수익형 인센티브가 사실상 금지되는 셈이다. 이는 유럽연합(EU) 암호자산시장규정(MiCA)과 유사한 접근으로, 발행사들은 이자 경쟁 대신 결제·정산 효율성으로 승부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
케냐는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온체인 크립토 유입액이 약 190억 달러(케냐실링 2조 4500억)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2024년 한 해 수백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비트의 2025년 세계 크립토 순위에서 케냐가 채택도 기준 5위에 오른 배경에도 이런 거래 규모가 자리한다.
케냐 규제당국은 이번 규정을 통해 자본금 문턱을 낮춰 글로벌 발행사의 진입을 유도하면서도, 국내 준비자산 예치 의무와 광범위한 중앙은행 감독권은 그대로 유지해 시장 건전성을 지키려는 균형을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 대형 발행사들이 이 조건을 받아들이고 케냐 시장에 진입할지, 아니면 국내 투자 의무 조항이 여전히 진입장벽으로 작용할지는 향후 라이선스 신청 흐름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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