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크립토 해외이동 인가업체 거쳐야…당국에 보고해야
남아공, 크립토 해외이동 인가업체 거쳐야…당국에 보고해야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가재정부(National Treasury)와 남아프리카준비은행(SARB)이 암호화폐의 국경간 이동을 정식 감시망에 편입하는 초안을 내놨다. 월요일(현지시각) 공개된 ‘국경간 활동을 위한 크립토자산 매뉴얼’ 초안에 따르면 암호화폐를 해외로 보내려면 인가받은 암호자산서비스제공자(Authorised Crypto Asset Service Provider, CASP)를 통해야 하고, 이 거래는 중앙은행 산하 금융감시국(Financial Surveillance Department, FinSurv)에 보고돼야 한다. 두 기관은 공동성명에서 “규제 대상 기관 간 국경간 활동에서 발생하는 규제차익 위험을 최소화하고, 불법 자금흐름을 탐지·억제·차단하는 FinSurv의 역량을 강화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초안은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인정하지 않으며 자산 종류별 구분도 두지 않는다. 의견 제출 마감은 9월 30일이다.

배경: 4월 자본유출 규제안에서 출발한 후속 조치

이번 매뉴얼은 지난 4월 17일(현지시각) 공개된 ‘2026년 자본유출관리규정(Capital Flow Management Regulations)’ 초안의 후속편이다. 국가재정부와 SARB는 5월 15일(현지시각) 공동성명을 통해 크립토자산의 취급·보유·거래에 대한 대중의 우려와 국경간 크립토 거래 규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를 보완하는 별도의 국경간 프레임워크를 매뉴얼 형태로 추가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4월 초안은 1961년부터 이어져온 외환관리규정(Exchange Control Regulations)을 대체하고,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에 맞춰 체계를 정비하는 성격이었다. 당시 초안은 인가 암호자산서비스제공자 개념과 거래 보고, 신고 의무, 미준수 시 행정처벌 등을 담았다. 여기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암호화폐를 보유한 사람이 자산을 신고하고, 단속 요청 시 개인키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었다. 재정당국은 당시 건별 승인 방식이 아니라 보고와 추적성, 위험 기반 감독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향을 밝혔었다.

핵심 변화: 언제부터 ‘국경간 거래’로 잡히나 / AI 생성 이미지

핵심 변화: 언제부터 ‘국경간 거래’로 잡히나

이번 매뉴얼의 핵심은 크립토 이동이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국경간 거래로 분류돼 보고 대상이 되는지를 규정한 데 있다. 트리거 지점은 국내 인가 CASP와 해외 CASP 사이의 이동, 또는 국내 인가 CASP에서 개인이 직접 관리하는 비수탁형(non-custodial) 지갑으로의 이동이다. 이 경우 국경간 유입·유출로 간주돼 FinSurv에 보고해야 한다.

반대로 국내 인가 제공자를 통해 랜드화로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국내 거래는 이번 보고 의무 대상에서 빠진다. 아울러 현재 단계에서는 개인만 단일재량한도(single discretionary allowance)나 해외자본한도(foreign capital allowance) 범위 안에서 암호화폐를 해외로 반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SARB는 연구와 시험, 편익·위험 평가를 거쳐 활동 기반 접근법(activity-based approach)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금융행위감독청(Financial Sector Conduct Authority), 금융정보센터(Financial Intelligence Centre), 국세청(South African Revenue Service) 등 기존 감독 체계를 보완하는 성격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업계 파장: 이미 수백 개 사업자 활동 중인 아프리카 최대 시장

로이터가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남아공에는 이미 수백 개의 인가 가상자산서비스제공자가 활동하고 있고 여러 대형 은행도 기관 고객을 위한 크립토 상품을 개발 중이다. 남아공은 최근 몇 년간 아프리카에서 규모가 가장 큰 디지털자산 시장 중 하나로 성장했다.

로이터는 이번 보고 체계가 암호화폐를 이용해 기존 금융통제를 회피하는 행위를 막고 불법 자금흐름을 식별하려는 목적이라고 전했다. 해외 이전을 인가받은 제공자로 한정하면 규제당국이 규제 밖 경로를 통한 이동 대신 FinSurv를 통해 거래 데이터를 직접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남은 절차와 겹치는 세금 규제

국가재정부와 SARB는 자본유출관리규정 초안에 대해 이미 접수된 의견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크립토자산 매뉴얼 초안은 발표 시점과 의견 물량 때문에 그 의견들을 아직 반영하지 못한 상태다. 두 초안 모두 공개 의견수렴과 이해관계자 협의를 거쳐 추가로 손질될 수 있다.

크립토 관련 규제 정비는 국경간 자금이동에만 머물지 않는다. 국세청은 7월 별도로 세법이 디지털자산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설명하는 가이드라인 초안을 냈다. 이 초안은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나 외국통화가 아닌 무형자산으로 취급한다고 확인했고, 납세자 상황에 따라 소득세와 자본이득세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 거래, 토큰 교환, 스테이킹, 채굴, 디파이(DeFi) 참여, 암호화폐 결제 등도 과세 대상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경간 이동 규제와 세금 규제가 동시에 정비되면서, 남아공 크립토 시장은 올 하반기 들어 감독의 틀 안으로 빠르게 편입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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