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웨더넥스트, 허리케인 멜리사 카테고리5 닷새 전 80% 확률로 맞혔다
구글 웨더넥스트, 허리케인 멜리사 카테고리5 닷새 전 80% 확률로 맞혔다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2025년 10월(현지시각) 카리브해에서 열대성 폭풍이 발생했다. 당시 주요 기상 모델들은 이 폭풍이 세력을 유지한 채 아이티로 향할지, 급격히 강해져 자메이카를 덮칠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와 구글 리서치(Google Research)가 개발한 AI 기상 모델 웨더넥스트(WeatherNext)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상륙 닷새 전, 이 폭풍이 카테고리5 등급 허리케인으로 자메이카를 강타할 것이라고 80% 확신도로 예측했다. 실제로 이 폭풍은 허리케인 허리케인 멜리사(Hurricane Melissa)로 발달해 자메이카 전역에 홍수와 산사태를 일으켰다. AI의 조기 예측 덕분에 현지 주민들은 대비할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었다.

카테고리1에서 카테고리5까지, 사흘 만에 벌어진 급변

허리케인 멜리사는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가 카테고리1 단계에 머물던 폭풍을 두고 카테고리5까지 강해질 것이라고 예측해낸 첫 사례로 기록됐다. 마이크 브레넌(Mike Brennan) NHC 국장은 “몇 시간의 차이만으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피 조직, 물자 배치, 자원 이동 등 허리케인 대응은 모두 시간에 민감한 작업이며 잘못된 판단은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런 결정을 내릴 때 시간은 정말 금과 같다. 기존보다 최대 하루 더 앞서 예보 정확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건 대단히 값진 일”이라고 덧붙였다.

구글 딥마인드 연구팀은 네이처(Nature)에 게재한 논문에서 웨더넥스트가 사이클론의 경로, 강도, 바람 구조를 전례 없는 정확도로 예측한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평균적으로 이 모델은 기존 모델보다 하루 더 긴 예보 리드타임을 제공한다. 사흘 뒤를 예측한 결과가 기존 모델의 이틀 뒤 예측만큼 정확하다는 의미다. 연구진에 따르면 예보 시점을 하루 앞당기는 성과는 과거 기준으로 10년치 기상학 발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경로는 맞혀도 강도는 어려웠던 AI 기상예측의 한계 / AI 생성 이미지

경로는 맞혀도 강도는 어려웠던 AI 기상예측의 한계

케이트 머스그레이브(Kate Musgrave) 대기 연구 공동연구소(CIRA) 열대성 사이클론 그룹장은 논문 공동저자로, 허리케인이 여러 공간적 규모에서 동시에 작동해 예측이 특히 어렵다고 설명한다. 폭풍이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는지(경로)를 맞히려면 한파 전선의 위치나 우세풍 같은 전 지구적 규모의 기상 데이터가 필요하다. 반면 폭풍이 얼마나 강해질지(강도)를 예측하려면 국지적인 대기·해양 조건에 초점을 맞춘 훨씬 작은 규모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는 “이런 정보는 기존의 전 지구 모델에서는 얻을 수 없는 부분”이라며 “기존 AI 모델들은 경로 예측은 잘했지만 강도 예측은 전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두 요소를 모두 정확히 맞히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강도 변화가 상대적으로 약한 폭풍과 대형 허리케인의 차이를 가르기 때문이다. 허리케인 멜리사처럼 하룻밤 사이 급격히 강해지는 사례는 곧바로 비상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웨더넥스트를 실시간 예보에 투입하기 전 연구진은 과거 데이터를 대상으로 모델을 시험했다. 머스그레이브는 “결과가 너무 좋아서 실제 상황에서도 이 정도 성능이 나올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보관들이 실제 업무에 모델을 도입한 뒤에도 이 성능은 그대로 유지됐다. 그는 “모두가 이 모델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에 놀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데이터 부족을 넘어선 학습 전략

구글 딥마인드 연구원이자 논문 주 저자 중 한 명인 페란 알레트(Ferran Alet)는 웨더넥스트가 기존에 폭풍 강도 예측에 필요하다고 여겨졌던 것보다 훨씬 낮은 해상도의 대기 데이터만 사용한다는 점을 밝혔다. 그는 “우리가 이 모델이 상대적으로 거친 해상도만 사용한다고 말했을 때 커뮤니티는 충격을 받았다. 낮은 해상도의 입력값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신호를 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상 AI 모델 훈련의 근본적 어려움은 사이클론 자체가 드물게 발생하는 현상이라 학습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알레트는 “사이클론 데이터는 많지 않지만 일반 기상 데이터는 훨씬 많다”며 “그래서 우리는 모델이 일반 기상 예측과 사이클론 예측 모두에 능숙하도록 훈련시켰다”고 설명했다. 방대한 기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뒤 사이클론이라는 특수 현상에 적용하는 방식이 부족한 훈련 데이터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오픈소스 전환과 앞으로의 계획

이번 연구는 구글 딥마인드와 구글 리서치,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 CIRA, 영국 기상청(Met Office) 등 전 세계 기상 당국이 함께 참여한 협업의 결과다. 2025년 허리케인 시즌 동안 웨더넥스트는 허리케인 멜리사의 급격한 강도 강화와 자메이카 상륙을 예측해 NHC가 역사적인 조기 경보를 발표하도록 도왔다. 구글 딥마인드는 2026년에도 협업을 이어가며 사이클론마다 1,000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예측해 예보관의 판단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번 허리케인 시즌에 활용한 웨더넥스트2(WeatherNext 2)와 웨더넥스트 사이클론즈(WeatherNext Cyclones)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웨더넥스트2는 2025년 11월에 공개된 모델로 시간 단위 고해상도 예보가 가능하다. 두 모델의 코드는 깃허브(GitHub) 저장소 google-deepmind/weathernext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구글 딥마인드는 “기술을 널리 공개함으로써 연구 커뮤니티에 힘을 보태고, 재해 대비에 필요한 도구를 지역 예보관에게 제공하거나 재생에너지 확산을 지원하고 극한 기후 현상을 예측하는 등 AI가 보다 안전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열대성 사이클론은 지난 50년간 전 세계에서 7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고 1조 4,000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손실을 일으킨 것으로 집계된다. 예보관들에게는 정확하고 신속한 경보를 발표하는 일이 항상 시간과의 싸움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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