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직접 코딩해 보겠다"… 현대차그룹 AI 전환 얼마나 왔나

현대자동차그룹이 12일 서울 양재 본사에서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를 열고 2019년부터 추진해 온 디지털 전환(DX) 및 인공지능 전환(AX)의 결실과 향후 비전을 공개했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담당 사장은 "AI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며, 이를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고 현장에 적용해 조직의 성과로 이어지게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 정의선 회장의 '바이브 코딩' 결단…보안 장벽 넘은 H Chat Pro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 담당 사장이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의 AX 기틀은 단순한 도구 도입이 아닌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 변화에서 시작됐다. 2018년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회사가 되겠다"고 선언한 정의선 회장은 최근 경영진을 향해 "내가 직접 코딩을 해보고 싶다. 경영진들이 바이브 코딩을 직접 해봐야 기술을 이해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탑레벨 경영진의 기술 이해도를 거듭 당부했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바이브 코딩 실습을 완료했으며, 기업용 워크스페이스인 컨플루언스 플랫폼 기반 보고 체계까지 구축했다.

사내 자체 플랫폼인 에이치 챗 프로(H Chat Pro)는 이러한 조직 문화를 받치는 핵심 축이다. 현대차그룹은 사내 데이터 학습을 차단하는 엄격한 보안 조건을 전제로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외부 대형언어모델(LLM)을 유연하게 통합했다. 국가 핵심기술을 다루는 수소 연구소 등의 조직 역시 산업통상자원부의 협조를 받아 M365 및 SaaS 보안 환경을 구축했다. 그 결과 지난 7월 기준 전체 일반·연구직의 80%에 달하는 3만 명 이상이 생성형 AI를 실무에 활용 중이다.

◆ 제조·R&D·서비스 실질적 비용 절감…피지컬 AI로 확장

기아 오토랜드 광주의 EV5 생산 라인. / 기아

현장에 적용된 AI 에이전트는 이미 수십억 원대의 실질적 비용 절감 효과를 내고 있다. 생산 라인의 'AI 자동화 인식 서비스'는 차량 식별번호(VIN)를 실시간 판독해 글로벌 70여 개 공장에서 연간 52억4000만 원의 비용을 아끼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자동차 제조 공정 내 대차 정렬 최적화 알고리즘 도입을 통해서 단일 공장 기준 4000만 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해당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에는 생산 과정에서 대차 정렬이 꼬일 경우 생산을 중단하고 사람이 직접 정렬을 맞춰야 하는 등 시간과 비용적인 소요가 발생했다.

연구개발(R&D) 부문의 '충돌안전 AI 어시스턴트'는 수십 년간 축적된 충돌 데이터 분석 시간을 90% 단축시켰다. 고객 서비스 영역에서는 모바일 앱 리뷰 자동 대응 솔루션을 통해 건당 처리 시간을 35분에서 5분으로 줄였으며, 전체 리뷰의 85% 이상을 17개 언어로 자동 처리하고 있다.

◆ 인프라 투자는 '투트랙'…새만금 ICT·엔비디아 제휴로 GPU 확보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에서 (왼쪽 두 번째부터) 성화창 현대차·기아 AX PMO분과 팀장, 진은숙 ICT담당 사장, 박근한 머신러닝랩 상무가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현장 질의응답(QnA)에서는 인프라 및 데이터 보안에 관한 구체적 대응책도 밝혀졌다. AI 인프라 경쟁력과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고객 접점 영역인 '업스트림'과 내부 업무 영역인 '다운스트림'을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을 취한다. 업스트림 인프라는 새만금 ICT 직접 투자와 엔비디아(NVIDIA)와의 제휴를 통해 충분한 GPU 물량을 확보했으며, 다운스트림 분야는 외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데이터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규제 장벽도 기술적으로 해결했다. 유럽의 강력한 개인정보보호법(GDPR) 등으로 인해 현지 데이터를 수집하기 어려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원 데이터 파이프라인'에 실시간 필터링 기술을 접목했다. 이를 통해 국가별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글로벌 정비 매뉴얼과 공정 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 담당 사장이 현대차그룹 AX 성과 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권혁재 PD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자체적인 성과를 넘어 대한민국 산업 전체의 AI 경쟁력 향상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축적한 역량을 기반으로 중소기업의 AI 전환을 적극 지원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진은숙 사장은 "현대차그룹은 AI를 단순히 많이 활용하는 회사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AI를 가장 제대로 활용하는 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제조업 기반의 회사로서 전 세계 수백 개 공장에서 확보한 막대한 데이터야말로 당사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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