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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분양하고도 남은 아파트, 이른바 ‘줍줍’ 물량을 앞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우선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정부는 청약 과열을 막고 임대주택을 늘리겠다는 취지지만, 무주택 실수요자 사이에서는 “분양받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13일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는 수도권 규제지역의 민간분양 잔여물량을 공공임대로 활용하는 방안이 담겼다. 그동안 분양 이후 남은 주택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추첨하는 무순위 청약을 통해 다시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LH 등이 해당 물량을 먼저 사들여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이 추진된다.

무순위 청약은 일반적인 청약과 달리 청약통장이나 가점 경쟁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는 점에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중요한 기회로 여겨져 왔다. 특히 본청약에서 가점이 낮아 당첨 가능성이 희박했던 사람들에게는 추첨을 통해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인식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무순위 청약을 흔히 ‘줍줍’이라고 부른다. 청약 경쟁에서 남은 물량을 다시 주워 담는다는 의미다.
모든 무순위 청약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은 단지나 입지가 좋은 신축 아파트가 무순위 청약으로 나오면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시세와 분양가의 차이가 큰 경우 당첨만 되면 상당한 가격 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인기 단지의 무순위 청약에는 수만 명이 몰리기도 했다. 청약가점이 낮거나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짧은 무주택자에게는 일반 청약과 다른 방식으로 내 집 마련을 시도할 수 있는 통로였던 셈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 잔여물량을 공공임대로 우선 활용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이 생겼다. 민간분양 잔여물량이 발생하더라도 일반 무주택자에게 추첨 기회가 돌아가기 전에 LH 등이 먼저 매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일부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과도하게 벌어지는 무순위 청약 경쟁을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간분양 과정에서 발생한 잔여주택을 공공임대 재고로 활용해 서민과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돕겠다는 것이다.
특히 집값 상승 기대가 큰 지역에서는 분양가와 주변 시세의 차이가 무순위 청약 경쟁을 과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청약제도를 통한 주택 공급이라는 본래 취지보다 당첨 이후의 시세 차익에 관심이 쏠리는 현상도 반복됐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잔여물량을 LH가 매입해 공공임대로 공급하면 청약 과열을 완화하면서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분양을 기다리는 수요뿐 아니라 안정적인 거주 공간을 필요로 하는 무주택자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정책의 방향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번 정책의 또 다른 변수는 실제로 시장에 나오는 잔여물량의 규모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발생한 전용면적 85㎡ 이하 잔여물량은 약 1600가구 수준이다. 수도권 전체 주택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결코 많은 물량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해당 물량을 공공임대로 전환한다고 해서 수도권 전체의 주택 수급 구조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적은 물량을 두고 ‘무주택자의 분양 기회’와 ‘공공임대 확대’ 가운데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를 놓고 논쟁이 커질 수 있다.
정책의 성패는 결국 LH가 어떤 주택을 어떤 기준으로, 얼마에 매입할지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잔여물량이라고 해서 모두 시장에서 인기가 없는 주택은 아니다. 입지와 상품성이 좋고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은 단지는 일반 청약에서 남은 물량이더라도 무순위 청약 단계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할 수 있다.
반대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입지 여건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주택은 무순위 청약에서도 수요자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LH의 매입 기준과 가격이 명확하지 않으면 공공임대 확대라는 정책 취지와 별개로 ‘좋은 물량을 LH가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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